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경제 희망찾기(4)] 늘푸른목장 대표 백홍문

제주시내에서 학원을 운영하던 백홍문씨(44)가 낙농업에 뛰어든지 어언 12년. 학원 운영이 자신과 맞지 않다는 생각을 한 백씨는 1991년 운영하던 학원을 과감히 정리하고 부인 고애화씨(42)와 함께 고향인 북제주군 조천읍 와흘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축산업에 손을 댔고 우여곡절 끝에 낙농업으로 전환했다.

# 초기투자도 많고 겸업도 어려워…

   
고향땅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축산이든 낙농이든 백씨 부부에게는 높은 산이나 다름없었다. 부인 고애화씨는 “축산이 뭔지 낙농이 뭔지 모르고 시작했다”며 “내가 농사를 짓거나 낙농을 하는 집에서 나고 자랐으면 아마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한다. 백씨는 부인 고씨를 “밭에 작물을 심어 놓으면 그게 콩인지 보리인지도 모를 정도로 농사나 축산과는 멀게 살았던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무지용맹이라 했던가. 그렇게 아무 것도 모르면서(?) 부부가 첫 발을 들여놓은 것이 축산업이다. 그 가운데 교잡우 육성을 3년가량 해 보았지만 경제적 안정성이 보장되지도 않고 뾰족한 희망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끝에 눈을 돌린 것이 바로 '낙농'. 1993년 처음 낙농업과 인연을 맺은 초기에는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하나하나 교훈 삼아 오늘에 이르렀다.

백홍문씨는 "낙농은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고 1년 365일 휴일이 없지만 자신이 몸을 움직인 만큼의 성과는 반드시 돌아온다"고 말한다. 그리고 "낙농은 다른 일과의 겸업이 불가능하다"며 "손쉽게 생각해 농사를 지으면서 낙농을 같이하면 수익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결코 옳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조언한다. "처음 낙농을 시작한 해에는 나도 감귤 과수원을 병행했었는데 감귤 농사에도 제대로 신경을 못 쓰고 낙농에도 지장이 있더라"며 "'이건 아니다' 싶어 지금은 과수원을 친척에게 '낙농을 그만둘 때까지 무상으로 사용하라'고 한 상태"라고 말했다.

   
# 꾸준한 관찰·관리가 1등 우유 생산 비결

꾸준한 관찰과 관리로 원유의 품질을 결정하는 체세포수와 세균수는 99% 1등급을 확신하고 있다는 백씨의 농가에는 현재 40여 마리의 젖소에서 하루 1200~1250kg의 원유가 생산되고 있다.

조사료 생산 기계화로 조사료 자급률 100%를 달성한 백씨는 “수입조사료를 이용하는 농가들도 더러 있지만 아무래도 자급하는 것보다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또 확인할 길은 없지만 수입조사료에 방부제 등을 사용한다는 이야기도 있어 조사료는 100% 자체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1년 내내 두 부부가 아침저녁으로 몸을 움직인 결과는 고소득 창출이라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들 부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는 재투자로 낙농시설의 자동화·현대화를 구축하고 있다. 조사료 생산 기계화를 갖춘 것은 물론 자동착유시설, 자동사료지급기, 자동발정감지기 등 대단위 현대화 시설을 구축해 좀더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낙농경영을 추구하고 있다.

백씨는 올해만 해도 8000만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자해 자동사료지급기를 업그레이드 하고 사육우의 발정시기를 정확히 파악해 수정률을 높일 수 있는 자동발정감지기 시설 공사를 마무리했다.

도내의 개인농가 중에 이 같은 첨단 현대화시설을 갖춘 곳이 다섯 군데도 되지 않아 가히 낙농시설 자동화의 선두주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 새롭게 시설한 발정감지기는 사육우의 체온, 활동량 등을 목에 달린 센서로 감지한 후 이 자료를 실시간 컴퓨터로 전송해 이를 분석, 발정이 난 젖소를 표시하고 수정을 시켜야 하는 최적의 시기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 도내 낙농시설자동화의 선두주자

이처럼 낙농시설의 자동화·현대를 통해 낙농여건을 개선할 뿐 아니라 백씨는 8년 넘게 목장일지를 써 오고 있다. 목장일지에는 착유시간, 발정난 소, 수정한 소, 건유에 들어간 소, 송아지 출산, 유방염 발생, 조사료 파종·수확 등 하루하루 목장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지출·수익 내역과 함께 소상히 기록하고 있다.

