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림 칼럼> 후배에 길 터주고 새인물 키워낸 '진정한 스타' 제주엔 없을까?  

2011년 1월, 31세 청년 박지성은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한다. 당시 조광래 대표팀 감독은 4년이나 남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경기만이라도 출전하기를 바랬다.

박지성의 은퇴는 책임감 부재에서 기인한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것은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한 배려였다. 박지성의 대표팀 은퇴라는 결단은 김보경, 구자철, 박주영, 이청용, 지동원, 손흥민 이라는 선수들이 나타나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보배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박지성은 이 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1년을 더 뛰고 퀸즈파크레인저스로 이적했다. 지금은 네덜란드의 PSV아인트호벤에서 활약하고 있다. 국가대표팀 은퇴가 실력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웅변한다.

31세의 청년이 보여준 숭고한 행위와는 정반대의 풍경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섬, 바로 제주도에서 25년째 펼쳐지고 있다. 이른바 '제주판 3김'이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눈물의 호소와 "정치적 고향은 민주당"이라면서 타 후보 표밭을 잠식하던 현직 도지사. 1대 지방선거에서 현 새누리당 전신인 민자당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하고 2대 때는 현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해서 당선된다. 지난번 선거에서는 민주당에 입당하려다 좌절된다. 이번에는 새누리당이다. “여건이 달라졌다” 한 마디면 만사형통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궁금하다.

또 다른 분은 도지사 선거에서 공무원 동원 혐의로 1심에서 벌금 600만원을 받아 지사직 상실 위기에 몰렸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무죄로 판결났다. 무죄다. 그러나 법적으로 무죄인 것이지 진짜 무죄인가? 판결 요지는 이른바 독수독과(毒樹毒果)였다. 선거에 공무원 동원을 안했다는 것이 아니고 검찰의 증거수집행위가 부당하다는 판결이다.
 
지난해에는 음주운전 후 뺑소니 혐의까지 받고있다. 음주운전, 뺑소니는 파렴치범으로 분류된다. 이 분은 2010년 2월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불출마는 오늘 갑자기 결정한 게 아니라 4년전 도민 여러분의 선택을 받을 때 이미 결정했다"며 "제주의 미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고, 도민 여러분이 동의했다"고 말했다. 또한 측근의 입을 빌어 "당선된 직후부터 '젊은 사람에게 지사 자리를 물려줘야 한다'고도 했다고 한다. 3년여가 지난 작금의 행동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또 한 분 역시 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본인은 억울하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도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아버지 세대는 이제 물러갈 때이고, 다음 세대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이 역사의 순리”라고 강조하는 것은 세분 모두가 정치 일선에서 물러서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며 또한 시대적 요청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분들을 서로 앙숙으로 여긴다면 오산이다. 네가 없으면 나도 없고, 내가 없으면 너도 없는 ‘적대적 공존’이다. 자신의 행동을 남을 빌어서 말한다. “누가 출마 안하면 나도 안하고, 누가 출마하면 나도 한다". 주체는 없다. 비루하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철새는 기본이고 불과 몇 년 전에 눈물을 쏟으며 했던 발언들도 까맣게 잊어버린 척 한다. 뻔뻔함에 소름까지 돋는다.

물론 ‘제주판 3김’이 과만 있는 건 결코 아니다. 그러나 이들의 시대에 제주도는 갈기갈기 찢겼다. 신파, 우파, 김파로 분열돼 망국적인 지역감정보다 더한 행태를 보인다. 이 분들은 자기가 아니면 제주가 끝장날 것처럼 항상 ‘제주도’를 앞에 내세우지만 본질은 권력욕일 뿐이다. 

'제주판 3김'에게 묻고 싶다. 제주도가 불안한가? 고희범, 김방훈, 김우남, 김경택 모두 훌륭한 분들이다. 조만간 출마선언 예정이라는 박희수 도의회 의장 역시 훌륭하신 분이다. 제주도를 이끄는데 손색이 없는 분들이다. 제주도의 김보경, 구자철, 박주영, 이청용, 지동원, 손흥민이다. ‘제주판 3김’께서는 불안을 느끼시지 않아도 된다.
 
박지성도 자신의 은퇴 후의 한국 축구를 불안하게 여겼다면 은퇴를 미뤘을 지도 모른다.
 

   
지금 세분이 하실 일은 더 이상 제주도민의 분열을 야기하지 말고 젊고 유능한 지도자를 키우는 것이다. 그리고 정책적 조언을 통해 제주도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25년은 긴 세월이다.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는 고사가 무색할 정도로 긴 시간이다. ‘제주판 3김’이 아직도 기회를 달라고 할 정도로 짧은 시간이 아니다. 노욕을 버리고 존경받는 제주의 어른이 되길 바란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깨달아야 한다. 순리를 따르지 않고 노욕을 부렸을 때의 말로가 얼마나 많은 것을 잃게 하는지를...과거를 통해 배우고 미래를 내다보는 지도자로 거듭 나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문대림 전 제주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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