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욱의 '野'한이야기] (10) 시골 야구 감독의 분투기 ①

▲ 찜통 더위 속에서도 사회인야구는 계속됩니다.
장마철이라는데 제주도에는 20일 가까이 비가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연일 찌는 듯한 날씨가 지속되더니, 본격적인 휴가철을 다가왔습니다. 찜통더위를 벗어나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계곡이나 바다로 떠날 계획을 세운 분들은 참으로 행복한 꿈을 젖어계시겠지요.

야구인들 최고의 피서지는 야구장

그런데 찜통더위에도 불구하고 주말이면 사회인야구 경기는 어김없이 진행됩니다. 더위나 휴가철을 이유로 야구경기를 중단하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푸른 잔디 위에서 뒹구는 게 오히려 야구마니아들에게는 가장 좋은 피서일지도 모릅니다.

제가 속한 야구팀은 고향 마을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같은 마을에 살거나 고향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팀이라, 회원들 대부분이 서로의 처지를 잘 아는 사이입니다. 올해 저는 감독을 맡아서 팀을 이끌기로 했습니다.

사회인야구에서 감독의 일이란 프로구단과는 전혀 다른 겁니다. 물론 시합 때 팀을 지휘하는 면에서는 비숫하지만, 사회인야구 감독에게 보다 더 중요한 일은 가급적 많은 회원들이 시합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일입니다.

▲ 우리 팀이 시합 전에 운동장에서 연습하는 장면입니다.

사회인들이라 주말이면 바쁜 사정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각자의 주말 스케줄을 미리 확인해서 경기를 치를 수 있을 만큼의 회원을 경기장으로 불러내는 일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책무의 어려움을 요즘에 가장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강팀과 겨루는데 인원은 부족하고.. 감독하기 정말 어렵다

이번 주말에는 무더위가 절정에 달하기 때문에 동창회이나 가족, 친목별로 야유회들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 28일에는 초등학교 총동창회가 주최하는 기수별 축구대회가 계획되어 있어서, 그 행사에 참가해야하는 회원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볼일이 있는 회원들도 있고.

그리고 하필 28일 경기 상대가 '상성해운 오션스' 팀입니다. 올해 도민체육대회에서 우승하며 자타가 공해 도내 최강으로 인정하는 팀입니다. 작년에 우리 팀과 두 번 겨뤄서 1승1패를 거두기는 했지만, 객관적인 전력으로는 우리보다 한 수 위가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최강의 팀과 겨뤄야하는 상황인데, 마을에는 행사가 잡혀있고. 팀을 이끌어가는 입장에서는 보통 난감한 상황이 아닙니다. 경기를 6일이나 앞둔 상황에서 전화기가 분주해졌습니다. 이번 주말에 경기에 참가할 수 있다고 대답한 회원이 저를 포함해서 처음에는 7명. 경기를 치르지 못해 몰수 패를 당하고, 벌금 10만원까지 내야하는 위기에 놓였습니다.

눈앞이 캄캄해지는데, 옆에서 "일기예보에 이번 일요일에 비가 내린다더라"고 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날씨에 희망을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비날씨로 인해 경기가 연기되면, 다음에 회원들이 많이 나오는 날에 제대로 한 번 붙어보자고. 

그런데 일요일에 비를 예보했던 기상청은 금새 변덕을 부렸습니다. 일요일에는 비가 내리지 않고, 월요일에 내린다고 하네요. 하늘이시여, 진정 우리를 버리시나이까?

드디어 10명, 이제 결전만 남아..

그런데 다음날, 회원 한 명이 "이모부 장례식이 일요일인줄 알았는데, 토요일이라더라"며 참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참가 가능 인원은 8명, 경기를 치르려면 한 명이 더 필요합니다. 단체로 문자도 보내보고, 일정상 참석할 수 없다는 회원들 중 야구에 대한 열정이 남다를 이들에게 다시 한 번 참가를 독려하는 전화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그 한 명이 나타나지를 않았습니다.

혼자 끙끙 앓고 있는데, 후배 회원 두 명이 '거사' 계획을 밝혀옵니다. 주말에 초등학교 동창들끼리 모여서 야유회 가기로 했는데, 점심만 먹고 몰래 빠져나와 야구장으로 오겠다는 겁니다. 그 소식을 듣고 야호, 하고 탄성을 질렀습니다. 그리고 참가하겠다는 회원 10명의 이름을 놓고 수비 위치에 끼워 맞춰보니, 그림이 별로 나쁘지가 않았습니다.

이정도면 경기 한 번 해볼만 하다고 생각하며 오래도록 혼자 감격에 젖었습니다. 결전은 이제 이틀 남았습니다. 결과는 경기 치르고 나서 다음 주에 알려드리렵니다. <제주의소리>

<장태욱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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