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현 칼럼>  도민들 삶의 질 높이는 방향으로 국제자유도시 방향 전환해나가야

사람과 자본 그리고 상품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국제자유도시. 제주는 2002년 김대중 정부 때 국제자유도시로 지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 기원에 있어서는1997-8년의 외환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외자유치 의도가 작동한 것이었지만, 또한 세계화가 대세인 2000년대의 세상에서 신자유주의의 흐름에 발맞춰 도내외로부터 각광을 받기도 했다.

제주국제자유도시 기획은 싱가포르와 홍콩 등 성공적인 개방도시 국가를 벤치마킹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10년을 돌이켜 보면 이들 개방도시 국가들에서 보이는 수준으로 중앙정부차원에서 대대적인 지원이 제대로 뒷받침이 되었는지는 회의적이다. 그 이유가 중앙정부의 정책기조가 2000만이 살고 있는 수도권 위주에 있었다는 것 말고도 인구 60만의 제주에 커다란 특례를 줄 만한 정치적 유인이 없기 때문이었을까.

실례로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관련해서보더라도 중앙정부는 여전히 수도권 위주의 금융허브론에 매달렸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제주국제자유도시가 ‘홍가포르’처럼 되기에는 출발부터 역부족이었을지도 모른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국제자유도시를 기획-추진함에 있어서 도민의 활력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위로부터 탑다운으로 제시된 국제자유도시를 적극 추동해 나가는 데 가장 중요한 인적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현실 인식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도민사회 내부의 추동력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대표적으로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해 나갈 일정 수준의 외국어 운용에서 도민의 호응도는 크지 않다.

더 큰 문제는 무엇을 위한 국제자유도시인지의 철학이 부족한 것일게다. 도민 내부의 역량제고를 위한 장기적 투자가 없이 단기적으로 외자유치라는 대외의존적 성장논리에만 기대는 것은 결코 지속가능한 제주를 만들지 못한다. 지금처럼 외자유치와 관광객 확충에만 급급해하는 저간의 외향적 정책으로는 오늘날 눈에 보이는 바 그대로 제주가 중국자본에 의한 ‘중국인관광도시’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경제연구소에 의뢰한 제2차 국제자유도시 청사진에 따르면, 2012년부터 제주는 중국을 주 타깃으로 삼아 향후 10년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2012년 중국관광객은 100만을 돌파하였다. 경제적 부를 갖춘 중국인이 많아지면서 제주를 찾는 관광객과 투자자가 느는 것은 자연스런 것이고, 또 국제관광휴양지를 꿈꾸는 제주로서는 환호할 일이다.

그런데도 제주도민은 불만이 크다. 왜 그럴까? 중국 관광객 가운데 80% 이상이 도내 중국인여행사(20개)를 통해 제주에 들어와서는 중국계 자본이 운용하는 쇼핑센터(14개)와 신라-롯데 면세점 등에서 돈을 쓰며 중국계 자본의 호텔(13개)에서 머물다가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국제자유도시 비전을 폐기하는 것은 유용한 해법같지는 않고, 오히려 대대적인 수정보완이 요구된다고 본다.

예를 들면 제주를 세계적 수준의 문화, 감각, 매너, 생활환경을 갖춘도시로 가꾸어나가는 데서 국제자유도시가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도내외 120만 제주도민들이 과연 우리에게 국제자유도시란 무엇일까를 두고 한 번 더 지혜 모음과 다짐을 할 필요가 있다.

▲ 양길현 제주대 교수·제주내일포럼 공동대표.

200만의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 1천만 관광객 시대에 제주국제자유도시는 어떤 변신을 도모해 나갈 것 인지. 그 하나로 ‘작은 것이 아름다운’ 자영업의 살 길 찾기를 통해 제주도민의 삶의 질 제고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방향으로 국제자유도시를 전환해나가는 건 어떤지.

2014년 6월 그런 문제의식과 철학을 가진 리더십의 등장을 기대해본다. / 양길현 제주대 교수·제주내일포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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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서울제주도민회신문> 9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도민회와 필자의 동의를 얻어 제주의소리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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