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주의 경제칼럼]

경기침체는 소비지출이 부족해서 생긴 것이므로 정부가 재정적자를 감수하고 지출을 늘여야 한다는 것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케인즈 경제학의 골자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 정부의 부채 규모가 이미 도를 넘었으므로 그 대안으로 등장한 해법이 소위 양적 완화, 즉 중앙은행이 시장에서 일정한 규모의 채권을 꾸준히 매입하는 것이었다. 금년말로 물러나는 미국 연준 의장 버냉키의 6년 임기는 양적 완화에서 시작하여 양적 완화로 끝나려 하고 있다.

지난 주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는 이와 관련된 내용을 코뮤니케에 담았다. 거기에는 우선, 자본이동 및 환율에 있어 과도한 변동성은 세계경제와 금융의 안정을 해치므로 주요 선진국들의 통화정책 선회는 신중하게 하기로 한다는 언급이 있다. 이것은 지난 5월 미국의 양적 완화의 축소가능성이 처음 도마에 오른 후 급격한 자본유출과 환율인상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주변 여러 나라들의 블만을 어루만지는 부분이다.

그러나 코뮤니케는 이렇게 이어진다. "세계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정상적인 통화정책으로의 전환이 궁극적으로 수반되어야 함을 우리는 인정한다. 각 나라들의 건전한 거시경제정책과 구조조정은 이 정상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동성 증가를 진정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리하자면 그 동안의 양적 완화는 비정상적인 것이었음을 인정하면서 이것의 정상화에 따른 여러 가지 부담들은 주변국들이 감내해야 한다는 취지다.

얼마나 비정상이었는가를 보자. JP모건 연구팀의 예측에 따르면 미국 전체의 확정금리부 채권 신규발행은 2013년 중 월평균 930억달러 규모인데 연준이 작년 12월 이래 매입하고 있는 채권 물량 월 850억달러는 규모 면에서 신규 물량의 90%에 해당되는 크기다.

미 양적 완화의 엄청난 업보

이에 따라 연준의 대차대조표 잔액은 2007년 말 8000억달러에서 2013년 8말 현재 3조6000억달러로 증가했다.

이 금액은 미국 GDP의 22%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 비율이 20%를 넘은 것은 세계대공황 때와 세계2차대전 때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비정상의 정도가 심했던 만큼 정상화가 동반할 변동성의 크기는 가히 상상할 만 하다.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있는 또 다른 상황이 시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다. G20는 이와 관련하여 별개의 공동성명(Joint Statement)을 발표했는데 시리아의 대량 화학무기 사용에 대해 국제사회의 강력한 응징을 촉구하는 내용의 이 성명서에 서명한 나라는 미국을 포함하여 12개 나라에 그쳤다.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독일과 멕시코, 그리고 G20 회원의 하나인 유럽연합은 서명에 참가하지 않았다.

G20 정상회의와 병행하여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인접한 리투아니아의 빌니우스에서는 유럽연합 28개국 외무장관 회의가 개최되었는데 여기에서도 화학무기 사용 그 자체에 대해서는 강력히 비난하지만 군사행동은 유엔 프로세스를 통해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미국의 군사행동 의도는 서방의 우방국들뿐 아니라 미국 의회로부터도 제대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10년 전 이라크 전쟁의 악몽 때문일 것이다. 침공의 주된 빌미였던 대량살상무기의 존재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판명되었기 때문이다.

이번의 경우, 화학무기 사용은 부동의 사실이지만 그것이 누구의 소행인가 하는 뜬금없는 질문을 미국은 너무 가볍게 받아 들이고 있는 것 같다.

어정쩡한 미국, 변동성 키워

여당인 민주당 하원의원 중에서도 미심쩍어 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오레곤의 얼 블루너 의원은 누가 "좋은 편"인지를 모르겠다, 그리고 뉴욕의 티모시 비숍은 아사드 정권의 소행이라는 100%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 라고 한 트위터가 블룸버그 뉴스에 보도되고 있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어제(9월10일) 예고 했던 오바마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러시아와 시리아의 느닷없는 제안으로 김이 빠져 버렸다. 시리아의 모든 화학무기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진정성이 있으면 그보다 좋은 결과가 없겠으나 미국의 어정쩡한 행보를 틈탄 역공작일 수도 있어 대응이 어려워 보인다. 이 와중에 국제 원유 가격은 110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양적 완화의 철수와 중동의 불안은 환율, 자본 및 유가증권 시장, 그리고 원유가격 등에 있어 큰 폭의 변동성을 예고하고 있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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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내일신문> 9월 11일자 '김국주의 글로벌경제' 에 실린 내용입니다. 필자의 동의를 얻어 <제주의소리>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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