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감귤품질기준 재설정’토론회…“이미 암암리 유통”vs “가격폭락 위험”

▲ 제주도의회 농수축·지식산업위원회는 27일 오후 2시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감귤 1번과 유통,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본격적인 노지감귤 출하를 앞두고 ‘1번과’ 상품으로 허용하는 문제를 놓고 찬·반 논란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1번과가 유통될 경우 농가수입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따라서 무분별한 1번과 유통 허용에 대한 논의보다는 1번과 출하를 허용할 경우에 발생하는 이득과 손실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주도의회 농수축·지식산업위원회는 27일 오후 2시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감귤 1번과 유통,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농식품신유통연구원 류상모 선임연구원은 ‘노지감귤 국내수요 및 품질기준 재설정 연구’ 주제발표를 통해 “2004년~2012년산 규격별 경락가격 순위를 살펴보면 2009년까지는 4번과, 5번과, 3번과가 1~3순위였지만 2010년부터는 4번과, 3번과, 5번과 순서로 소비자들의 선호가 소과 위주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생산·유통 규격 또한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게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류 연구원은 “노지감귤 1번과는 제주도조례에 의거해 유통이 금지되어 있지만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단속에 따른 강제폐기나 압류 등 반출을 차단할 법적인 제재나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제주도의회 농수축·지식산업위원회는 27일 오후 2시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감귤 1번과 유통,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현재 감귤유통조례는 적발된 비상품 감귤에 대한 압수 및 폐기처분 근거가 없어 주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폐기처분 조치를 할 수 없다.

류 연구원은 “생산자들의 직거래 비중이 증가하면서 택배를 이용한 거래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단속 또한 어렵다”고 말했다.

1번과 출하를 허용할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과 관련해서는 “생산자들이 행정에서 아무런 수급조절 대책을 시행하지 않는다고 비난할 경우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면서 “현재 행정에서는 생산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적과·간벌·품종갱신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1번과 출하를 허용할 경우 품질하락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가공공장의 물량확보 감소로 인한 가공공장 운영의 어려움과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감귤농축액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으면 농축액을 수입하게 돼 장기적으로는 제주감귤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 현우범 의원. ⓒ제주의소리
류 연구원은 특히 “현 상태에서 1번과가 추가적으로 시장에 유통된다면 노지감귤 전체 가격이 하락해 1번과 출하로 인한 농가소득 증가분보다 노지감귤 가격 하락으로 인해 농가소득이 감소할 것”이라며 “유통이 금지된 1번과 출하를 허용할 경우에 발생하는 이득과 손실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열린 지정토론에서는 1번과 출하허용 여부를 놓고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현우범 제주도의원(남원)은 “소비자 선호도 등으로 현재 1번과 중 80% 이상이 시장에 출하되고 있어 1번과를 상품화할 경우 유통량이 급증해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말했다.

현 의원은 “농가들이 싼 값에 출하하고 소비자들은 비싼 값에 사먹는 등 중간유통인들이 이익을 보는 현 구조를 농가들은 제 값을 받으면서 출하, 농가들이 이익을 보는 구조로 바꿀 필요가 있다”면서 1번과의 상품 전환을 촉구했다.

현 의원은 또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있고,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는 1번과를 양지로 끌어 올리는 것이 맞다”면서 “조례가 개정되면 산남지역 감귤농가의 민원인 1번과의 상품화와 원산지 허위표시 방지라는 2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고문삼 제주도농업인단체협의회장은 “1번과 출하를 허용하면 전체적인 감귤유통량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적정생산이라는 감귤 정책이 폐기될 경우 감귤가격 하락을 막을 수 있는 마땅한 제어장치가 없어 가격폭락의 위험성이 너무나 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고 회장은 또 “한·중FTA 2단계 협상을 앞둬 감귤을 비롯한 1차 산업 11개 품목 만큼은 양허제외 품목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시점에 1번과를 상품화할 경우 가공용 감귤수매량이 적어 저가의 감귤농축액의 무분별한 수입을 방조할 우려를 범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복수 제주도 농축식품국장도 “감귤 1번과 출하를 허용할 경우 수량이 증가, 감귤값 하락이 크게 우려 된다”면서 1번과 상품 전환에 대한 반대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면서 고 국장은 “극심한 가뭄으로 소과가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향후 기상 여건에 따라 감귤 규격이 달라질 수 있다”며 “내년 5월 마무리되는 ‘노지감귤 품질기준 재설정을 위한 연구용역’ 정보를 생산자단체·농가에 전달, 대안을 찾겠다”고 말했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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