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만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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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후 칼럼] 정치권의 국민 기만적 홍보,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돼

검찰은 최근 정치적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사건(11.15)과 정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6.14)의 수사결과를 모두 금요일에 발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 기업인 효성그룹 사건(2010. 7.16), 한상률 전 국세청장 사건(2011.4.15),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저 터 헐값 매입 사건(2012. 6.8)의 수사결과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 자식’ 의혹에 대해 진상규명 지시(2013. 9.13), 진상규명결과(2013.9.27.)의 발표날짜도 모두 ‘금요일’이다.

주말에는 국민들의 정치현안에 대한 관심이 적어지기 마련이다. 미디어의 뉴스 노출 빈도도 평일에 비해 아주 낮다. 정부의 주요 발표가 고도의 정무적인 판단을 거쳐 결정된다는 점을 감안 할 때 금요일 발표는 정상을 벗어난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국민의 알권리 충족과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여 국민통합을 이룬다는 것이 정부홍보 목표라는 점에서 중요한 현안은 뉴스 주목도가 높은 요일에 공개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다.

홍보일정의 조정은 정책의 유불리를 떠나 국민들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알리고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주요 정책의 발표 일정을 주간단위로 조정하고 정책의 경중에 따라 요일별로 배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가 국민입장에서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전략적으로 홍보일정을 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정치적 논란이 큰 사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요일에 발표를 집중하는 것은 적절한 홍보 전략이 아니다. 국민에게 공식 발표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수사결과의 내용이 국민에게 소상히 알려져 부담이 될 경우 이를 막기 위해 써 먹는 술수에 불과하다.

아무리 중요한 이슈도 당일에만 가치가 있고 하루가 지나면 빛이 바래는 것이 뉴스의 속성이다. 미디어 활동이 뜸한 주말 발표는 국민들의 관심을 이슈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또한 이슈 경쟁이 덜 한 월요일을 겨냥하여 일요일에 부담이 적고 생색을 낼 수 있는 다른 부처의 중요 발표가 기다리고 있다면 금요일 발표는 부정적인 여론을 차단하는 최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야말로 ‘꼼수’ 전략인 것이다. ‘불리한 것은 금요일에, 유리한 것은 일요일에 발표’하는 일이 정부내에서 통용되는 홍보기법의 하나가 아닌지 의문스럽다.

정부 발표가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공학 차원에서만 다루어진다면 국가적으로 큰 폐해를 야기할 수 있다. 공론장에서 비윤리적 홍보에 기반한 여론조작이 횡행한다면 정파 간의 극심한 편가르기와 갈등의 격화, 정치적 동원을 위한 여론몰이를 초래하여 우리 공동체가 어렵게 쌓아올린 민주주의의 토대를 무너뜨릴  수 있다.

검찰의 금요일 발표로 이슈의 휘발성이 약화되기보다는 논란은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노리는 발표 효과는 거의 사라지고 오히려 수사결과에 대한 의구심만 키우고 있다. 국회에서 대타협이나 법원 판결 때까지 논란은 지속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 발표내용에 대한 진실공방, 공정성과 불투명성 논란 등이 국민들에게 혼란을 가중시켜 정치 혐오와 무관심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국민통합보다는 갈등과 반목을 키우는 형국이다.

홍보는 과거 역사에서 정치적으로 크게 악용된 적이 있기 때문에 윤리적 취약성과 위험성을 안고 있다. 홍보는 ‘선전 광고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기사는 넣고 불리한 기사를 빼는 일이다’, ‘걸레를 비단으로 만드는 일이다’ 등으로 표현되는 편견이 아직도 지워지지 않고 있다.

홍보는 사람들의 태도와 행동에 미치는 막강한 영향 때문에 여론을 조작하고 공익을 해치는 흉기로 둔갑할 가능성이 크다. 윤리적 홍보의 관점은 홍보 과정에 국민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둔다. 정책이 지니는 장단점이 모두 공개되고 논의 되어야 한다. 비윤리적 홍보는 정보의 과장, 확대, 축소, 거짓, 은폐, 왜곡을 위한 일련의 여론 조작 활동을 말한다. 대중을 바보로 만들거나 속이는 일이다. 발표 시점의 사술적 선택, 경제효과·경제동향 같은 통계나 여론조사의 왜곡, 정보공개의 회피 등이 대표적 사례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치열한 담론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가면을 벗고 윤리적인 방법으로 홍보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비윤리적 홍보를 감시하고 걸러내는 일은 언론이 맡아야 한다. 국민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여론조작 흉계를 간파해낼 때 우리의 민주주의는 더 성숙해질 수 있다. 이제부터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만 알린다’는 기만적인 홍보를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된다. / 권영후 소통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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