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영상제작 1인 창조기업 ‘장이’ 전영선 대표(34). 제주한라대학교 방송영상과 1회 졸업생인 그가 지난 2010년 6월 창업한 '장이'를 통해 제주 청년들의 창업 롤모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성글고 많이 부족하다며 전 대표가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그의 뒤로 방송카메라 장비들이 즐비하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지역대학과 지역기업이 ‘동반성장’이라는 목표를 향해 산·학 협력체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산업체는 대학으로부터 우수한 글로벌 인재를 제공받고, 대학은 산업체가 요구하는 맞춤형 우수 인재를 취업시키는 상생모델로서 지역대학과 지역기업 간의 네트워크인 ‘가족회사’ 제도가 주목받는 이유다. <제주의소리>가 지난해 ‘산학협력선도전문대학 육성사업’ 전문대학으로 선정된 제주한라대학교와 업무제휴를 맺고 대학 가족회사들을 집중 소개함으로서 지역기업들의 경쟁력 제고는 물론 산학협력 선순환 환경 조성에 힘을 보태고자 한다. <편집자 주>

[제주한라대, 힘내라 가족회사](6) 방송·영상제작업체 ‘장이’ 전영선 대표

가면 갈수록 악화되는 것이 청년층의 취업난이다. 소규모 창업 사례가 증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특히 1인 창업시대의 전성기라 할 만큼 2012년 말 기준 우리나라 ‘1인 창조기업’ 수는 29만6000여개로 전년보다 약 13%나 늘어났다.

제주에서도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열정, 그리고 청춘처럼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밑천으로 1인 창조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서른 즈음에 ‘장이’ 나 홀로 창업 도전

나이 갓 서른을 넘던 지난 2010년 6월, 방송·영상제작업체인 1인 창조기업 ‘장이’를 창업, 성실히 운영해오고 있는 전영선 대표(34)를 만났다. 제주한라대를 졸업한 그가 전공을 살려 대학 내에서 1인 기업을 창업하고 수년간 후배들을 지도하며 창업을 꿈꾸는 청춘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는 청년기업인이다.

1인 창조기업은 2010년 제정된 ‘1인 창조기업 육성법’에서 규정한 용어로 ‘부가가치가 높은 영화·예술 등 지식기반 서비스업이나 전통식품·공예품 등의 일부 제조업 분야에서 혼자 또는 5인 미만으로 공동창업한 기업’이다.

전 대표는 아직 스스로를 성글다고 여긴다. 넘어야 할 산과 도전해야 할 길이 많다는 의미다. 누구나 가는 대학, 어김없이 뒤따르는 취업문제. 20대 시절, 전 대표에게도 이런 ‘아픈 청춘’의 모습은 예외가 아니었다.

대학 졸업 후 몇 차례의 취업 시도에서 쓰디 쓴 고배도 마셔봤고 실제 서울의 모 영상업체 제주지사에 취업도 해봤지만 현실과 조건은 곱셈 나눗셈으로 딱 떨어지는 수학공식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래서 ‘젊은 반란’을 시도했다. 제주한라대 방송영상과 1회 졸업생인 그는 방송·영상업계에 3D(쓰리디) 입체영상 열풍이 막 불기 시작하던 지난 2010년, 3D영상 기술을 밑천 삼아 방송·영상제작업체인 ‘장이’를 창업했다.

당시만 해도 3D영상에 대한 전문가들이 많지 않던 시절. 그는 대학에서 배운 입체영상기술에 대한 이론과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 이듬해에는 제주테크노파크가 주도한 IT·CT 신기술개발사업 일환인 3D미세촬영시스템 개발·제작사업에도 참여할 만큼 두각을 나타냈다. 

▲ 방송·영상제작회사 ‘장이’ 전영선 대표는 나이 서른을 갓 넘겨 1인 기업을 창업했다. 모교인 제주한라대 방송영상센터에 입주해 있는 그는 방송영상과 후배들과 늘 부대끼며 지낸다. "좋은 선배가 되어야 할텐데"라며 영상분야에 뛰어든 후배들에게 쓴소리와 단소리 모두를 아끼지 않았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모교인 제주한라대학도 방송영상과 1회 졸업생이자 학과 조교까지 거친 전 대표에게 대학 내 방송영상센터에 사무실 공간을 흔쾌히 내주었다. 회사명 ‘장이’도 전 대표의 방송영상과 은사들이 함께 머릴 맞대 작명해준 것이다.

기술을 가진 이, 특히 장인(匠人)의 의미를 담고 있는 순 우리말 ‘장이’처럼 방송·영상 분야에서 ‘장이’로 성장하라는 바람을 담아 그의 은사들이 지어준 회사명이다. 

