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병의 제주, 신화] (30) 꽃의 신화, 이공본풀이 2

‘고리동반’은 무엇인가. ‘고리동반’은 큰굿에 중요하게 쓰이는 떡[祭物]이며, 주화신 신화 <이공본풀이>에서 이공 신 할락궁이의 어머니 원강아미의 죽음을 상징하는 신화 상징물로 기메전지의 하나로 분류할 수 있다. 부정과 병(病), 전상(사록)을 내쫓는 주술상관물로 ‘전상떡’이라고도 한다.

고리동반은 제주 굿의 토대가 되는 신화의 세 뿌리 ‘신(神) 뿌리’ ‘꽃[呪花] 뿌리’ ‘전상[業] 뿌리’ 중 ‘꽃의 뿌리’인 주화신(呪花神) 꽃감관의 신화 <이공본풀이>와 ‘전상(전생의 업보) 뿌리’가 되는 <삼공본풀이>의 신화 내용으로 이루어진 ‘전상’을 쫓는 굿, 아직 참석하지 못한 신들을 다시 청신하는 <제오상계>의 ‘용놀이(갈룡머리)’의 굿법으로 만들어진 주술적인 떡이다. 기메전지로 굿에 없어선 안 될 떡이다.

▲ 이공의 어머니 원강아미의 죽음을 상징하는 고리동반. ⓒ문무병

고리동반은 쌀로 만든 방울모양의 방울떡 7개와 넓은 방석떡 1개, 댓섭[생죽]으로 엮어 이를 ‘고리동반 너울지’라 하는 백지로 싸고, 위쪽 한가운데서 마감하여 중앙에 동백꽃을 꽂은 형태로 구성돼 있다.

고리동반의 신화상징은 이공본풀이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주술상징은 용놀이와 전상놀이라는 놀이굿의 중요한 테마를 만들고 있다. 이와 같이 고리동반은 큰굿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이공떡이며 전상떡으로 최고 제1의 떡, 꽃, 지전이며 기메다.

제주굿의 수수께기와 굿판의 아름다움에 대한 해답은 고리동반의 의미를 종합적으로 관찰하고 통합하며 굿의 막판 공시풀이에서 고리동반이 해체되는 과정을 굿과 함께 이해하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고리동반은 신화와 굿에 없어선 안 될 것인데, 제물인지 기메전지인지 무엇으로 봐야 될 지 막연하다. 고리동반이란 한 마디로 말해서 ‘전상떡’도 되고 <이공본풀이>에 의하면,  주화신 할락궁이의 어머니 원강아미와 관련된 떡이지요. 고리동반은 큰굿에 쓰는 떡이다.

심방집 굿에는 안팎으로 해서 고리동반 네 개를 만들고, 또 일반 사가 집에 굿할 때는 안팎 고리동반 두 개를 만드는데, 안팎이란 천제석궁당클과 시왕당클을 말하는 것이다. 고리동반은 <이공본풀이>에 보면, 재인장자가 원광아미를 뒤뜰 신돔박낭[동백나무] 아래 청대섭[푸른 댓닢]에 목을 매어 죽여 버린 걸 상징하는 떡이다.

고리동반을 만들 때 보면, 방석같이 넓은 떡이 있고, 방울떡이 일곱 개 들어갑니다. 방석은 어머니가 그 자리에 앉아서 죽었기 때문에 그 자리의 흙을 파서 방석을 만들었다는 의미에서 고리동반의 방석떡을 만들었다. 방울떡 일곱 개는 일반 사가집에 굿할 때도 안팎 일곱 개면 열네 갠데 낮 이레, 밤 이레 해서 두이레 열나흘 굿하는 날짜를 상징하여 방울떡이 열네 개 들어가는 것이다.

방울떡이 일곱 개인 것은 아기들의 번성을 의미한다. 그래서 일곱 개씩 방울떡이 열네 개 들어가는 거고, 또 방울떡에다 댓닢을 꼽아서 빙빙 두른 것은 원광아미가 청대섭에 목을 걸어 죽였던 것을 의미하고, 고리동반 너울지. 너울지는 원광아미가 앉은 채로 죽은 시신 위에 거미줄이 엉켜 막 덥씌웠던 형체를 나타낸다. 어머니의 시신을 거미줄이 막 덮어버린 것을 상징하여 청너울로 싼 것이다. 그러니 거기 제일 위 꼭지에 보면, 동백나무를 가운데 찔렀는데, 동백나무로 가운데를 찌른 게 원래 형태다.

왜 그러냐면 원광아미가 신돔박낭 아래 앉은 채 죽었기 때문에 신돔박낭 위로 꼽는 거지요. 또 큰굿의 <제오상계>에서 보면, 고리동반 떡을 들고서 ‘전상떡’이라 하며, 머리에 대었다가, 눈으로도 가져갔다, 코로 가져갔다 귀로 가져갔다, 온몸 다 부분마다 대고 “전상이여 만상이여” 한다.

