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교섭단체대표 간담회…제주도, 의회에 공동여론조사 제안
“여·야가 반대하는데 굳이 의회동의 받으려는 의도가 뭐냐” 십자포화

▲ 제주도의회 박희수 의장은 22일 오전 10시 의장실에서 4개 교섭단체 대표(새누리당 불참)들과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한 입장 정리를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제주의소리
제주도의회가 ‘행정시장 직선제’ 추진과 관련한 제주도·의회 공동 여론조사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1·2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동의안을 제출하더라도 부결될 게 뻔한 상황에서 왜 강행하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저의를 의심하기도 했다.

제주도의회 박희수 의장은 22일 오전 10시 의장실에서 4개 교섭단체 대표(새누리당 불참)들과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한 입장 정리를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의견 조율에 앞서 김선우 환경·경제부지사 등 집행부로부터 행정체제 개편 추진계획을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김선우 부지사는 “지사의 공약에서 시작됐고, 2년4개월 동안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진행됐다. 처음 논의의 시작을 의회와 함께 한 만큼 마무리 역시 의회와 함께 했으면 한다”면서 최종 정책결정에 앞서 도·의회 공동 여론조사를 실시하자는 방안을 제안했다.

▲ 박희수 의장. ⓒ제주의소리
▲ 김선우 제주도 환경.경제부지사. ⓒ제주의소리
바로 의원들의 공세가 시작됐다.

박희수 의장은 “과거 자료를 검토해보니까 행정체제 개편 논의는 지난 2003년, 우근민 지사 때 시작됐다. 그때 용역결과가 기초자치단체를 없애자는 것이었다”면서 “본인이 기초자치단체를 없애는 용역을 했다가 이제와사 다시 (제주형)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하겠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의도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김선우 부지사는 “표현의 오류에 대해서는 지사도 인정을 했고, 유감 표명을 했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라며 애초 공약은 ‘행정시장 직선제’였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윤두호 ‘미래제주’(교육의원 연합 교섭단체) 대표는 “의정자문위원회 의견을 수렴했는데, 하나같이 ‘행정시장 직선제’를 반대했다. 여론조사를 실시하다면 행개위 권고안(행정시장 직선제)만 놓고 할 게 아리 다른 대안도 함께 넣어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창남 운영위원장(민주당)은 “지사의 공약으로 시작했고, 의회는 조례 제정 등을 통해 뒷받침을 했다. 의회 동의에 관계없이 지사가 알아서 추진하고, 공과에 대해 도민들 심판을 받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수 의장은 “예전에 기초자치단체를 없애는 데 동의했던 분(정세욱 전 명지대 총장)이 이제 와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행정시장 직선제)를 하자는 게 말이 되나. 그렇다면 이번 행정체제개편위원회에 참가하지 말았어야 한다”면서 “이게 바로 ‘혹세무민’이라는 것이다.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한다고 특별자치도 지위가 없어지나. 학계에서도 논란이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강경식 ‘희망연대’(진보성향 무소속 의원 모임) 대표는 “지사께서 말 바꾸기를 하다보니까 논란이 확산되는 것”이라며 “2010년 선거 당시 지사께서 분명히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공약했다. 공보에도 ‘제주특별자치도형 기초자치단체 부활’로 표현됐다. 중요한 것 행정시장직선제를 기초자치단체 부활로 인식했다는 것이다”며 우 지사의 말 바꾸기를 꼬집었다.

박희수 의장은 “기초자치단체를 없앨 때 의회동의를 받았느냐”고 반문한 뒤 “새누리당은 이미 ‘차기 도정과제로 넘기라’는 당론을 확정했다. 2/3이상 동의를 받지 못할 게 뻔한 상황인 것을 알면서 의회 동의를 받겠다고 하는 이유가 뭐냐. 추진하려면 의원들 개개인이 자유투표를 할 수 있는 여건부터 만든 뒤 (동의안을) 제출하는 것 순리”라고 말했다.

안창남 위원장도 “양당(새누리당, 민주당)이 차기 도정으로 넘기라며 반대하고 있다. 만약 2/3이상 동의를 받지 못하면 의회 탓 할 것 아니냐”면서 “의회의 동의를 받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직접 정부를 상대로 추진하면 된다. 형식적으로 (의회동의를) 받으려 하지 말라”고 말했다.

한편 박희수 의장과 안창남 운영위원장은 간담회 직후 의회 기자실을 찾아 “아직 확정되지 않아 공개할 수는 없지만 도의회 나름대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이 대안을 포함시켜 제주도와 별도로 여론조사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집행부가 의회에 공을 넘기려고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 의원들의 생각이고 새누리당은 당론으로 다음 도정으로 행정체제개편 문제를 넘겨야 한다고 확정한 상태여서 안건을 상정시키는 것은 무의미하고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했다.

의회가 정치적 책임을 피하려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동의안을 제출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점이 너무 늦었다”면서 “각 정당의 입장이 확정된 상태에서 도의원들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말했다.

만약 제주도가 동의안 제출을 강행할 경우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2 이상(28명)이 찬성해야 한다. <제주의소리>가 파악한 결과, 서귀포시 의원들을 중심으로 일부 의원들이 찬성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행정시장직선제를 반대하거나 다음 도정에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동의안을 표결에 붙이더라도 부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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