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는 왜, 각설이 타령이 없을까?
제주에는 왜, 각설이 타령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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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의 제주 신화 이야기] (64) 백주또여성3


조냥정신이라고 이야기되는 제주도의 절약정신과, 생활력이 강하고 이타적(利他的)이라는 제주 여성들에 대한 평가는 백주또형 여성에게서 기원한다.


이타적이고 자존심이 강한 제주 여성들은 제주도의 절약정신을 '자린고비의 절약'과는 다른 내용으로 삶에 구체화시킨다.


자린고비의 절약은 무조건 참는 인색한 느낌의 것이다. 그것은 사실 모든 사람의 마음을 늘 억압한다. 만약 손님이 찾아와 그 집의 음식을 먹게 된다면 그 손님은 반찬으로 매달려 있는 생선을 보면서 몹시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조냥의 절약은 밥상 위에 체면도 없이 매달린 생선처럼, 억압적이고 구차하지 않다. 더 궁한 때를 대비해서 주부의 손으로 숨겨져 진행되므로 밥상 위에서는 잘 느낄 수 없다. 또한 밥을 지을 때마다 쌀을 한두 줌씩 모아두는 항아리를 부엌 한 편에 모두 가지고 있었던 집집들은 서로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남의 집에서 신세를 지려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다.

▲ 조냥단지. (사진 출처=제주일보DB)
▲ 자린고비. (사진 출처=한국경제)

척박한 땅에서 남의 신세를 지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그들의 존재 자체에 타격을 주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흔한 각설이도, 각설이 타령도 제주에는 없다.


남에게 신세를 지지 않으려는 생각과 함께 근검저축의 조냥정신이야말로 생활의 곳곳에 미치면서 제주 문화의 근간이 되고 있다. '제주'하면 떠오르게 되는 갈중이, 잠녀, 애기 구덕과 같은 것들, 부지런함과 억척스러움, 도전성, 강한 생활력, 부부평등의 습속들의 바탕이 되고 있는 것이다.


허영심도, 내실 없는 형식주의도 그녀들에게는 없다. 쓸데없이 남을 부러워하지도 않고, 자화자찬하지도 않는다. 꾸밀 시간도 놀 시간도 그녀들에게는 없다. 땀을 잘 흡수하고 질긴 갈중이를 입고, 밭에 나가 애기구덕에 아기를 눕혀 놓고 잡초를 매고 물질을 하면서 악착같이 산다. 그렇지만 식사를 할 때 찾아 온 손님에게까지 구차한 내색을 보일 수는 없다. 자신의 힘으로 애쓰며 살고 남의 것을 탐내거나 도둑질하지 않고 떳떳하다. /김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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