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욱의 '野'한이야기] (11) 시골 야구 감독의 분투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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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 강창학야구장에서 오션스 팀과 경기를 하는 장면
태양이 이글거리는 7월 마지막 주 일요일 오후, 도내 최강 오션스 팀과 경기를 치르기 위해 강창학 구장으로 갔습니다.

"푸른 언덕에 배낭을 메고

황금빛 태양 축제를 여는

광야를 향해서 계곡을 향해서"

가왕 조용필이 원망스럽기도

가왕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계절입니다. 젊음과 열정의 상징처럼 들려서 그간 이 노래를 좋아했습니다만, 많은 회원들이 계곡으로 바다로 놀러 가버린 상황이라 이날 하루는 괜히 노래가 원망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경기 전날에 참가가 가능하다고 답한 인원은 10명이었지만, 당일에 사정이 생겨 못나온 회원이 생겨서 경기장에 나온 선수는 9명. 우리 팀엔 단 한 명의 여유도 없었습니다.

▲ 두 팀이 겨우 인원을 맞춰 경기를 치렀습니다.

경기 30분 전쯤에 운동장에서 몸을 푸는데, 상대팀 인원을 확인해보니 10명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중 한 명은 부상선수입니다. 인원부족으로 몰수 패를 당하는 상황에 대비해, 부상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은 두 팀 모두 한 명의 교체선수도 없이 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경우라면 주축선수들이 많이 참가한 팀이 유리하게 됩니다.

양팀이 한 명 여유도 없이 치른 경기..

▲ 오션스 팀 강동완 선수. 제 어릴 적 추억의 한 페이지를 채운 옛 친구입니다.

오션스 팀에는 제 유년 시절 추억의 한 페이지를 기록한 얼굴이 있습니다. 1루수를 맡고 있는 강동완 선수. 저와 초등학생 시절에는 육상대회에서 던지기 실력을 겨뤘고, 중학생 때는 야구선수가 되어 승부를 겨뤘습니다. 몇 십 년이 지나고 운동장에서 다시 만났는데, 앳된 얼굴은 세월의 흔적에 가려 찾을 수가 없네요.

2회 말 오션스 팀 공격에서 4,5,6번 타자가 연속으로 안타를 날리며 무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그때 속으로 오늘 경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우리 팀 막내 투수 현정민이 침착하게 공을 잘 던져, 7,8번 타자를 내야플라이로 잡은 후 9번 타자를 삼진으로 처리했습니다.

▲ 경기가 초반에는 긴장감 있게 전개되었는데..

위기를 넘긴 우리 팀은 4회 초 공격에서 5번(안타), 6번(안타), 7번(볼넷), 8번(안타), 9번(안타) 등으로 연속 진출하며 큰 기회를 잡았습니다. 그러자 상대팀 마운드가 크게 흔들려 볼넷을 연발했고, 설상가상 외야수 실책까지 겹쳤습니다. 우린 그 인닝에만 무려 8점을 얻었었고, 팽팽하던 경기는 이미 기울어졌습니다.

7회말 경기가 끝나고 결과를 확인해보니, 두 팀 안타 수와 실책 수는 비슷한 데 볼넷 수가 9-3으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상대팀 마운드가 크게 흔들렸다는 말인데, 이는 에이스 투수가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강팀이라도 주축 투수가 빠지고 나면 경기가 어렵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아무튼 일주일 내내 선수 9명을 확보하기 위해 끙끙거렸는데, 경기도 무사히 치르고 최강 팀도 이겨서 크게 안도할 수 있었습니다.

휴가철 야구는 핸드볼 야구?

▲ 장태욱 시민기자.

한편, 이날 선수수급에 애를 먹은 팀은 우리만은 아닌 모양입니다. 오후 4시에 공천포야구장에서 열린 블랙가이즈-라이거즈의 경기에선 21-19로 핸드볼 점수가 나왔다고 합니다.

이렇게 큰 점수가 난 이유는 역시 볼넷 때문입니다. 두 팀이 얻은 볼넷이 14개와 10개로, 한 경기에 무려 24개나 나왔네요. 결국 경기는 지루하게 이어졌고, 시간 제약에 걸려 4회를 넘기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사회인야구에서는 볼넷을 난발하지 않는 투수가 에이스인데, 그런 투수가 출장하지 못하면 경기는 긴장감을 잃고 지루해지고 맙니다.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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