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충석 전 제주대 총장. 정년 2년을 남겨주고 31일 대학을 떠난다. 그는 향후 행보에 대해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 제주의소리
<이재홍이 만난사람> 제주대 떠나는 고충석 전 총장 “3김시대 종말위해 역할 하겠다”
 
고충석 전 제주대 총장이 31일 명예퇴임 한다. 아직 정년 2년 남았지만 떠난다. 지방자치시대가 열리면서 많이 달라졌지만 공무원 보수규정이나 정부공식행사에선 도지사보다 앞선 국무위원급 예우를 받는 무게 때문에도 총장의 행보는 전현직 모두 지역에선 관심사다.

고 전 총장은 다른 총장들에 비해 지역사회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았다. 총장 재임시절 일궈낸 성과도 그렇거니와 개인적 삶의 궤적도 한 이유다. 시민사회운동 출신에다 정치적 현실참여도 구태여 외면하지 않는다. 행정학자이면서 우근민 지사와 동향이라는 인연으로 도정에도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왔다. 그가 갖고 있는 중앙 또는 지역내 네트워크 또한 만만치 않다.

이런 탓일까 고 전 총장의 퇴임 이후 행보를 놓고 ‘정치적'으로 보려는 시각이 늘고 있다. 더욱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플레이어’든 ‘메이커’든 모종의 역할을 할 게 아니냐는 관측들이 많다.

25일 고충석 전 총장을 <제주의소리>가 만났다. 그는 30여년간 쌓아 온 학자, 대학 행정사로서의 평가보다 앞으로 벌어질 행보에 대한 ‘정치적 해석’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면서도 그 또한 엄연한 현실임을 부정하진 않았다. 구태여 돌려 이야기 하지도 않았다. 할 일은 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대 발전의 전환점이 된 제주대-교대통합과 로스쿨을 유치한 고 전 총장은 “대학 교수로서 내 정체성을 찾는다면 연구교수나 교육자보다는 행정가 였던 것 같다. 세간에선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지만 총장만큼은 열심히 했다. 그 결과 제주대 평가가 전국 57등에서 34위로 수직상승했다”며 했지만 “그러나 학자로서는 내가 생각한 수준에 못 미쳤다”며 아쉬워했다.

고 전 총장은 “제주대가 도민들에게 희망과 신뢰를 주지 못한 점도 있지만 아직 성장하는 단계이고, 발전궤도에 오르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하는 만큼 도민사회도 제주대를 사랑하고 격려해 줬으면 한다”며 “도민사회와 지방정부가 지원해 준다면 충분히 명문대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며 지역사회의 지원을 당부했다.

행정학 교수인 그는 “제주도 행정기능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통해 작은정부로 가야 한다”면서 “교육과 복지 등은 지방정부가 꼭 해야 할 것은 하지만, 민간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은 민간에 넘겨 민간에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면서 무소불위한 지방정부, 제왕적 도지사 병폐를 막기 위해서도 작은정부를 지향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행정시장 직선제로의 행정체제개편 논의와 관련해서 “특별법 정신을 살리면서 리모델링할 수 있는 것은 행정시장 직선제 밖에 없지 않느냐. 직선제 행정시장에게 4년 임기를 보장하고 법률로 예산편성권과 조례제청권 등을 준다면 아무리 도지사라도 함부로 할 수 없게 된다.”며 “특별법의 특례조항을 포기하면서까지 예전으로 돌아가는 게 좋은지 현실적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며 비록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 전 총장은 최근 정치권 전면으로 나오는 ‘제주판 3김'에 대해선 “제주는 봉건영주국가가 아니다. 제주의 발전을 위해 이제 ’제주판 3김‘은 떠나야 한다”며 현실정치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제주판 3김이 자기편 사람만 뽑는 ‘포섭과 배제’논리고 가다보니 인재가 크지 못하고 그들 그룹에 들어가지 못하면 취직은 물론,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고 심지어 꽃 장사도 안된다”면서 “23년 제주도정을 독점하면서 제주사회를 갈기갈기 니편 내편으로 나뉘어 그들로서는 누가 잡든 도민의 역량을 모을 수 없게 됐다”며 3김의 능력과 공과를 떠나 제주사회 통합과 발전을 위해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고 전 총장은 “그들은 서로 권력을 놓고 으르렁 거리지만 다른 한편으론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시켜 시켜나가기 위해 서로를 부추기는 ‘적대적 의존관계’다”고 비판하고는 “내년 지방선거 출마 여부를 떠나 3김시대 고별을 위해,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지식인으로서의 외면하지 않겠다”는 말로 제주판 3김 시대에 맞서기 위해 정치적 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강하게 내비쳤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대학 밥 축내는 게 싫었다는 고 전 총장. 연구교수, 교육자로서는 기대에 못 미쳤지만, 대학 행정가로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제주대-교대 통합, 로스쿨 유치가 그의 노력의 결과다. ⓒ 제주의소리
# "정년 남았지만 밥이나 축내지 않을까...후학에게 물려주는 게 대학위해 좋아“
 