이는 ‘사록’ 또는 ‘전상’을 밖으로 쫓는 것이다. 전상은 몸이나 마음의 병을 뜻한다. 그러니 그 전상떡으로 해서 그 병을 내좇는 것이다. <제오상계> 때에 들고 이것저것 하니까. 이 때문에 고리동반은 굿하는 데 제일 중요한 떡이다.

▲ 이공떡 고리동반 제작. ⓒ문무병

떡중에 <불도맞이>, <일월맞이> 할 때는 고리동반은 사용하지 않지만 <시왕맞이> 굿이 들어갔다 하면 고리동반은 반드시 들어간다. 이 떡은 제물로만 상에 올리는 게 아니라, 그걸 가지고 쓰임새로 보면, 신화의 내용이 살리면서 떡이 갑자기 다른 소품이나 도구로 쓰이거나 역할이 있어 그 때마다 떡에 신이 따라가는 것이다.

신이 따라간다는 말은 신화의 내용이 굿을 만들어 나간다는 말이다. 심방집의 굿할 때, <제오상계> 할 때 보면, 안 시왕당클 고리동반이 바깥에 차린 시왕상으로도 가고, 바깥시왕 고리동반이 안 시왕으로도 가고, 안 당주(堂主)로도 가고, 떡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고리동반을 바꿀 때에 신을 바꾸는 것이다. 그때는 고리동반이 신이나 신화내용과 관련해서 사록이다 전상떡이다 하는 것이다.

고리동반은 굿에서는 단순하게 제상에 올려 신들을 대접하는 제물이 아니라, 그걸 가지고 여러 가지 굿의 내용을 만들어가는 신의 역할도 하고, 부모역할도 하고. 그러니 일반 사가집에 굿을 가거나, 심방집도 가고. 제일 끝마무리에 가서는 <공시풀이>를 하고나면, 고리동반을 풀게 됩니다. 풀어가지고 그 청너울과 방석떡은 심방집에 가져가, 심방집 당주상에 올리고, 방울떡은 본주에게 준다. 원광아미에게 자식을 번성시켜 주시라 하는 뜻이다.
 
원강아미가 이젠 본주에다 떡을 주는 거지요. 떡을 줘서 치마를 이리 벌리면 거기 산판을 놓고서 자손을 많이 번성시켜주라고 치마로 복을 담아 간다. 그 고리동반을 풀었을 때, 심방은 이런 사설을 합니다. “청너울도 풀어맞자. 백너울도 풀어맞자. 동도 치우자. 서도 치우자. 남도 치우자. 북도 치우자.”하여 사방으로 동서남북으로 치운다. 치우고 나면, “우진제비를 돌아보니까, 밤 밭에 밤이 열렸구나. 아들애기 동글동글 딸애기 동글동글.” 이렇게 사설을 해 나가지요. 자손들을 번성을 시켜달라는 기원의 말이다. 그리하여 치마로 방울떡 일곱 개를 벌려 받고 산을 받고(점을 치고) 한다. - 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 김윤수 회장 인터뷰 중에서  

▲ 이공·전상떡을 내놀리는 양창보 심방. ⓒ문무병

고리동반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이공본풀이>의 내용대로 어머니(원강아미)가 신돔박낭 아래서 청대섭에 목을 매어서 죽임을 당했기 때문에, 일곱 개의 방울떡을 뱅뱅 둘러 엮어 돔박낭(동백나무) 상가지에다 꼽는 거고. 방울떡 일곱 개는 일곱은 많다는 걸, 번성을 뜻하니 자손의 번성을 시켜 달라는 거고, 일반 사가집에 사당클을 맸을 때, 고리동반은 역가상[보답상]에 올렸다가 역가상[役價床]에서 역가 둘러매면, 시왕당클로 올라가고, 시왕당클로 올라가면, 일단 끝이 나는데 나중에 <공시풀이> 할 때는 공싯상에 올리고 굿을 한다.

가령 안에서 처음 천제석궁 당클 앞에 역가상을 놓고 <보세감상> 한다거나 <초이공맞이>를 할 때는 역가상[보답상]에 고리동반을 올렸다가 끝나면 고리동반은 안시왕당클로 간다. 그 다음엔 또 본향으로 가고, 또 마을영신당클로도 가고, 왔다 갔다 한다. 고리동반이. 시왕맞이 할 때는 밖으로 나온다. 시왕을 청하고 난 다음 역가 둘러매면 고리동반은 시왕당클로 올라가는 거다.

▲ 문무병 시인·민속학자. ⓒ제주의소리

<시왕맞이>가 끝났다 하면 <공시풀이> 때, 고리동반은 마지막 공시풀이를 끝으로 풀어서 너울지와 방석떡은 심방이 가지고 가 당주상에 올리고, 방울떡 안팎 일곱 방울은 본주에게 주면 안주인은 치마로 받아 간다. 방울떡은 자손의 번성 시켜주는 떡이기 때문이다. /문무병 시인·민속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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