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병의 제주, 신화] (31) 꽃의 신화, 이공본풀이 3

꽃의 뿌리이며, 꽃의 신화 <이공본풀이>는 아미타삼존의 탄생 내력을 서사화(敍事化) 한 <안락국태자경>과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안락국태자경>에 의하면, 광유성인[釋迦聖人]은 범마라국 임정사(林淨寺)에서 5백 제자를 거느리고 중생을 교화하고 있었다.

서천국 사라수 대왕은 4백 소국을 정법으로 다스리며 탐심을 버리고 선(善)을 닦아 무상도를 구하였다. 성인(釋迦)은 바라문 비구에게 명하여 사라수 대왕에게 가서 채녀(婇女 ; 절에서 심부름하는 여인)를 빌어 와 찻물을 길을 수 있게 하라 하였다. 비구는 서천국에 가 왕궁 앞에서 지팡이를 흔드니, 많은 부인 가운데 원앙 부인이 나와 재미(齋米)를 바치려 하자, 거절하고, 채녀를 시주해 달라 부탁하였다.

채녀들은 성인에게 와서 그의 명령에 따라 황금의 두레박으로 전단정(栴檀井)이란 우물에서 3년 동안 하루에 300 번씩 물을 길어 무상도에 이르렀다. 성인은 또 비구에게 명하여 사라수 대왕을 유나(維那 ; 관직을 이름)로 맞이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라 하였다.

▲ ⓒ문무병

사라수 대왕은 성인의 말을 전해 듣고 기뻐하며 죽림을 향하여 떠나게 되자 원앙부인은 임신한 몸으로 대왕을 따라 나섰다. 광야에서 날이 저물자 원앙부인은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었다. 부인은 자신을 팔아 그 몸값을 부처님에게 올리기를 대왕에게 청하였다. 왕과 비구는 부인의 말을 따르기로 하고, 자현장자 집에 찾아가 계집종 사기를 청하였다. 부인의 미모를 탐한 자현장자는 종의 몸값을 묻는다. 원앙부인은 자신의 몸값과 뱃속 아이의 몸값을 합쳐 금 사천 근을 요구하였다. 장자는 그 말에 따랐다.

그날 밤 장자의 집에서 잠을 청하며, 부인은 사라 대왕에게 왕생게를 가르쳐주고 계속 외우며 선(善) 닦기를 부탁하였다. 대왕은 부인이 아이를 낳게 되면 아들을 낳으면 ‘효자’, 딸을 낳으면 ‘효양’이라 지으라 하였다. 대왕은 죽림에 도착하여 성인을 뵈었고, 전단정에서 물을 길으며 왕생게 외우기를 그치지 않았다. 그리고 부인은 장자의 집에서 종살이를 하며 아들 ‘안락국’을 낳았는데, 7살이 되자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묻는다.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알게되자 안락국은 장자의 집을 도망친다.

안락국은 장자의 집사람들에게 붙들려 와 얼굴에다 글자가 새기고 거기에 수돗물을 흘려 넣는 심한 고문을 당하지만, 다시 도망하여 아버지를 찾아갔다. 도중에 강물이 가로막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물 위에 떠오는 짚단 묶음을 타고 합장기도하며 왕생게를 외우니, 순풍이 불어 건너편 언덕[彼岸]에 닿을 수 있었다. 안락국은 8채녀가 부르는 노래의 사연을 듣고 아버지를 만나게 되었다.

사라대왕은 안락국을 만나 왕생게를 외워 서로를 확인하고, 등정각(等正覺)을 이룬 후, 다시 만나자며 속히 돌아가 어머니를 구하라 하였다. 강을 건너 돌아와 장자의 집 근처에서 목동으로부터 어머니 원앙부인이 자현장자에게 죽임을 당해 보리수나무 아래 세 동강나 버려졌음을 알게 되었다.

안락국은 어머니의 유골을 수습 순서대로 놓고 통곡하니 천둥이 쳤고, 서쪽을 향해 합장 축원하니 극락세계에서 48용선이 진여(眞如)의 바다에 떠 와, 용선을 타고 온 여러 보살들이 어머니는 이미 극락세계에 태어나 등정각을 이루셨다 하며 안락국을 극락세계로 데려갔다. 여기에 나오는 광유성인은 석가모니 부처요, 사라수 대왕은 아미타부처, 원앙 부인은 관세음보살이며, 안락국 태자는 대세지 보살의 전생이라 한다.

▲ ⓒ문무병

<이공본풀이>에는 경전의 사라대왕은 ‘사라도령’, 원앙 부인은 ‘원강암이’ 그리고 그들 사이에 태어난 안락국 태자는 ‘신산만산 할락궁이’로 등장한다. 경전이 석가모니 부처의 전생담을 그리고 있다면, 제주도 무속신화 <이공본풀이>는 서천꽃밭에 가서, 인간을 목숨을 살려내는 생명꽃, 자손을 번성케 하는 번성꽃, 죽은 사람 살려내는 환생꽃을 따다가 환자를 죽음에서 건져내기도 하고, 수레멜망악심꽃을 따다가 사람을 죽이고 멸망시키기도 하는 꽃의 신화를 이루고 있다.

본풀이의 서천꽃밭은 경전의 서천국 또는 안락국(安樂國)으로 이곳은 서방정토이며 극락이다. 경전의 채녀(婇女 ; 서천국의 심부름하는 여인)는 본풀이에서는 서천꽃밭에 물을 주는 ‘신소미(神小巫)’ 또는 ‘선녜(仙女)’이며, 성인이 사라대왕에 내린 유나(維那)란 관직은 본풀이에서는 서천꽃밭의 꽃을 지키는 주화신(呪花神) 꽃감관의 벼슬이며, 경전에 자현장자의 노비가 되어 고통을 당하는 원앙부인은 정토왕생의 원을 지닌 채 고난을 극복해 나가는 관세음보살이다.

 

▲ 문무병 시인·민속학자. ⓒ제주의소리

본풀이의 ‘원강암이’이가 머리는 끊어 청대 밭에, 잔등이는 흑대 밭에, 무릎은 띠밭에 던져 죽임을 당한 어머니를 살려내는 신산만산 할락궁이는 서천꽃밭에서 꽃을 따다가 뼈를 모아 환생꽃을 뿌려 어머니를 살려내고 있다. <안락국태자경>은 불교의 정토사상과 관음신앙이 토대가 되고 있으며, <이공본풀이>는 아미타삼존의 전생담을 토대로 한 불교설화를 차용하여 큰굿의 세 개의 큰 뿌리가 되는 생명의 원리로써 ‘꽃의 뿌리’를 이루고 있다. /문무병 시인·민속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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