- 이제 며칠 있으면 대학을 떠난다. 느낌이 어떤가.

“1979년 11월 말,박정희 대통령 시해되고 서울의 봄을 거치며 제주대에 들어왔다. 32년 됐다. 정년을 만2년을 남겨놓고 학교를 떠난다. 총장 끝난 지 4년이다. 전직 총장은 강의 시수를 3시간 이상만 하면 된다. 총장하고 돌아오니 새 분위기에 내가 맞추지 못하는 것 같았다. 예전처럼 강의에 충실하지 못하는 거 같고 학과 교수회 같은 데도 참석하지 않다보니 밥이나 축내는 사람 아닌가,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4년 전부터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더 있는 것보다는 유능한 후학을 모셔오는 게 학생들이나 학교를 위해서 좋다. 30여년 하면서 오늘의 나를 키워준 것이 제주대학교다. 학장, 행정대학원원장, 총장까지 했다. 제주대에 너무 많은 걸 받았다. 2년 남겨놓고 떠나는 것에 아쉬운 것은 하나도 없다.”

- 대학에 있으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교수들은 세 가지 역할이 있다. 하나는 연구하는 교수, 두 번째는 히딩크처럼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자, 세 번째는 행정과 경영 등 세 가지 유형이다. 분류하자면 선수, 코치, 행정이다. 교수가 된지 15~16년쯤 됐을 때 행정 교수로 발을 딛게 됐다. 선수도 하고 코치도 해보려다 학장을 시작하면서 대학 경영이 재미있었다. 그래서 총장까지 하게 됐다. 내 정체성을 찾는다면 선수나 코치보다는 행정에서 찾은 것 아닌가 싶다. 논문도 40여편 썼고, 신문 칼럼도 100여 편 정도 썼지만 내 정체성을 부각시키는 근거는 아니다. 총장이었을 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선수로서도 성공하지 못했고, 코치로서도 별로지만 행정 교수로서 총장은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뛰어다녔다. 세간에서는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지만 총장만큼은 열심히 했다. 그렇지만 학자로선 아쉽다. 내가 생각한 수준에는 못 미쳤다.”

- 제주대 총장재임 시절 참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제주대-교대 통합, 로스쿨 유치 등 굵직한 일들을 해 냈다.

“로스쿨은 힘들었다. 내가 거점대학총장협의회장을 맡아야겠다고 했던 것도 로스쿨 때문이었다. 각 지방 국립대학 총장들과 자주 회의하면서 설득시켰다. 제주대와 강원대는 꼭 해주자는 의견을 이끌어 냈다. 그 때 로스쿨 정원을 놓고 정부와 사립대가 대립했다. 사립대는 3000명 이상을 주장했고 청와대는 1500명을 말했다. 청와대 정책실장, 교육사회문화수석, 균형개발위원장과 모여서 회의하는데 사립대가 들고 일어나니 난감해했다. 그때 내가 거점대학총장협의회장으로 2000명을 제안했다. 그리고 제주도와 강원도는 지역균형개발 차원에서 해야 한다고 해서 합의를 받았다. 그걸로 타결 했다. 총장을 그만둔 후 2008년도 말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제주대가 (2007년) 57등에서 34등으로 23단계 올라갔다. 대학평가 지표로 최근 가장 수직 상승한 대학으로 제주대를 꼽았다. 행정 교수로는 그래도 내가 추구했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고 본다.”

- 무척 어려웠는데, 혹시 알려진 않은 에피소드는 없나. 