 전영선 대표 “1인 창업, 나만의 아이템 따라 성패 좌우”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년실업과 여성들의 재취업 문제는 우리 사회의 화두 같은 것이다. 최근 박근혜 정부가 내건 ‘창조경제’와 맞물려 1인 창조기업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1인 창조기업 창업지원 프로그램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전 대표는 “1인 기업의 성패는 어떤 아이템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갈린다. 그래서 1인 창업을 준비 중이라면 모방하기 어렵고 나만의 아이디어로 무장한 아이템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 ‘장이’ 전영선 대표가 만든 영상물에는 제주의 자연과 제주사람들이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애월읍 상가리가 고향인 그는 "천상 촌놈이어서 그런 것 같다"며 최근 촬영한 오름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그가 전력투구하고 있는 영상분야의 시장은 현재 치열하다. 특히 제주는 시장 규모가 매우 작아 더 그렇다. 하지만 그는 창업 초기보다 영상물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훨씬 나아지고 있어 시장의 미래를 밝게 내다봤다.

전 대표는 “예전엔 기업들도 홍보영상물을 싸구려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다. 순수 창작물에 대한 가치와 그것이 갖는 파급력을 인정받고 있어 영상물의 제작단가도 수년전에 비해 점점 제값을 주고받는 추세”라고 말한다. 충분히 도전할 만한 분야란다. “제주 사람들의 영상기술력은 정말 뛰어나다”는 말도 덧붙였다.

 졸업장 따려고 온 대학서 운명처럼 만나버린 카메라

그런 전 대표도 대학에 와서야 잡게 된 카메라. 그리고 일상에서 가장 오랜 시간 마주하는 영상편집용 컴퓨터. 그 카메라와 컴퓨터가 직업이 될 줄은 그 자신도 몰랐다. 사실 그는 다른 대학에서 컴퓨터 관련학과에 다니다가 컴퓨터가 싫다며 때려치우고(?) 군 제대 후 ‘그래도 대학 졸업장은 따야 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친구 따라 입학한 것이 제주한라대학의 ‘영상에니메이션과’였다.

그런데 입학 6개월만에 과가 ‘방송영상과’로 개편되면서 우연인지 필연인지 운명처럼 카메라를 잡게 됐고, 그 싫던 컴퓨터를 영상편집 때문에 지긋지긋할 정도로 다시 바라보게 됐다며 수줍게 웃어보였다. 

“영상분야엔 어떤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표현할 순 없지만 어느 방송작가의 말처럼 이 분야는 한번 맛을 보면 발을 빼기가 쉽지 않다. 가끔 대학생들을 현장에서 가르치다보면 그런 학생이 아니었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것도 모자라 회식 가서까지 카메라 얘기며, 촬영 얘기에서 한 발짝도 헤어 나오지 못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런 학생이 아니었는데 그렇게 바뀌더라. 과거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더라. 하하” 그만큼 치명적 매력이 있다는 얘기다.

전 대표는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 출신인 소위 ‘촌놈’이다. 그를 아는 영상 관계자는 “전 대표의 영상물에는 제주 자연과 제주사람들의 휴머니즘이 잘 살아있다”고 귀띔했다. 그냥 소소한 일상을 담아내는 것 같지만 그 안에 담긴 보석 같은 제주의 청정자연과 아름다운 제주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녹여낸다는 평가다.

그래서인지 전 대표는 하고 싶은 게 있단다. 단편영화다. 그는 “요즘 들어 단편영화를 한편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물론 자기만족을 위해서이지, 거대한 담론을 담아내겠다는 의도는 아니다. 그냥 자연스럽고 제주다운 것. 제주의 휴먼다큐 느낌으로 단편영화를 찍어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청춘이 우글거리는 ‘장이’…창업 꿈꾸는 대학생들 ‘롤모델’ 되고파

 

▲ ‘장이’ 전영선 대표가 제주한라대 방송영상센터에 입주해있는 자신의 사무실 입구에서 "후배들의 취직 걱정을 덜어주는 그런 회사를 만들겠다"며 수줍게 웃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전 대표의 1인 기업 ‘장이’는 현재 제주한라대학의 가족회사다. 늘 그의 사무실엔 제주한라대 방송영상과 학생들이 북적인다. 따로 ‘가족회사’라 이름 붙이지 않아도 항상 ‘롤모델’ 선배로서 후배들을 따뜻이 품어주는 선배 CEO이기에 전 대표 주변엔 항상 청춘들이 우글거린다.

인터뷰 말미에 그가 툭 한마디를 던진다. “후배들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형, 저도 형 회사에 취직시켜줘’라고들 하는데, 아직은 제 입 풀칠할 정도라서. 하하. 그래도 제 손으로 회사를 반드시 키워서 제 후배들이, 또 제주 청년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회사로 꼭 만들겠다. 고지가 저기인데…”라며 의지를 보여줬다.

‘장이’ 전영선 대표. 수줍고 내성적인 외모와 달리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선 ‘외유내강’의 에너지가 쏟아져 나왔다. 인터뷰를 끝내며 그는 “영상은 간단해요. 혼을 담아서 열심히 만들면 그건 좋은 영상이고, 기계적으로 대충 찍고 만들어낸 영상은 나쁜 영상이죠.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아니라 열정과 비열정의 차이죠. ‘장이’가 바로 그 열정을 뿜어내는 제주의 대표 강소기업이 될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역시 그는 청춘CEO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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