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신궁(神宮)의 문을 여는 심방의 길
하늘 신궁(神宮)의 문을 여는 심방의 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무병의 제주, 신화] (24) 무조신화 초공본풀이 6

신의 아이가 어른이 되어 심방이 되면, 굿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된다. 굿은 맑고 공정한 저승 법으로 병든 속세의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이다. 굿을 하는 심방은 귀신과 생인 사이에서 놀며 귀신에게는 인간의 뜻을 전달하여 축원할 땐 축원하고, 귀신으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은 인간에게 말해 준다. 말하자면 심방은 신과 인간의 중재자이다.

심방은 현실 세계의 변호사 역할을 한다. 그리고 판사 역할은 신이 한다. 변호사가 심방이니까 인간의 병, 죄와 부정 그런 것을 어떻게 좀 봐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심방은 무슨 뜻일까. 심방은 “신의 길을 간다”는 의미에서 신방(神方)이라고도 하며, 굿의 사설에 자주 나오는 “신의 아이, 신의 형방(刑房)”처럼 신방(神房)의 뜻이다.

이승의 양반 관리들은 세속의 법으로 인간을 잡아 가두지만, 심방은 변호사가 되어 맑고 공정한 저승 법으로 신에게 인간의 죄를 사하여 달라고 간절하게 빌어 인간을 구한다. 팔자를 그르쳐 심방이 되는 것은 과거에 급제한 세속의 길을 포기하고 심방의 되어, “신의 덕에 먹고, 입고, 자겠다”는 결의이며, 신의 길을 따라 저승 삼시왕 삼천천제석궁(三千天帝釋宮)에 갇힌 어머니 자주명왕 아기씨를 구하겠다는 신의 부름이며  동시에 부처님의 뜻이었다.

▲ 무점구 산판 ‘천문과 상잔’ 중의 천문(天門). ⓒ문무병

심방이 되어 저승으로 가는 데는 천지공사(天地公事)를 맡아보는 외할아버지(外親)가 신들과 만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준 배석자리와, 황금산 주접선생의 신통력이라는 부처님의 뜻[法力]으로 천지의 문, 즉 하늘 신궁의 문을 여는 방법을 가르쳐 준 아버지 황금산 주접선생(姓親)의 도움이 필요했다.

외할아버지를 찾아가니, 배석(拜席) 자리를 내어 주고 어머니를 찾으려면 황금산 도단땅 아버지를 찾아가라 일러즈었다. 그때 생겨난 법으로 심방이 굿하러 가면, 신(神)자리라 해서 돗자리를 깔아 주는 법이 생겼다. 심방은 신자리 위에서 춤을 추고, 절을 하며, 굿을 진행해 나가기 때문에 제주도의 큰굿에서 굿 한 마당을 굿 한 석(席)이라 한다.

황금산 도단땅에 아버지를 찾아갔다. 아버지를 찾아가는 길은 주몽신화(朱蒙)와 같이 지혜를 시험하는 ‘수수께끼’를 지니고 있다. “나를 찾아오며 보았던 것이 무엇이냐?” “하늘(天)∙땅(地)∙문(門)입니다.”하고 삼 형제가 대답하자, 아버지 황금산 주접선생은 동그란 놋쇠에 ‘천지문(天地門)’이라 새겨진 천문을 만들어 주었다.

천문은 굿을 할 때 신의 뜻을 묻는 무점구(巫占具)가 되었다. 절간 법당을 지키는 아버지 황금산 주접선생이 아이들에게 가르친 것은 하늘의 문을 여는 굿의 원리이며, 과거를 했을 때 양반의 행차처럼 춤을 추고 노래하며 굿을 하라고 굿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어머니를 찾으려면 팔자를 그르쳐 심방이 되라 하였다.

▲ 신판점을 치는 심방. ⓒ문무병

황금산의 주접선생은 “큰아들아, 과거에 합격하니 무엇이 좋더냐? 도임상(到任床)이 좋았습니다. 설운 아기야, 그러면 넌 굿을 할 때는 초감제를 맡거라. 셋 아들아 과거를 하니 너는 무엇이 좋더냐? 어수애(御賜花) 비수애(妃賜花)를 꽂은 날개 달린 관복이 좋았습니다. 그러면 그런 관복을 입고, 신을 맞이하는 <초신맞이> 굿을 해 보아라. 작은 아들은 무엇이 좋더냐. 과거에 급제하여 행차하는 광경이 정말 구경할 만 했답니다. 그러면 너는 열두시왕(十王)을 맞이하는 <시왕맞이> 굿을 맡아라.” 하였다. 그리하여 삼천선비가 어머니를 죽여 삼천전제석궁 깊은 궁에 가둬버렸을 때, 삼 형제가 과거에 급제하여 부귀영화를 누리는 세속의 길을 포기하고, 팔자를 그르쳐 어머니를 살리려 했던 최초의 굿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초감제>는 관복을 차려 입고, 과거 급제하여 도임할 때 받던 상을 좋아한 큰 형님이 맡았다. 최초의 굿에서 <초감제>는 이승에 관리가 되기를 포기하고 심방이 된 큰 형님이 다시 관복을 입고, 저승법을 집행하기 위하여 하늘에서 내림하는 신들을 청하는 청신의례(請神儀禮)라는 것이다.

<초신맞이>는 관복을 차려 입고, 과거에 급제하여, 가마를 타고 하인을 거느려 행차하는 과정을 인상 깊게 보았던 둘째 형님이 맡게 되었다. 최초의 굿에서 <초신맞이>는 하늘에서 내려온 신들의 행렬을 오리 밖까지 가서 맞이하고 모셔 오는 영신의례(迎神儀禮)이다. 끝으로 <시왕맞이>는 남수화주(藍水禾紬) 적쾌자(赤快子)에 갓을 쓴 관복 차림을 좋아한 작은 아들이 맡게 되었다. 이 관복 차림은 <차사본풀이>에 등장하는 인간차사 강림이 저승갈 때의 차림과 같다.

▲ 신궁의 문을 여는 <군문열림>. ⓒ문무병

<시왕맞이>는 저승의 관복을 입고 열두시왕(十王)을 맞이하여 환자의 명과 복을 이어주고, 죽은 영혼을 천도(薦度)하는 의례이다. 따라서 제주도의 큰굿은 황금산 주접선생 대선사가 중생(民衆)을 구제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택한 굿으로, <초감제>∙<초신맞이>∙<시왕맞이>를 기본 틀로 하는 제주굿의 원형이 집안의 사정에 따라 다른 굿이 포함되어 전체적인 모양새를 갖추게 된 것이다.

 

▲ 문무병 시인·민속학자.

그리고 각 굿의 제차마다 각기 다른 심방들이 자기가 잘 하는 굿 한 자리(一席)씩 맡아서 하는 것이 보통이다. 심방이 깔아놓아 신을 맞이하는 배석자리는 외할아버지가 깔아준 저승의 맑고 공정한 법으로 다스리는 굿판이며, <신자리>마다 신을 청하여 심방은 인간의 간절한 사연을 변호하여 인간을 살려주겠다는 신의 심판을 받아내는 것이 심방의 역할이 되었다.

<제주의소리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0 / 400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순 추천순 이 기사에 달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