“내가 동북아시대위원회 민간위원이었을 때 배기찬 위원회 기조실장이 ‘총장님 대통령에게 글 하나를 쓰십시오”하는 제안이 왔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과 야인 시절부터 잘 알고 있었다. ’4.3 관련해서 사과하셔서 제주도민들에게 큰 한을 풀어줬다. 이제 로스쿨까지 만들어줘야 제주도에 대한 사랑이 종지부를 찍는 거다.’는 식으로 쓴 글을 들도 눈보라 치던 날 첫 비행기를 타고 청와대로 갔다. 배 박사가 노 대통령께서 볼 수 있게 책상 위에 올려뒀다고 했다. 나중에 로스쿨 심의를 맡은 법학교육위원회 위원장인 신인령 이화여대 총장에게 들었는데 독대하는 과정에 노무현 대통령이 ‘지역균형 꼭 참고해서 제주대와 강원대는 부탁한다’는 말을 두 번씩이나 했다고 하더라.”

# “연구과제·용역도 중요하지만 비판정신 대학 몫...선출직 나서면 교수 그만둬야”

- 제주대가 국립대로서 위상이 꽤 높아졌지만 여전히 지방대란 한계에 갇혀있다.

“내가 총장 끝나갈 때 재선거에 도전했다. 결국 안 됐지만. 그때 내 슬로건이 제3창학을 주장했다. 제1창학은 초급대학 시절이고, 제2창학은 4년제 대학에서 종합 대학 승격을 가리킨다. 제3창학은 이제 앞으로 로스쿨, 수의과대학, 의전원 이런 것이 만들어졌으니, 활주로가 만들어졌으니 비상하는 출발을 제3창학으로 하자, 전국 20위권에 들어가자고 주장했다. 대학이 좋아지려면 첫째 좋은 교수가 와야 한다. 두 번째는 대학은 이해관계집단이 다원화 돼있다. 대학을 경영하는 사람이 어떤 방향으로 몰고 가겠다는 콘셉트가 있어야한다. 세 번째는 산학협력을 많이 해야 한다. 제주대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제주도를 대표하는 유일한 대학이다. 지방정부와 연결구조를 가지면 충분히 명문대 반열에는 들어설 수 있을 거라고 본다.”

- 뭐라고 해야 하나 좀 안주하려고 하는 분위기가 대학에 있다.   

“총장 재임시절 ‘제주대 정신’을 놓고 많은 생각을 했다. 대학발전기금을 만들기 위해 일본을 18회 다녀왔다. 교포들로부터 눈물의 현해탄을 건너서 일본에 정착하는 과정을 들으면 눈물이 안 날 수가 없다. 아, 이거다. 제주대 정신은 ‘불굴의 도전정신’이다. 옛날 제주 사람들은 먹고 살기 힘드니 바다를 건너서 생필품도 가져오고 제주도의 특산물도 팔았다. 고대 시대부터 그렇게 했다. 그런 DNA가 제주 사람들에게 있기 때문에 제주대의 정신은 불굴의 도전 정신이라고 생각했다. 졸업이나 입학 축사 때마다 말하곤 했다. 제주대에 우수한 학생들이 많다. 그런데 아쉬운 게 도전정신이 없다. 뭍으로 안 나가려고 한다. 나가야 한다. 그런 정신만 살린다면 제주대 학생들 우수하다. 제주대 출신 중 미국에서 교수하는 친구들도 많다. 박세필 교수도 제주대 출신이다. 제주도 안에서만 살려고 하니까 안 되는 거다. 늙어서 돌아오게 되더라도 나가자는 거다.”

- 도민사회는 어떤가. 동네 심방 안 알아주듯 ‘변방-지방대’란 인식이 강한 것 같은데. 

“총장 재직 시절 학부모들 만나면 이런 이야길 많이 했다. ‘제주도민들이 제주대학을 존경하고 인정하는 것 까지 바라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사랑해달라는 거다. 아직 피지 못한 꽃이기 때문에 높게 보거나 우러러 보지는 않더라도 우리가 잘 가꿔가야 한다. 제주대 발전이 없으면 제주의 발전이 없다. 제주대를 사랑해 달라’고 말이다. 제주도에서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제주대 출신이다. 구조적으로 그렇게 돼 있다. 사랑도 듬뿍 주고 격려해줘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여기에는 도민들에게 희망과 신뢰를 주지 못 한 학교의 문제도 있다. 그렇지만 한 인간이 성장하는 데 오래 걸리는 것처럼 학교도 발전하는 궤도에 오르는 데 상당한 노력을 경주하기 때문에 기대를 걸고 제주를 창조해나갈 거라는 신념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 대학은 지성의 전당이다. 대학은 사회의 나침반 역할도 한다. 비판정신이다. 그런데 요즘 대학을 보면 그렇지 못하다.  

