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경제 희망찾기(7)] 나무와 손 대표 오원국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개국 이래 가장 큰 고통을 안겨 준 ‘IMF 사태’가 발생하자 가장 먼저 고통을 체감하는 사람들이 바로 장애인들이었습니다. 비장애인들보다 오히려 기술이 좋지만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직장에서 쫓겨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죠. 그래서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제주로 내려와서 이 ‘나무와 손’을 창립하게 됐습니다.”

# 같은 처지의 제자들과 한마음으로…

▲ 오원국 대표
1998년 6월 제주시 외도동에 자리 잡은 가구제작 및 인테리어 전문 목공업체인 ‘나무와 손’을 창립해 현재까지 어렵지만 꿋꿋하게 경영하고 있는 오원국 대표(70)는 ‘나무와 손’을 창립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깊은 감회에 젖었다.

오 대표 자신도 농아인이어서 무작정 길거리로 내몰리는 청각장애 기능인들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저들에게 다시 일자리를 주고 가장 역할을 할 수 있게 할 것인갗에 매달리던 끝에 당시 자신이 맡고 있던 한국농아인협회 상임이사직을 접고 제주로 귀향했다. 오 대표는 가장 먼저 자신이 교사로 재직했던 공립 제주맹아학교 제자들 가운데 목공 기능을 가진 제자들을 중심으로 인력을 모아 마침내 지금의 ‘나무와 손’을 창립하게 됐다.

오 대표의 부름에 응한 기능인 제자들은 한결같이 ‘열심히 일을 하겠다’며 굳은 신념을 나타냈다. 초기 창립 자본금은 겨우 2000여만원 수준. 그러나 오 대표와 뜻을 함께 하기로 한 제자 기능공들이 직접 공장을 짓고 서울에서 폐업한 가구공장의 설비를 지인들의 도움으로 헐값에 구입할 수 있어서 어렵지만 공장 문을 열었다.

# 장애 털어내는 최고 기술력의 프로들

이렇게 출발한 ‘나무와 손’의 주 구성원은 농아인들. 현재 25명의 ‘나무와 손’ 가족 가운데 농아인이 20명이다. 필수 사무실 직원과 마케팅 분야 담당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 직원이 농아인들인 셈이다.

기술인력 가운데는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가구제작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하는 등 탁월한 기술력을 가진 ‘프로’들도 있다. 그 만큼 ‘나무와 손’에서 제작하는 제품들의 수준이 일반 업체에 비해 손색이 없다는 반증이다. 올해 열린 제주지방 기능경기대회에서도 6명이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100평 규모의 작업장에서 제작하는 붙박이장과 수납장, 책장, 화장대 등은 최고 수십 만원 대까지 받고 거래된다. 대부분 주문제작을 한 후 납품된다.

가구공장 인근에 40평가량 되는 도장 작업장이 있다. 가구공장에 나온 제품들이 이곳을 거치면 깔끔한 모양을 한 어엿한 가구로 태어난다.

‘나무와 손’은 또 최근 들어 사업 다각화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인테리어 가구 제작 전문업체에서 현수막 등 광고물을 제작하는 업체로 변신하고 있다. 2003년 장애인이 운영하던 간판제작 업체가 도산하면서 실업자가 생기자 오 대표가 다시 이들을 인수하면서 광고사업부를 신설, 본격적으로 현수막 제작 사업을 벌이고 있다.

   
# 경영 어렵지만 월급날짜는 꼭 지켜

‘나무와 손’의 현재 월평균 매출액은 4000만~5000만원 수준. 직원들의 급여와 각종 회사 운영경비 등 고정지출을 하고 나면 1000만 원가량 적자를 보이고 있다. 이 적자 부분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장애인고용촉진장려금으로 충당하지만 매월 빠듯한 실정이다.

이 같이 매출액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자재구입을 하고서도 결제를 제때하지 못해 거래처에 미안한 마음을 늘 가지고 있다. 반대로 자신들의 제품을 구입한 업체에서도 대금결제를 미뤄 경영에 애를 먹이고 있다.

‘나무와 손’은 일을 하겠다고 찾아오는 농아인은 결코 돌려보내는 일이 없다. 당장 기술이 없어도 선배 기능인들에게서 배우면서 오래지 않아 제몫을 해낸다. ‘나무와 손’은 취업을 희망하는 농아인에게도 100만원 수준의 초임은 보장한다. 4대 보험은 물론 연 400%의 상여금도 보장하면서 월급이나 상여금 지급날짜를 어겨본 적이 없다.

동종 업체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임금과 근로조건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나무와 손’ 가족들은 안정된 생활을 누리고 있다. 특히 고난도의 기술을 습득한 농아인들은 ‘나무와 손’에서 터득한 기술을 바탕으로 독립해 자립에 성공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월 4000만~5000만원 수준의 매출액으로는 설비 확장 등 회사 몸집을 키우기 위한 재투자 여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최소한 월 1억원의 매출을 올려야 안정적인 기반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사업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주문제작으론 한계… 신뢰로 여는 새로운 시장

‘나무와 손’은 최근 본격적인 물량 수주를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기존의 주문 제작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앉아서 접수하는 가구주문으로는 매출액 신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나무와 손’의 자체진단이다. 그래서 오혁주 관리과장 등이 백방으로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장애인들이 제작한 가구에 대한 불신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까지는 어렵다.

오 대표는 “어렵지만 한 번 거래를 한 고객은 변치 않고 관계가 유지되는 것을 보면 제품에 대한 신뢰가 높지만 이 같은 믿음을 줄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렇지만 ‘나무와 손’은 부지런히 업체를 방문하고 수요처를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이 조금씩 성과를 나타내면서 비교적 덩치가 큰 인테리어 주문 가구도 제작하고 있다.

각종 영업점에서 필요로 하는 실내 인테리어와 매장 가구 등을 직원들이 직접 출장공사를 나가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있다. 시장의 신뢰가 쌓여 가면서 매출로 연결되는 효과가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다.

   
# 법정자본금 모자라 변신에 ‘한계’

소형 주문가구 중심의 제품 제작과 마케팅으로 현재 수준은 유지할 수 있지만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나무와 손’의 미래를 그리는 데는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다는 것에 경영진과 직원들은 모두 공감한다. 제작물량 증가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설비 증설도 시급하고 청각 장애인들의 일터로 꿋꿋하게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도 매출증가에 따른 규모화가 절실한 실정이다.

문제는 관급공사와 물품공급 입찰에 나설 수 있기 위해서는 인테리어 의장면허를 취득해야 하지만 초기 자본금이 만만치 않아 아직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수의계약을 하기 위해서도 면허는 필수여서 ‘나무와 손’의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꼽히고 있다. 면허 취득을 위한 기술인력들의 자격증도 갖춰 문제는 없으나 법정 자본금 마련이 여전히 난제다.

제주지역에서 몇 안 되는 장애인들로 운영되는 업체인 ‘나무와 손’이 오원국 대표의 마음처럼 청각 장애인들의 자립의 꿈이 영글어 가는 소중한 일터로 긴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 쉽지만은 않은 현실들을 헤쳐 나가야 하지만 노사가 따로 없는 경영과 생산으로 새 도약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