이를 통해 효율적인 목장 운영·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백씨는 주위 농가에도 목장일지 쓸 것을 권유하는 등 매사에 적극적이고 근면 성실한 생활을 해 다른 농가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처럼 열악한 낙농현실에서도 꾸준히 노력하며 첨단낙농의 선두주자로서의 길을 걷고 있는 백씨지만 그런 그에게도 걱정은 있다. “냄새난다고 신고하고 분뇨 묻었다고 신고하면 영락없는 환경사범이 될 수밖에 없다”며 “방목해야 하는 가축을 양돈처럼 특정시설에 가둬놓고 키우라고 하면 답답할 뿐”이라고. “돼지는 축사나 우리 안에서만도 사육이 가능하지만 젖소의 경우에는 축사나 우리 안에서만 사육하면 각종 질병이 생기는데다 원유의 생산성과 품질성이 낮아진다”고 하면서 “환경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별다른 대안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며 걱정했다.

또 백씨는 “어떤 일이든 대충해서는 안 된다”며 “가격파동이 심한 농작물이나 축산·양돈· 양계 등과는 달리 낙농은 어느 정도의 안정된 수익이 보장되는 만큼 충분히 해볼 만한 사업”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백씨는 “현재 낙농관련 첨단 시설들이 대부분 수입산이라 매우 비싸기 때문에 새롭게 시작하려는 농가는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필요하다”며 “농사나 여타 축산업과 비교해 수익성이 높다고 해서 무턱대고 시작하려는 농가는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인다.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는데 단순한 수익성 때문에 무리하게 투자해 시작하는 농가는 나중에 부채로 인해 파산하는 경우도 있다”며 “정부 보조금이나 지원금 등을 활용할 수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전액 지원이 아니기에 부채로 이어지는 경우를 주위에서 종종 봤다”고 말한다.

   

#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부채가 있느냐는 질문에 백씨는 “빚 없는 농가가 대한민국에 있을 것 같으냐”고 되묻는다. 백씨는 연 매출액의 30% 가량을 순수익으로 잡고 있지만 부채를 모두 갚기는 힘들다고. “새로운 시설을 위해 투자를 할 때 정부의 보조를 받지만 일부이기에 자부담을 충당하기 위해 부채가 생긴다”며 “먼저 생긴 부채를 갚을 즈음 되면 새로운 부채를 지게 되는 것이 우리 농업의 현실”이라고 씁쓸해 한다.

이어 “정부의 축산정책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며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서 사후관리도 정부의 책임”이라고 주문한다. 백씨는 “정부는 농가가 힘들다고 하면 보조금이나 지원금을 주는데 이는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며 “보조금이나 지원금을 줄 때도 농가에 대한 충분한 조사 등을 통해 일괄 지원이 아닌 선별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질적인 지원효과가 있는 농가를 선별해서 지원하고 또 지원 후에는 그 비용이 제대로 적절하게 활용됐는지 사후관리 작업도 해야 한다”며 “1000평의 축사에 대한 지원을 받았는데 실질적으로 그 축사 안에 10마리의 젖소를 사육하고 착유한다면 이것이 제대로 된 행정의 집행이겠냐”고 반문한다.

백씨는 올해 신지식 농업인 축산분야에 선정됐다. 도내 낙농업의 성공사례로 선정된 것에 대해 “성공은 무슨 성공이냐”며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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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경제가 아직도 회생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제주발전연구원은 '제주민생경제 희망찾기 프로젝트'로 도내 각 삶의 현장에서 나름대로 경영철학과 노하우를 가지고 피땀어린 노력에 의해 성공을 일궈가는 성공사례를 발표하고, 이를 한 권의 책으로 소개했습니다. 제주의 소리는 제주발전연구원의 협조를 얻어 도내 자영엽자, 소상공인들의 성공스토리를 연재합니다. 가슴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바로 도민 여러분이 제주의 희망입니다. 많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연재를 허락해 준 제주발전연구원에 감사를 드립니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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