“여러 원인이 있다. 민주 대 반민주, 독재 대 민주 같은 거대 담론이 사라져버렸다. 지식인역할이 지식표출보다 소위 도구적 지식인이 돼 버렸다. 거대담론 시절에는 쟁취해야할 어젠다가 있었는데 이게 사라지니 지식인 역할이 도구적인 역할로 흐르고 있다. 또 하나는 지식인의 생명은 비판성에 있는데 교수들이 용역을 하려는 데 욕심이 많다. 연구 과제를 안 하면 제자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시키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래서인지 용역 따오는 데 관심을 많이 갖는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물질주의 경향으로 흐르고 있지 않느냐는 시대적 원인도 있다.

▲ 고충석 전 총장은 제주대학이 여전히 부족한 점이 있지만 성장단계에 있는 만큼 지역사회와 도민이 제주대를 지원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제주의 발전을 이끌 핵심인력은 결국 제주대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 제주의소리
- 대학이 연구과제나 용역도 해야 한다. 그렇지만 건강성, 비판성을 잃어선 안된다. 우리사회가 좌우의 균형을 잡아야 하듯.   

“교수들 각자의 몫이다. 교수들 가운데서도 도구적인 지식에 초점을 맞추기도 하고, 어떤 교수들은 비판성에 중요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교수들이 알아서 할 문제다. 그래도 비판성을 강조하는 교수도 있다. 이런 분들이 지식 사회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서울대도 용역만 하려고 한다. 용역하지 않으면 제자들에게 교육 서비스를 제대로 못 시키니까, 그걸 통해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주고 서비스도 주고 자기 연구 성과도 내려고 하다 보니 비판적인 교수보다 용역 교수들이 많아진 측면이 있다. 총장이었을 때 교육을 잘하는 교수들에게 인센티브가 돌아가게 지표를 잘 만들려고 했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대학은 연구 잘하는 교수 못지않게 제자를 잘 기르는 교수들도 있어야 한다. 제자를 아끼는 선생을 만나는 학생이 확 바뀐다. 교육 중심의 교수에게 인센티브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 대학교수의 정치참여도 늘 논란거리다. 

“금도를 조절할 필요는 있다. 선출직에 나가는 교수들은 학교를 떠나는 게 맞다고 본다. 정치라는 것이 24시간 바쁜데 정치를 열심히 해야 하지 학교로 돌아오면 잘 안 된다. 지식인으로 자문을 한다거나 정책 건의를 한다거나 위원회 활동은 순기능측면이 많은데, 선출직에 입후보 하려는 사람들은 교수직을 정리해야한다고 본다. 학생들에게 미치는 좋지 못한 피해들이 있을 수 있다. 본인 입장에서도 빨리 정리를 해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 “기초부활, 중앙정부 반대...도의원 절반 줄일 수 있나? 행정시장직선제도 일단 해보자”

- 출판기념회를 준비했다가 보류했다. 강연회로 대신한다고 하는데 이유가 뭔가.

“지방선거가 다가오는 탓인지 요즘 출판기념회를 많다. 행정학과에서 정치적으로 오해 받을 소지가 있으니 총장님이 알아서 결정해달라는 의견을 냈다. 그래서 보류했다. 책은 이제 곧 나온다. 강연은 학생 상대다. 행정학 교수로서 어떤 생각을 하면서 학교를 다녀야하는가에 대한 고별 강연이다.”

- 강연제목이 <행정학과 제주의 미래>다. 고충석이 말하는 행정학이란 무엇인가.

“제주도-지방정부 기능에 대한 전면 재조정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제주도가 너무 팽창하고 있다. 작은 지방정부로 갔으면 좋겠다. 지금은 너무 크다. 제주도가 하는 기능들을 전부 검토해서 민간이 해도 될 부분, 경영을 위탁해야 할 부분을 민간으로 넘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툭하면 도청에 가서 이런 저런 주장을 하고 들어주라고 하니 오히려 민간에 활력을 세우는 쪽이 좋겠다. 이렇게 해서 성공한 케이스가 영국이다. 대처가 지방 정부를 개혁했다. 학술적으로 ‘신관리주의’라고 한다. 민간이 잘할 수 있는 건 민간으로 넘긴다는 취지다. 제주도가 가진 공공시설들, 종합문예회관이나 세계자연유산센터, 체육관 등 많다. 공공기관 관리 예산이 연간 1000억씩 든다. 이런 것들을 엄격히 판단해서 혁신 역량을 가진 많은 사람들에게 넘겼으면 한다. 충분히 작은 정부로 갈 수 있다. 그간 도지사 했던 사람들은 보면 개발연대, 정부 기능을 확장시키는 곳에서 학습된 사람들이다. 그래서 정부 기능을 줄인다는 생각을 못 한다.”

