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주체·목적 숨겨 특정응답 유도…“계약도 3개사 아닌 1개사와만 체결”

제주도가 도내 일간지 3사에 맡겨 실시한 ‘행정시장 직선제’ 여론조사가 특정 응답을 유도하기 위한 설문방식뿐 아니라 계약 과정도 문제투성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김용범 위원장은 16일 오전 ‘원 포인트’ 임시회 제1차 회의를 열어 제주도가 제출한 ‘제주특별법 제도개선 과제 행정시장 직선제’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위원회 차원의 가·부 의결 없이 본회의에 상정, 전체 의원들의 의견을 묻는 게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행자위는 먼저 우 지사가 요청한 상임위 출석·발언과 관련해 “제주특별법 제도개선 및 행정체제 개편 관련 논의 과정에서 도지사의 출석을 여러번 요구했지만, 대리인을 참석시키는 등 단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가 똑 같은 사안에 대해 관례에도 없던 상임위에 출석해 발언하겠다는 취지는 본인 필요 여부에 따라 출석하는 도의회가 아니”라며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상임위원회 차원의 심사 및 의결을 생략한 이유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우선 도민여론조사의 설문 방식이 특정응답(행정시장 직선제 찬성)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또 △행정시장 직선제를 ‘모른다’는 응답자의 찬반의견 유효표본화의 문제점 △찬·반 응답 유보층을 제외시켜 찬성비율을 의도적으로 부풀린 점 △응답유보층 규모를 축소시킨 의혹이 짙은 점 △조사설계대로 조사하지 못한 상황에서의 가중치 적용과 그 규모가 17%에 이른 점 등의 이유로 조사의 신뢰성이 결여됐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행정시장 직선제 인지도가 없는 표본을 제외해 찬반비율을 재구성했을 때 찬성 비율은 40%에 불과하다”면서 “도민의 절반 이상이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해 모르거나 반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민여론조사 계약과 관련해서도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제주도는 지난 8월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 3사에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대행 실시할 것을 의뢰키로 한다”고 밝혔지만, 제주발전연구원으로 확보한 계약체결서류를 보면 8월30일 언론 3사 중 1개사와만 계약체결이 되어 있다.

만약 공동이행으로 사업 수행을 하려면 공동수급협정서가 있어야 하지만 이마저 지켜지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집행기준(예규 347호) 공동도급에 따르면 ‘계약담당자는 공동계약체결 시 공동수급체의 구성원 전원이 계약서에 연명으로 기명, 날인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여론조사 주체와 목적도 숨긴 사실이 드러났다.

박주희 의원에 따르면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조사주체가 제주특별자치도가 아닌 언론3사로 되어 있어, 도의 정책결정을 위한 중요한 조사가 아니라 언론보도를 위한 상대적으로 가벼운 여론조사로 인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조사주체, 목적을 숨긴 조사에 대해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얻은 결과 ‘여론조사를 함에 있어 안내문구에 제주도에서 언론3사에 의뢰해 실시하는 긴급 여론조사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명시하는 게 맞다’는 답변을 얻었다”면서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인지도가 없음에도 가벼운 조사로 인식, 행정시장 직선제 찬반시 찬성을 지지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제주도가 언론3사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인지도가 49.3% 밖에 안됐지만 제주도민 85.9%가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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