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춘 칼럼] 우리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공감의 세상을 위하여 

민주주의 국가에서 군대란 국민이 자신의 의지대로 잘 써먹기 위해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하는 대상이고 도구다. 만일 군대가 국가가 원하지 않는 전쟁으로 가거나, 국익이 아닌 군익(軍益)을 도모하게 되면 국가를 파멸로 이끄는 군국주의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군국주의의 가장 큰 특징은 군대가 국민을 통제한다는 것이고, 여기에는 이데올로기의 확대재생산 구조, 사회적 동원체제가 작동한다.

김종대는 ‘민주적 통제를 받지 않는 군’(<인물과 사상> 2013.7)이란 글에서 대한민국 군대의 이기주의가 군국주의를 부추기게 됨을 위에서처럼 경계했다.

그리고 솔즈베리의 극단주의의 무모함에 대한 다음의 예를 들고 있다. “만일 의사가 언급하는 것을 믿는다면 세상에 완전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만일 신학자를 믿는다면 죄 없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만약 군인이 말하는 것을 믿는다면 안전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솔즈베리 존, <폴리크라티쿠스>) 너무 무사안일에 빠져서도 안 되지만 지나치게 위기감에 떨어서도 안 된다. 우리는 이제 자신감 있게 평화를 이야기해야 한다.

강정 해군기지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민족의 생존 문제를 외면하고자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해군의 이기주의를 경계하는 것이고, 그로 인한 군국주의의 확장과 전쟁의 위험함을 피하고자 하는 미래지향적 포석이다.

중국을 위협한다는 오해로부터 벗어나 평화를 추구하자는 견해다. 아베의 일본이 군국화롤 치닫는 것은 경계하고 비난하면서도 정작 우리의  위태로운 모습은 돌아보지 못하고 있다. 우리도 위험한 일을 저지르고 있다.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위협적이라면 차라리 민족 간의 화해와 통일을 더욱 준비해야 하는데, 보수 기득권층은 더욱 위기감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주변국에 대한 강경책은 늘 이익집단의 몫이다. 그래서 기득권층을 반대하는 대부분을 빨갱이로 몬다. 정부와 재벌이 이익을 위해 전쟁을 원하고, 빨갱이를 만들던 옛날이야기가 하나 있어 소개한다.

찰리 채플린의 40년대 영화 중 <뮤슈 베르두>가 있다. 이 영화는 평범한 은행원이자 병약한 아내와 아들이 있는 베르두가 대공황으로 실직한 뒤 돈 많은 처녀들과 결혼하고 그들을 죽이는 식으로 돈을 번다는 이야기였다. 선과 악을 동시에 갖고 있는 베르두라는 인물을 통해 채플린은 자본주의 체제와 합법화된 대량 살상인 전쟁에 대해 비판했다. “전쟁과 투쟁은 모두 비즈니스다. 한 건의 살인은 악당을 만들고 100만 건의 살인은 영웅을 만든다. 수는 행위를 정당화한다.”는 베르두가 법정에서 한 말이다. (최을영, 찰리 채플린: 20세기 최고의 어릿광대)

결국 찰리 채플린은 전쟁을 비난하면서 서서히 미국 매카시즘의 희생양이 되기 시작했고, 결국 빨갱이로 몰려 미국에서 떠나는 신세가 되었다.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이 다시 빨갱이로 몰리고 매카시즘의 광풍이 불고 있다.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하고 민주주위를 죽이고 사상적인 편향을 통해 세상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어렵게 얻은 민주주의가 2013년 여름의 살인적인 더위 앞에 녹아나고 있다. 통일과 희망은 갈수록 멀다. 무슨 놈의 역사가 이리도 제 갈 길을 가지 못하고 또 역류한단 말인가.

▲ 허남춘 제주대 국문과 교수
그러나 중국을 대상으로 해군기지를 만들어 불화를 꿈꾸고, 북한을 적으로 몰아 전쟁불사론을 내놓는 이 무모함은 곧 세상의 질타를 받게 될 것이고 우리는 강정의 평화, 민족의 평화, 그리고 동아시아의 평화를 얻게 될 것이다.

우리 문명이 치유불가능하다고 열차에 타고 있는 모두를 죽이는 봉준호 식 <설국열차>의 해결방식은 어리석다. 지혜와 용기가 없어 저열한 결말을 만들어내고 말았다. 우리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공감의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1등 칸과 4등 칸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고, 한중일이 견제하면서도 균형을 맞추는 세상을 향해 나가야 한다. 절망 때문에 무지한 이 시대의 권력을 밀어내고 지혜의 세월이 승리할 것을 믿는다.<제주의소리>

<허남춘 제주대 교수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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