- 정부기능을 줄인다, 역할론 측면에서 보면 ‘신자유주의정책’이 아닌가.

“정부가 꼭 가져야 할 것은 갖는다. 내가 말한 건 신자유주의가 아니다. 영국도 지방정부 기능을 분석해서 민간에게 넘겨도 될 것만 넘긴다는 거다. 교육이나 복지는 넘기면 안된다. 막연한 생각인데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 커뮤니티비즈니스와 연관 시키면 소규모 다각 사업들이 많이 일어날 거다. 지방정부가 너무 커지니까 도가 무소불위의 힘을 갖고 도지사가 제왕적 도지사가 되는 거다.”

- 작은 정부로 가야 한다고 봤을 때 시군기능을 없앤 광역 특별자치도는 모순되지 않는가.
 
“특별자치도로 단일화하다 기능도 줄고 청사도 남을 줄 알았는데 ‘가설’이 틀렸다. 지방 정부를 운영했던 사람들이 왜 우리가 특별자치도를 해야 하는지 철학이 제대로 서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내가 주장했던 바였는데 여러 학술기관 조사에 의하면 행정시장은 두지 말자, 도지사와 대동제로 가면 연 800억 정도 절약할 수 있고 청사도 많이 남을 수 있다고 했다. 전제는 민간이 잘 할 수 있는 부분은 민간에 넘기라는 거였다. 그냥 넘기는 게 아니다. 매년 측정 지표를 만들고 그거에 상응하는 보조금을 주지만 지표를 못 채운 사람들은 되돌려놓는 거다. 내가 제주대 총장으로 간 후에 점진안이니 혁신안이니 하면서 과대한 특별자치도가 됐다.”

▲ 두 차례 행정개편 논의의 중심에 섰던 고충석 전 총장. 그는 현실적으로 특별법의 장점을 살리면서 문제점을 디모델링할 수 있는 길은 행정시장직선제라고 말한다.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은 된다고 덧붙였다. ⓒ 제주의소리
- 과거에도 행정개편 논의에 참여했고, 이번에도 위원장을 맡았다. 이번엔 행정시장 직선제를 권고했다. 개인적으로 보면 최선인가, 아니면 차선인가. 

“차선 정도는 된다. 최선은 교과서적으로 보면 기초의회가 있고 광역의회가 있는 건데, 모범답안일 뿐이다. 나라와 시대에 따라서 변형하는 데가 많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1계층 하는 데도 있고 2계층 하는 곳도 있다. 미국 LA는 인구 800만에 시의원이 15명밖에 안 된다. 특별자치도가 왜 이렇게 됐는지, 누구에게 원인이 있느냐 이런 문제가 제기되면 복잡해지겠지만 행정시장 직선제는 주민의 참여 욕구도 충족시켜주면서 도지사의 막강한 권한도 제한할 수 있는 제도다. 사람들이 이해를 잘 못하는 거 같다.
행정시장직선제가 선거에 의해 뽑히고 임기가 보장되고 권한은 조례가 아닌 법률로 부여하게 하자는 거다. 특별법 개정을 통해 서울시 구청장에 준하는 권한을 집어넣는 거다. 예산편성권과 조례요청권을 주고 도의회에서 심사하게 하자는 거다. 똑똑한 시장을 만나면 도지사 아무 소리 못한다. 도의회도 솔직해져야 한다. 기초의회를 둘 경우 광역의원을 반으로 줄여야하는데 받아들이겠나. 특별법 정신을 살리면서 부분적으로 리모델링할 수 있는 것은 행정시장 직선제밖에 없지 않나. 어떤 사람들은 기초의회 부활해도 특별법 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하는데 안 된다. 부산시가 하다가 안 됐다. 부산해양특별시를 하려고 했더니 중앙정부에서 기초의회를 없애라고 했다. 특별자치도엔 세율조정권부터 시작해서 특례조항이 아주 많다. 이것까지 포기하면서 예전으로 돌아가야 할 건지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행정시장 직선제 해보고 정 제주도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면 그때 논의해도 괜찮은 것 아니냐.”

