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욱의 '野'한이야기] (13) 역대 최대 신인 드래프트, 제주출신 선수들 희비 교차

▲ 2014 한국 프로야구 신인 지명회의 결과(KBO제공)

2014년 신인으로 프로야구 무대에 등극할 선수들이 팀별로 확정되었습니다. 지원자 720명 중 프로팀의 지명을 받은 선수는 총 117명에 이릅니다. 고졸, 대졸 선수들의 프로구단 취업률이 14.6%에 이르는데, 이는 신인 드래프트 시행 이래 역대 최고의 규모라고 합니다. NC와 KT의 창단으로 프로 야구의 문이 훨씬 넓어졌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졸업하는 선수들에겐 희망과 좌절이 교차하는 시기인데요, 프로구단의 선택을 받은 선수들은 꿈꾸던 프로무대에 설수 있다는 설렘으로 가득할겁니다. 반대로 선택을 받지 못한 선수들은 재기를 노리며 많은 땀을 흘려야 하겠지요.

역대 최대규모 신인 드래프트

올해 프로야구 신인선수 지명은 지난해 새롭게 프로무대에 등극한 NC와 새로 팀을 꾸리는 KT구단의 사정 등을 배려해 지난해보다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올해 신인 지명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지난해까지 사라졌던 구단 연고 선발제가 부활했다는 점입니다. NC와 KT를 제외한 8개 구단이 지역 연고선수 1명을 우선하여 지명한 후, NC와 KT가 지역에 상관없이 남은 선수들 중에 각각 1명씩 지명하는 것인데, 이를 1차 지명회의라고 합니다. 지난 7월 1일에 열린 1차 지명회의에서 고졸투수들이 인기가 높았습니다. 특히, LG구단이 제주고 투수 임지섭을 선택한 것을 두고 언론이 "LG가 대어를 낚았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2차 지명은 지역연고에 상관없이 진행되는데, 10라운드에 걸쳐 구단별로 각각 10명의 선수를 지명합니다. 홀수 라운드는 전년도 성적의 역순(NC-한화-LG-넥센-KIA-롯데-두산-SK-삼성-KT), 짝수 라운드는 전년도 성적 순(KT-삼성-SK-두산-롯데-KIA-넥센-LG-한화-NC)으로 지명권을 행사합니다. 2차 지명회의에서는 1라운드가 끝난 후에 신생팀인 KT에게는 5명의 선수를 특별 지명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 것도 눈여겨볼 만한 정입니다.

제주 임지섭 "대어 낚은" LG, 제주 출신에 관심 많은 한화 

2차 지명회의는 지난 8월 26일에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렸습니다. 1차 지명회의에서 고졸 거물급 투수들이 모두 지명되었기 때문인지, 2차 지명에서는 대졸 투수와 고교 내야수들이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올해 제주국제대 출신 신인투수 송창현의 활약이 두드러졌기 때문이었을까요? 한화는 2차 지명회의 3라운드에서 제주국제대 외야수 박준혁을. 5라운드에서는 제주고 투수 조영우를 지명했습니다.

 

▲ 오두철 선수(고양 원더스 제공)

한편, 이번 지명회의에 고양원더스 선수 3명이 드래프트 신청을 해서 결과에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황목치승, 오두철, 안형권 등이 그 주인공들인데요, 이들은 일본과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해외파로 분류되며,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프로 2군 선수들과 겨뤄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 선수들입니다.

 그런데 기대와 다르게 이들 모두 2차 지명에서 쓴맛을 보았습니다. 이들의 나이가 적지 않은데다 고양 원더스 선수들은 굳이 신인을 통하지 않고도 필요하면 언제든지 이적절차를 밝아 영입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며칠 전 <제주의소리> 기사에 보도된 것처럼 세 명 중 오두철, 황목치승 선수는 제주출신 85년 동갑내기입니다. 제주남초등학교에서 야구를 시작했고, 제주제일중에 진학하여 한 때 제주 야구를 대표했던 선수들입니다.

오두철과 황목치승의 고배, 안타까운 이유

 이 두 명을 발굴해서 야구를 가르쳤던 제주남교 장일복 당시 감독은 "두 명을 내가 가르쳤는데, 정말 성실하게 잘 따라했다. 그런데 치승이가 체격이 왜소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노력으로 많이 극복하는 것 같아 다행"이라며, 이들의 앞길을 걱정 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사실 이 두 명이 미래에 대해 제가 각별히 관심을 갖는 것이 제주출신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 황목치승 선수(고양 원더스 제공)

 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제주도에 진학할 중학교가 없어서 선수와 학부모가 고민에 빠졌을 때, 도내 야구계에 두 가지 흐름이 있었습니다. 한 가지는 전통이 있는 육지부 중학교로 진학하려는 것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제주도에 중학교 야구부를 창단한 후에 훌륭한 지도자를 모셔서 제주도 야구를 키워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오두철과 황목치승은 제주도 야구를 짊어지겠다며 '미련하게' 제주에 남았다가, 어린 나이에 많은 냉소와 모멸감을 경험했던 선수들이기 때문입니다.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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