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철 칼럼> 세계가 인정한 '환경도시' 비전, '국제자유도시'와는 양립할 수 없어

9월 13일 제주일보 1면은 IBM이 제주지역사회에 공헌하는 프로그램으로 제주의 미래전략에 관한 중간보고서를 발표한 내용을 다뤘다. 이 프로젝트는 IBM이 도시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 및 서비스, 컨설팅을 통해 똑똑한 도시 실현을 위한 로드맵을 제공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도시에 각 40만 달러(한화 4억4000만원) 상당의 서비스와 기술을 무상 지원한다. 

한국IBM은 제주 글로벌 브랜드 강화를 위해 현황과 문제점을 우선적으로 살피는 한편, 제주특별자치도가 갖고 있는 다양한 특징, 장점들에 대해서도 심도 깊게 분석한다고 한다. 그동안 수많은 용역과는 차원이 다른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다.

IBM의 중간보고서에는 글로벌 제주브랜드 비전을 ‘2020년, 동양 최고의 에코투어리즘 도시’로 잡고 있다.

또한 IBM의 분석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이 비전이 기존의 국제자유도시 비전과 상충되는 측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에코투어리즘도시’를 조금 풀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으로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자연환경자산의 지속가능한 보전에 초점을 맞춘 생태관광도시’로 표현하고 있다. 상당부분 제주도가 작년 WCC(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 제주형 의제로 통과된 2020년 제주세계환경수도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반면, 지금 국제자유도시 비전의 실행 계획은 삼성경제연구소가 2차 종합계획 용역을 맡았고, 용역 결과 큰 틀에서의 수정없이 제주도정이 받아 진행하고 있다. 국제자유도시의 개념은 사람 상품 자본의 자유롭게 이동하는 도시라는 것으로 최초 제주가 모델로 삼았던 도시들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모델이었다.

하지만 2차 계획은 추진방향을 바꾸었다. 강조되었던 물류, 금융 등이 사라졌다. 아마도 제주도의 여러 여건이 홍콩이나 싱가포르와 경쟁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 2차 계획은 관광휴양도시 개념으로 수정했는데, 주목하게 되는 점은 중국을 그 동력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간단히 2차 계획을 풀면 중국자본과 관광객을 유입하여, 제주에 복합리조트를 짓고 거기에 외국인 카지노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여 국제자유도시의 종잣돈(Seed money)로 삼겠다는 것이다. 결국 국제자유도시 2차 계획의 모델은 마카오 정도가 될 듯하다.

지금 제주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 즉, 중국자본의 부동산 투자와 중국 관광객 급증은 국제자유도시 2차 계획의 틀에서도 매우 정상적인 추진과정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한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자본들이 제주로 밀려 들면서, 제주의 중산간 지역을 매입해 콘도를 짓고 중국인들에게 분양하려하고 있다.

관광분야에서도 중국여행사들이 호텔을 매입하고, 쇼핑센터를 매입하여 관광수익을 고스란히 되가져가는 모습을 보인다. 이 때문에 환경적 생태적으로 중요하고, 제주의 미래자산인 중산간 지역이 훼손될 위기에 놓여있다. 관광수익의 면에서도 고질적 문제였던 역외유출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으면서, 그동안 내국인 관광객으로 누렸던 수익을 앗아가고 있다.

제주도정은 제주도의 장점도 못살리고, 단점은 더욱 부각시키는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가 자랑하는 자연환경자산은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례로 세계자연유산의 핵심지역인 일출봉에 1년에 3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올려보내고 있다. 자연환경자산은 박리다매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후손들에게 물려줄 미래 자산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는 것인가? 

중산간 지역에 중국 자본이 콘도를 짓는 문제에 대해서 지적하면, 제주도정은 콘도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제주도 건설업자들이 이익을 얻는다는 이야기를 한다. 건설업 경기부양을 위해 미래자산을 없애는 일은 지금 우리가 절대 막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4대강 사업’과 다를 바 없다. 제주는 섬이라는 조건때문에 관광산업에서는 굉장히 취약한 단점을 가지고 있다. 관광객수의 확대만을 추구하는 정책은 섬이 가지는 수용능력을 초과하여, 거기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는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국제자유도시는 특별법 조문에도 나왔듯이 규제완화가 핵심이다. 환경을 지키면서 기업의 규제도 풀 수는 없다. 수차례 국제자유도시와 환경도시는 양립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여전히 제주도정은 공존할 수 있다고 강변한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문제점들은 몇몇 보완조치로 해결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근본적인 비전의 문제이며 현재의 국제자유도시의 정책기조로 나아가면 제주를 되돌릴 수 없는 나락으로 몰고가는 것이다. 스스로 능력과 의지가 없다면 멈추는 것도 현명하다. /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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