- 정부가 행정시장 직선제를 과연 받아 주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행정시장 직선제는 받아줄 것으로 본다. 전국 광역시, 특별시도 구청장만 선거하고 기초의회는 없애자는 것이 지방자치학계의 일반적인 여론이고 정책 당국도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게 추세에 맞다.”

- 정치권에선 행정체제개편 문제를 차기 도정 과제로 넘기라고 한다.
  
“국회의원들은 (행정시장 직선제를) 찬성하기 쉽지 않을 거다. 정치 생명 연장과 관련해서 보면 꼭 그럴 필요 있느냐고 이야기 많이 하는데 전체 정치권은 어떨지 모르지만 새누리당 중앙당은 받아주지 않을까 하고 본다. 지역 정치권은 자기중심적으로 정치적 손익계산을 하는 거다. 경쟁자가 한 명 더 늘어날 수 있고, 권력을 나눠야하고 또 (행정시장)그들이 국회의원에 도전할 수 있으니까. 개인적 동기도 무시할 수 없을 거다.”

- 지역산업, 재정자립도 낮은 제주는 중앙정부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총장 시절 예산 확보에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다.

“중앙에 가서 돈 끌어온다는 것은 부지런해야한다. 자주 가서 면담하고 만나고 인맥을 동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논리를 잘 개발해야 한다. 나는 중앙에 기획청 비슷한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대정부, 대민간을 상대로 ‘제주도의 계획은 이렇습니다’, ‘발전방향은 이렇습니다’ 설명하고 로비하는 집단이 있어야 한다. 또 하나는 언제까지 중앙에 의존할 거냐다. 너희들대로 살아보라고 해서 특별법을 만든 거다. 특별법이 가진 조항으로 돈 벌 수 있는 방법이 여럿 있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필요하다. 지역의 형평성을 제기하니 다른 지역에 손해를 안 끼치는 어젠다를 개발해야 한다. 제주가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 등으로 세계환경수도를 이야기하는데 환경보전과 관련한 입도세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 두 번째 중국인들이 많이 오는데 제주도에 돈 떨어뜨리는 게 없다. 자기들이 만든 여행사와 식당과 쇼핑센터, 숙박시설에 돌리고 있다. 완전히 ‘가두리관광’이다. 여기에서 제외되는 게 면세점이다. 신라와 롯데 허가권이 관세청에 있다. 특별법 개정으로 허가 권한을 제주도가 가져와서 돈을 받는 거다. 캐나다는 영주권을 줄 때도 돈을 받는다. 국공유지를 매각할 때 목적대로 쓰지 않을 경우엔 매각한 금액으로 다시 사들이는 환매권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보광 피닉스 아일랜드처럼 국공유지를 줬더니 중국인에게 팔아 46억원 차익만 남기는 그런 사례는 막아야 한다. 중앙정부에 매일 돈만 달라고 떼 쓸 게 아니라 특별법 이점을 활용해서 지방정부가 스스로 돈 버는 어젠다를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만드는 두뇌집단이 있어야 한다.”

▲ 지역 인재문제가 나오자 그는 '제주판 3김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제주판 3김의 니편 내편 가르기로 포섭과 배제의 전략을 쓰는 탓에 그들 그룹에 끼지 않고는 제주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며 제주판 3김이 정계에서 떠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 제주의소리
# “제주판 3김 때문 인재 클 수 없어...누가 잡아도 2/3는 안티세력-지역발전 방해될 뿐"

- 결국은 사람이다. 수십 년 동안 인재, 사람 키우는 문제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전혀 달라지는 게 없다. 안 키우는 건가 못 키우는 건가. 

“제주판 3김의 영향이 크다. 공개경쟁이 아닌 자기사람만 뽑는 ‘포석과 배제’의 논리로 가다 보니 사람이 인재가 크질 못한다. 그 그룹에 들어가지 않으면 제주에서 취직도 못하고 일을 하려고 해도 못 한다. 사업도 안되고 심지어 꽃 장사도 안 된다. 꽃 납품하는 데 도청이 제일 큰 시장이다.  기념품점 식당도 마찬가지다. 특별법 만들 때 도지사는 5년 단임으로 하자고 주장했다. 그런데 23년을 제주판 3김이 하다 보니 갈기갈기 편만 나눠졌다. 어디에 시험을 보려고 해도 실력으로 뽑힌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러니 사람이 클 수 있나. 똑똑한 사람들은 좌절한다. 고향에 가려고 해도 줄 안서면 취직도 안되고 사업도 안되기 때문에 마음으로만 고향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내가 알기론 아주 유능한 인재들이 많이 제주에 와 있다. 이 사람들이 핵심 역량을 활용할 생각을 해야 한다. 활용을 하지 않을 뿐이다.”

