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병의 제주, 신화] (25) 무조신화 초공본풀이 7

굿은 하늘 신궁(神宮)의 문을 열어 신들을 지상에 내려오도록 하는 하강(下降) 의식이며, 이를 청신(請神)이라 한다. 심방이 청신하는 의식은 <초감제>라 하여, 젯부기 삼형제가 부처님의 나라 황금산 도단땅에 사는 아버지 황금산 주접선생의 가르침을 받아 천지의 문을 여는 것이며, 이는 천지혼합의 무질서로부터 천지개벽의 질서의 세계로 천지를 ‘곱 가르는(구분하는) 의식’이다.

그런데 젯부기 삼형제는 아버지로부터 하늘 신궁의 문을 여는 굿 법을 전수는 받았으나, 아버지가 내어 준 천문(天門)과 상잔(床盞)과 같은 무구(巫具)만 가지고는 굿을 할 수 없었다. 하늘의 문을 열어 어머니를 살려내는 굿을 하려면, 무구를 들고 춤을 추어, 하늘과 땅을 ‘곱 가르는(구분하는) 심방’과 함께, 악기를 울려 하늘과 땅을 진동(震動)․감응(感應)케 하는 소무(樂士)가 필요하였다.

▲ <초감제>를 집행하는 심방과 소무.

이 세상에 춤이 시작된 것은 글도 장원, 활도 장원하여 과거에 급제하여 속세의 사람들을 문(文)으로써 제도하는 양반의 삶을 포기하고 신의 덕에 먹고 입고 행동하며 신들과 함께 살기 위하여 팔자를 그르친 예인 광대, 심방의 조상신[巫祖] ‘젯부기 삼형제’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면, 심방이 춤을 추면 소무(小巫)가 악기를 쳐야 굿이 되는 것처럼, 무조 삼형제와 의형제를 맺은 팔자동관(八字同官) 유학형제(儒學兄弟), 악기의 신 ‘너사무 너도령 삼형제’가 있었다. 춤을 추는 심방과 악기를 두드리는 소미의 관계는 무조신 ‘젯부기 삼형제’와 악기의 신 ‘너사무 너도령’의 관계이다.

▲ 너사므너도령 3형제 북.

굿을 할 때 심방이 춤을 추고 소무가 연물(樂器)을 두드리는 관계는 춤이 소리를 따라잡는 듯, 소리가 춤을 따라잡는 듯, 춤과 소리가 일체가 되는 관계, 한 배 형제처럼 춤과 소리가 하나가 되어야 신들린 경지, 신명의 경지가 된다. 이것이 팔자동관은 유학형제 법이다. 즉 무조신과 악기의 신 모두 팔자를 그르쳐 굿을 했고(八字同官), 굿을 하기 위하여 ‘한 배 형제’가 되는 의식을 행하여 의형제를 맺었다(儒學兄弟).

신화에 의하면, 젯부기 삼형제는 알고 보면, 아버지도 없고 어머니도 없는 고아나 다름없다.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하늘 삼천천제석궁에 갇힌 어머니를 구하려고 하늘나라에 가는 도중 서강베포땅 어주에삼녹거리에 이르렀다. 거기에는 너사무 너도령 삼형제가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너희들은 어떤 아이인데 그리 슬피 우느냐” 물으니, “우리는 부모도 없고 조상도 없고 일가 친적도 없어, 갈 데 올 데 없어 비새[悲鳥]같이 울고있습니다”라고 하니, 그때 젯부기 삼형제가 “우리와 똑같은 신세로구나.”  “그렇다면 우리 의형제를 맺는 형제법이나 마련하자”고하여 여섯이 모두 어머니가 남긴 물명주 단속옷 속에 왼쪽 가랭이로 들어가 오른쪽으로 가랭이로 나오는 의식을 행하였다.

▲ 너사므너도령 3형제 설쉐.

그리하여 무조신과 악기의 신은 모두 팔자를 그르쳐 굿을 했고(八字同官), 굿을 하기 위하여 ‘한 배 형제’가 되는 의식을 행하여 의형제를 맺었다(儒學兄弟)는 것이다. 이들 육형제는 황금산에 올라가서 황금산에서 삼천기덕(三千旗德) 일만제기(一萬祭器)를 다 가지고 서강베포땅에 내려와 신전집을 지었다. 이 신전(神殿) 집이 ‘이승 삼하늘’, 무당서 삼천권을 보관하고 있는 법당이며, 어머니를 당주(堂主)로 모시고 너사무 너도령이 악기를 지키고 있는 최초의 굿청이다. 오늘날 심방의 집에 모신 당주상은 신전집의 축소형이다.

그들은 탱자나무(펭낭), 유자나무(유낭), 팽나무(신폭낭)를 베어다가 초간주(初間柱) 이간주(二間柱) 삼간주(三間柱)를 세워서 바람과 습기를 막고, 육고비 동심결(의형제의 징표)을 맺었다. 그리하여 젯부기 삼형제는 춤을 추고, 너사무너도령은 천지를 감동케하는 소리를 울려 굿을 하였다. 그들은 하늘과 땅을 가르는(구분하는) 춤을 추었고, 정성을 다하여 외로운 신세를 한탄이라도 하듯이 악기의 소리를 ‘비새(悲鳥) 같이’ 내고 울어 지극한 정성으로 하늘을 감동시키는 굿을 두 이레 열 나흘 동안 하여 어머니를 살려내었던 것이다.

▲ 너사므너도령 3형제 징.

<큰굿>은 두 이레 열 나흘 삼천천제석궁에 북을 울리는 것이며, 삼천천제석궁에 갇힌 어머니를 구했던 데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젯부기 삼형제는 너사무 너도령에게 “너희들 여기 있으면, 먹여 살릴 사람이 올테니 여기서 기다리라.”하였다. 기다리면 나타나 어머니와 너사무 너도령, 즉 당주와 소무를 먹여 살릴 사람이 누구냐 하면 바로 최초의 심방이 된 유정싱 따님이다. 삼형제는 “어머님은 이승 삼 하늘에 살고 계십시오”라고 말하고, 하늘로 올라갔다.

서광베포땅 어주애삼녹거리에 큰 신전집을 지어 어머니를 모시고, 어머니는 ‘이승 삼하늘’을 차지하게 하였다. 북∙장고 등은 너사메너도령에게 지키게 하였으므로 그때부터 너사무너도령 삼형제는 악기의 신이 되었다. 이와 같이 어머니를 구하고 양반의 원수를 갚기 위하여, 무조 삼형제는 천문∙상잔∙신칼과 같은 무점구와 북∙장고와 같은 무악기를 만들고 굿하는 법을 마련하였고, 하늘에 올라가 저승 삼시왕(三千天帝釋宮)을 차지한 신이 되었다. /문무병 시인·민속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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