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후 칼럼] 쓰레기 다시보기

심신의 피로를 해소하고 새롭고 재미있는 일을 찾아 공원이나 집주변을 걷고 있을 때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쓰레기를 수거하는 사람들의 분주한 몸놀림이다. 쓰레기를 분리 수집하는 ‘클린하우스’에 비치된  음식물, 소각폐기물, 재활용품 수거함에는 매일 주민들이 사용하고 버린 쓰레기로 가득찬다. 재활용품 수거함에 버려진 물건들은 나오기가 무섭게 치워진다. 재활용품은 돈이 되기 때문에 수집 경쟁이 치열하다. 일부 아파트 단지는 주민자치회에서 폐기물 처리업자와 계약하여 수입금을 주민복지에 사용하고 있다.

집에서 쓰레기를 분리수거할 때마다 개인적으로 너무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여름 휴가철에 관광지마다 쌓여있는 쓰레기 때문에 휴가 기분을 망치는 사람들이 많다. 제주의 해수욕장과 일부 오름, 올레길은 함부로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기도 한다. 최근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2012년간 1인당 1일 생활쓰레기 생산량은 940그램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1995년부터 시행된 종량제와 분리수거의 영향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는 70.4퍼센트로 나타났다.

현재 전국의 각 지자체는 넘쳐나는 쓰레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인천의 수도권 매립지, 포화상태인 제주도와 같이 쓰레기 매립장을 둘러싸고 지역 간의 갈등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현재 정부는 분리 배출된 쓰레기를 효율적으로 재활용 처리하기 위해 폐기물관리정책을 추진중이다. 재활용수집소(고물상)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200여만명이 재활용 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많은 영세민과 폐지수거 노인들이 소득혜택을 받기도 한다. 쓰레기 수집과 재활용은 생존 수단으로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인류가 경제발전을 위해 자원과 에너지를 무분별하게 소비해 온 결과,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 문제와 자원고갈, 쓰레기 과잉배출과 매립용지 부족이라는 위험에 직면해 있다. 인간이 만든 쓰레기는 생산, 소비, 혐오, 폐기, 재활용의 과정을 거친다. 자연에서는 낙엽과 죽은 나무, 동물의 사체와 배설물은 자연으로 다시 돌아가 혜택을 베푼다. 반면, 어제 산 물건을 뜯지도 않고 오늘 내다 버리는 행위로 상징되는 과잉생산과 소비, 넘쳐나는 쓰레기와 빈부격차의 심화는 미래의 삶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경고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쓰레기는 우리 일상 생활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생산하고 소비하고 쓰레기를 만드는 일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쓰레기의 특징은 과잉과 물질성에 있지만, 지그문트 바우만의 저서 <쓰레기가 되는 삶들>에서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진단하는 상징 기호로 사용되기도 한다. 쓰레기는 가치있는 자원의 요소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낡은 것, 나쁘고 더러운 것, 없애야 할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규정할 수 없다.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삶의 질은 달라질 것이다. 쓰레기를 혐오하고 박해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추출하여 선순환하는 재활용의 미학이 강조되어야 할 이유다.

쓰레기의 역사는 인류의 출현과 함께한다. 조개가 포함된 생활쓰레기 무덤인 패총부터 현대의 핵폐기물까지 쓰레기는 문명사적인 과제들을 우리에게 던져주었다. 선사시대 사람들이 남겨 놓은 패총은 문자시대 이전의 역사를 복원하는 중요한 고고학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핵폐기물 처리를 둘러싼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의 지속가능성 여부와 방사능 오염의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냉장고, 대형마트, 단기간에 신상품이 쏟아져 나오는 스마트기기 같은 전자 제품과 대중문화산업은 금단현상을 불러 일으켜 과잉 소비를 부추기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쓰레기 처리장은 혐오시설로 님비현상을 야기시킨다. 주민들은 쓰레기장, 화장장 같은 혐오 시설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자기 지역에 들어서서는 절대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서울의 난지도처럼 쓰레기장이 공원으로 재생되는 경우 주민들의 반발은 사라지고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뀐다. 공해없는 쓰레기 소각처리와 재활용 기술이 발전하고 시민들의 쓰레기에 대한 인식이 전환된다면 거부감은 점차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와 같이 쓰레기를 대량 배출하고, 공해ㆍ분진ㆍ소음을 발생시키는 소각ㆍ매립이 지속된다면 님비현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반감기와 고난도의 기술이 요구되고,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핵폐기물은 말할 것도 없다.

생태공원으로 바뀌기 전에 서울의 난지도 쓰레기 처리장 주변에는 폐기물을 수집하면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었다. 예전에 농부들은 풀을 뜯고 있는 소가 똥을 누려고 할 때 자기 밭으로 급하게 달려가도록 고삐를 잡아 당겼다. 제주의 ‘쉰다리’는 변질된 보리밥을 발효시켜 만든 재활용의 지혜가 담긴 음식이다. 박지원은 <열하일기>에서 청나라 사람들이 기와조각, 말똥을 재활용하여 정원이나 담장을 아름답게 꾸미는 모습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생활이 어려울수록 없애야 할 것으로 취급되는 것들을 귀하게 여겼다.

쓰레기 문제의 근본 해법은 재활용률을 높이고, 합리적인 소비로 쓰레기의 양을 줄이는 데 있다. 재활용과 소비의 다운사이징이 성장을 둔화시켜 경제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도 없지 않지만, 고착화되는 저성장시대에서의 적응력을 키우는 문제를 고민할 때다.

모든 생산품에 대하여 원재료의 채취에서 폐기, 재활용에 이르는 전과정의 관리체계가 세워지고 정밀하게 실행하여 재활용률을 획기적으로 제고한다면 지구 환경 개선은 물론 일자리 창출도 가능할 것이다. 성장 지향의 토건 난개발보다는 공해없는 재활용 기술개발, 폐수처리장, 탄소배출을 저감시킬 수 있는 에너지 절약형 시설 등 리사이클링 시스템의 구축에 더 많은 투자가 요구된다.

쓰레기를 버리기에 앞서 우리가 생산하고 소비하는 이유, 공동체, 지구 환경에 대해 생각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과잉 소비를 유인하는 현대 소비문화에 대한 성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제3세계 노동자들의 저임금과 고된 노동 때문에 값싼 대량의 소비를 할 수 있다는 사실도 포함된다.

당장 불편하기 때문이 기존 고정관념과 습관을 한꺼번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쓰레기에 대한 가치관과 태도를 차근차근 바꿔 나간다면 과소비문화와 거리를 두는 일에 익숙해질 것이다. 쓰레기가 되는 물건들은 인간과 함께하다가 작별하고,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인간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일부터 시작하자. /권영후 소통기획자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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