- 최근  ‘제주판 3김’이 다시 정치권 전면으로 나오는 양상이다. 우근민 지사는 몰론, 정계에서 은퇴한 김태환 신구범 전 지사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개인적으로 그 분들과 가까운 사이다. 현직 지사와는 내가 발전연구원장도 했었다. 그것은 그때 내 역할이었다. 앞으로는 3김 시대는 종말을 고해야 한다는 거다. 그 분들이 능력이 없거나 업적의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게 아니라 이제는 떠나야 될 때라는 거다. 세 분이 봉건영주 비슷하게 23년을 하다 보니 창의적 인재들이 일할 수 없고, 모든 것은 니 편 내 편 가르다보니 인재가 크질 못한다. 도민들도 상당히 피로해 있다. 어디 가서 말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해도 100살까지 일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자질도 있고 능력이 있어서 지사를 했지만 이제 21세기란 게 농경사회 산업사회 정보화사회를 거쳐 학자들은 개념과 감성의 시대에 돌입했다고 한다. 하이컨셉, 하이터치 시대인데 여전히 그들은 산업사회 패러다임으로 도정을 운영하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시대에 맞지 않다는 거다. 세 분 다 제주도의 자산이고 역사는 인정해줄 테지만 사람은 떠나야 될 때가 있는 법이다. 나도 2년 남겨두고 이제 떠나야 될 때라고 해서 떠나는 거다. 아무 소리 말고 떠나야 한다.”

- 그 분들은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이 중차대한 시기에 떠나면 특별자치도는 누가 이끄냐’고.

“역사는 다 그렇게 흘러왔다. 이분들이 떠나면 이분들 보다 더 잘할 수 있는 후배들이 나타난다. 그래서 5000년 역사가 흘러온 거 아니냐. 박정희 대통령 서거할 때도 일부에선 ‘우리가 어찌살꼬’ 그런 말들이 있었지만 여태 잘 흘러오지 않았느냐. 제주도도 마찬가지다. 그건 역사해석을 독점하려는 지극히 자기 개인중심적 사고에서 나온 거다. 이젠 떠나야 한다.”

- 3김이 ‘포섭과 배제’ 전략을 썼다고 하는데, 그 체제를 만들고 유지하려는 기득권도 만만치 않다. 현실적인 힘을 과시한다.

“그게 특별자치도가 되면서 더 강화된 측면이 있다. 권력의 핵심이 한군데로 모아지면서 이권통로가 단일화 됐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 행정시장 직선제만이라도 돼야 한다. 평생 세 사람과 줄 서서 동맹 체제로 살아온 사람들, 사실 이런 사람들도 피곤해하고 있을 거다. 21세기 제주도가 나아가는 데 3김 시대가 방해된다. 그들로서는 도민 역량을 모으지 못한다.  누가되든 1/3이다. 누가 잡든 2/3는 안티다. 그게 그 자식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는 봉건영주국가가 아니다. 전국의 3김 중 둘은 그래도 민주화운동 열심히 했던 사람들이다. 목숨을 건 투쟁도 했다. 그런데 제주는 아니다. 서울의 3김과는 개악된 제주판 3김이다. 문제는 그들은 서로 갈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적대적 의존적 관계’다. 서로권력을 놓고 으르렁 거리지만, 다른 편으로 자신들 기득권을 유지시켜나가기 위해 서로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이젠 떠냐야 한다.” 

▲ 고충석 전 총장은 제주판 3김은 서로 미워하면서도 서로를 돕는 '적대적 의존관계'라고 분석했다. 누가되든 2/3는 안티세력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제주판 3심시대 종말을 위해 지식인으로서의 역하를 하겠다고 말했다. ⓒ 제주의소리
# “제주판 3김은 ‘적대적 의존관계’...3김시대 종말위해 역할 있다면 하겠다”

- 지도자를 뽑는다는 게 우리세대도 중요하지만 미래-미래세대를 위한 비전을 주는 측면이 강하다.   

