JDC의 제주공항 내국인면세점(위)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 있는 JTO의 지정면세점.
[데스크칼럼] JDC-JTO '밥그릇 싸움'에 대의 실종...외국인면세점 주머니만 '두둑'

제주에 있는 두 공기업 간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와 JTO(제주관광공사) 얘기다. 전자는 국토교통부 산하 준시장형 국가공기업, 후자는 제주도가 전액 출자한 지방공기업이다.

두 기관이 맞붙은 쟁점은 내국인면세점 운영권이다. 처음엔 서귀포시 성산포항 면세점을 누가 운영할지를 두고 대립하다가 지금은 제주항 면세점으로까지 '전선'이 확대된 양상이다.

2년넘게 다툼이 지속되는 동안 두 기관은 서로에게 극도의 불신감을 갖게 됐다. 한 가지 사안을 놓고도 '팩트'가 달라지기 십상이다. 협상 테이블에 마주했을 때와 돌아선 뒤 입장이 180도 바뀐다며 으르렁대기도 한다. 

'진흙탕 싸움'을 일컫는 이전투구(泥田鬪狗)는 이런 상황에 딱 어울리는 표현이다.

볼썽사나운 싸움을 지켜봐야 하는 도민들이 피로감을 느낄 정도다. 심하게 말해 도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 하다.

양 쪽 모두 그럴듯한 명분을 들이댄다. JDC는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JTO는 관광객 유치의 필수요건인 마케팅 재원을 확보하려면 면세점을 양보할 수 없다고 핏대를 세운다. 

급기야 총리실이 중재에 나섰으나 이렇다할 효험이 없다. 행정부 최고 부서가 중재안을 내놓았는데도 씨가 먹히지 않을 정도면 백약이 무효인 셈이다.

알려진 바로는 JTO는 이 중재안을 '수용'한 반면, JDC는 '거부'(JDC는 아직 의견 제출을 하지 않았을 뿐이라며 이 표현을 극도로 싫어했다)했지만, 둘 다 물밑에선 계산기를 두드리느나 여념이 없어 보인다. 

중재안은 성산포항은 JTO가, 제주항 2부두(제주항 제1면세점)와 7부두(제주항 제2면세점)는 지금처럼 JDC가 맡도록 하는 방안이다.

도민들이 지금의 상황을 한심하게 여기는 것은 공기업 끼리 '밥그릇' 싸움이나 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는데 있다. 

두 기관이 지리한 다툼을 벌이는 사이 돌아서서 웃는 쪽이 있다. 대기업의 계열의 외국인면세점 업체들이다.

지난해 신라면세점의 매출은 1966억원으로 전년보다 50.4%, 롯데면세점은 1320억원으로 59.8%나 뛰었다. 쏟아져 들어오는 외국인관광객의 호주머니를 두 곳이 죄다 털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이들 면세점은 제주에서 거둔 이익을 한푼도 남기지 않고 외부로 갖고 간다.

이것도 모자라 신라면세점은 증축을, 롯데면세점은 제주시 진출을 추진중이다.  

반면 JDC와 JTO의 내국인면세점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JDC는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JTO는 1년전보다 매출이 2.8% 감소했다. 올들어선 두 곳 모두 매출 부진이 더 심화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들 기관이 외국인면세점 진출을 타진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양쪽의 입장을 들어보면 그들대로 억울한 사연이 없지는 않은 것 같다.

JDC는 2007년 9월28일 제주도와 맺은 '신사협정'을 앞세운다. 협정의 요지는 JTO에 내국인면세점을 허용하되 장소를 제주국제컨벤션센터로 한정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JDC 이사장과 도지사가 직접 사인했는데 이걸 어겨도 되느냐는게 JDC의 가장 큰 불만이다.

JTO가 항만도 모자라 공항 면세점까지 진출하기 위해 한국공항공사에 두 차례나 입점을 타진하는 문서를 보낸 것도 JDC를 자극했다. 어디까지 욕심을 부리는지 끙끙이를 알 수 없다는 표정이다.  

특히 JDC는, JTO 편을 들고 있는 제주도가 임대차 계약 만료(7월31일)를 앞둔 제주항 7부두에 대한 시설 사용허가를 공개경쟁입찰 방침과 연계해 내주지 않고 있다고 불평한다. 신규 개설도 아니고, 당장 설형특허를 갱신하지 않고선 7부두 면세점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니 JDC로선 기가 찰 노릇이다. 제주도가 사태를 꼬이게 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다.   

JTO도 구구절절 하소연 일색이다.

신사협정 후 6년 가까이 흐르면서 상황이 많이 변했다는 점을 가장 먼저 들고 나온다. 상황 변화란 내, 외국인관광객 급증을 말한다. 결국 이들을 유치한 건 관광마케팅이 주 업무인 JTO 덕분이라는 것이다.          

JTO가 도통 이해할 수 없다고 하는 점은 중재안에 대한 JDC의 태도. 제주도의 중재가 무산되자 JDC가 먼저 총리실에 중재를 요청해놓고 막상 중재안이 나오자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식이다. 때에 따라, 가는 곳 마다 얘기가 달라진다고도 했다.  

대표적으로 김한욱 JDC 이사장 취임 전.후를 꼽았다. 마치 제주도의 중재안을 받아들일 것처럼 했다가 김 이사장 취임 후 태도가 돌변했다고 주장했다.

'공항 입점 타진' 주장에는 꼭 진출하겠다는 게 아니라 '독점권'을 고집하는 JDC에 대한 일종의 맞대응이었다는 고백이 나왔다.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성산항 면세점의 매출 규모는 제주공항이나 제주국제컨벤션센터와 비교가 안된다. 외국인면세점과는 더더욱 비교할 수 없다.

그런데도 두 기관은 성산항을 두고도 "짭짤한 장사"(JDC)라거나 "실익이 없는 장사"(JTO)라고 정반대 해석을 하고 있어 도민들을 어리둥절케 한다.

두 기관의 관계를 두고 흔히들 하는 말이 있다. 'JDC가 큰 형이라면, JTO은 막내 동생쯤 된다'는 얘기다. 덩치로보나 예산, 사업의 규모로 보나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뜻일 게다.

눈앞의 이익에 집착할게 아니라 형은 형으로서, 또 동생은 동생으로서 격식과 경우를 갖추라는 충고로도 들린다.

가령 외국인면세점 진출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놓고 두 기관이 공조 방안을 찾기위해 지혜를 짜보면 어떨까 싶다. 그 때도 성산항이 그렇게 커 보일까. 

김성진 편집부국장.
지역에 환원된 면세점 수익이 더 많은 관광객을 불러모으고, 결국엔 제주 미래를 밝히는 재원으로 쓰이는 선순환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더이상 외국인면세점을 사기업의 영역으로만 남겨둘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외국인면세점 신규 진출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관세청은 단단히 문을 걸어 잠그고 길목을 지키고 있다. 두 기관이 똘똘 뭉쳐야 하는 이유다.

논리는 번지르르 하지만, 도무지 대의(大義)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양쪽의 이전투구는 '우물안 개구리'들의 합창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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