“이들은 제주도 기관장 선거에도 영향을 미친다. 제주대 총장 선거도 도지사 권력이 개입한다. 되면 모략하고 지사와 만나는 걸 가로막는다. 어느 공기업은 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직원에 대한 해임과 복직이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피곤해서 어떻게 살겠나. 그들의 잣대로 누구는 누구편, 누구는 누구편 다 이렇게 분류해버린다. 도민들을 이제 그만 피곤하게 만들라는 거다. 능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세 분 다 도민의 자산이다. 제주도 역사는 그분들을 기억할 거다. 그러나 떠나야 될 때다.

- 세대적으로 본다면 제주판 3김 이후 고 총장 세대를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웃음) 고마운 이야기지만 다른 지역에선 우리는 세대교체 대상이다. 현직 국회 의원들이 중추세대 아니냐. 젊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시대엔 내 나이만 해도 교체 대상이다. 다만 역할은 할 수 있을 거다.”

- 일각에서 퇴임 이후에 행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시각이 있다. 또 차기 후보군으로 거론하기도 한다. 내년 지방선거에 나설 생각은 없나.

“그런 의견들도 있다는 걸 부정하지 않겠다. (내년 도지사선거) 출마는 생각한 바 없다. 다만 나간다, 안 나간다보다는 지식인으로서 할 역할이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은 있다. 앞으로 2~3년이 내 역할 마지막 아닌가, 그 후엔 후배들이 할 수 있도록 자리를 양보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영향력은 없지만 새로운 정치 질서를 만들어내는데 내가 필요하다면 역할을 하고 싶다. 3김 시대와 고별하자고 주장하고 싶다. 그런 걸 중심으로 모이면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술자리에서나 3김 안 된다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총대를 메는 사람은 없다.”

- 그럼 필요하다면 직접 총대를 메겠다?

“3심시대 고별을 계몽하는 것에 대해 글도 쓰고, 사람도 모이면 역할도 하고 이렇게 해보려는 거다. 그게 안 되면 할 수 없지만...모든 일은 운명처럼 다가올 수 있다.”

- 행정학자로서, 제주발전연구원장, 그리고 제주대 총장을 거치면서 누구보다 제주의 미래를 설계할 기회가 많았을 거다. 제주는 이렇게 가야되지 않나하는 미래를 그려 본다면.

“대규모 집중개발과 소규모 다각개발이 있는데 제주는 경제성과 생태성, 즉 성장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고 생태적 가치를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예전에는 성장 담론이 지배담론이었다. 환경적 가치는 대안 담론이었다. 그런데 21세기 제주는 생태를 주장하는 대항담론이 지배담론까지 올라 올 거다. 이 말은 제주도는 자연환경으로 벌어먹어야 한다는 뜻이다. 자연환경을 원금으로 돈을 버는 거다. 이게 자연자본주의다. 성장 위주의 개발은 상당히 제한시켜야 한다. 지금 투자진흥지구가 36개 있는데 아주 축소시켜야 한다. 성장 위주의 개발전략보다는 생태나 환경을 활용하는 개발 전략이 중요하다. 예컨대 MICE 산업, IT나 BT CT 산업, 농축수산물 가공 산업, 1차 산업 활용한 관광산업 등을 활용해야 한다.

또 하나는 주민참여를 주장한다. 분배주의다. 제주도 개발해서 도민에게 돌아가는 게 뭐가 있나. 중국관광객 많이 와 봐야 토착여행사는 다 죽어가고 있다. 자기들끼리 ‘가두리관광’만 한다. 주민들에게 분배주의는 어떻게 갈 거냐.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마을 만들기를  통해서 마을 사업이 가능하다. 이런 것들을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소규모 다각 개발 산업을 권장해야지 대형 리조트 짓고 투자진흥지구해서 한라산 중산간 다 깨부수면 21세기 말이 되면 제주환경은 샘플로만 남을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골프장이 26개가 있는데 흑자유지는 4~5밖에 안된다. 개념과 감성의 시대에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자연의 장점을 잘 활용한 융복합산업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 며칠 있으면 퇴임이다. 이 자리를 통해 도민들에게 할 말씀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해 달라.

“천학비재(淺學菲才)하고 불민(不敏)한 사람이다. 서정주가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라고 했듯, 나를 키운 건 제주대학교다. 6할 정도는 된다. 제주대 교수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고 월급쟁이로 살면서 가정을 유지하고 내 활동·주장에 제주도민들이 애정 어린 눈으로 봐주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었다. 내 인생의 6할은 고향에 돌린다.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이냐, 돈을 벌거나 세속적인 명예를 추구하겠나. 어떤 자리에 가든 봉사하는 자세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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