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난 23일 새벽을 기해 동중국해상에 한반도 크기의 방공(防空)식별구역(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을 전격 선포했다. 자국의 영공(領空)은 아니지만 영공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여기에 진입하는 항공물체의 정체와 의도를 식별하여 필요 시에 군사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세계 여러 나라가 설정하고 있는 공간이다. 문제는 한발 빠르게 일본이 이미 설정해 놓은 방공식별구역(JAIDZ)과 넓게 중첩된다는 점과 중일 양국 간의 분쟁지역인 댜오위 다오/센카쿠 열도가 이 구역 안에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일본의 반발은 당연히 거세다. 미국 국방부도 동아시아에서의 스테이터스 쿼(status quo)를 무너뜨림으로써 역내 안정을 해치는 행위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금년 5월, 방공식별구역을 확장하여 중국 본토에 130km까지 접근했던 것은 일본이었다.

미국 합참의장 마틴 뎀프시는 지난 18일 월 스트리트 저널이 주최한 워싱턴 CEO 포럼에서 아시아에서의 군사적 긴장 가능성을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나는 중국의 항공모함 건설보다는 중국의 경제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 중국과 미국은 군사적으로 경쟁(competition)도 하고, 때로는 다투기도(contention) 할 것이지만 맞서 대적(confront)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미국 증권시장은 멜트업(melt up)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호황이다.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가 열에 의해 핵연료가 용해되어 녹아 내린 멜트다운 사건이었다면 멜트업은 양적완화(熱)에 의해 용해된 구매력이 위로 솟아 오르는 형국을 말함이다.

S&P 500 지수는 지난 금요일 사상 처음으로 1800을 돌파했다. 멀티플은 17배로서 사상 최고기록 17.5에 육박했다. 과거기록을 보면 멀티플이 17.5까지 오른 것은 2000년 3월의 닷컴 버블, 그리고 2007년 10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버블이 극에 달했을 때였다.

"중국보다는 북한을 경계한다"

이런 시기에 세계 경제의 한 기둥이 다른 기둥이 밉다고 발로 걷어찰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집이 무너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뎀프시 의장은 이어서 아시아 지역의 긴장은 핵 무장한 북한의 도발 및 확전 가능성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

우리나라는 22일 스텔스 기능에 방점을 찍어 록히드 F-35기 40대 도입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이 2011년에 이미 이 기종을 선택했다는 사실과 중국이 개발하고 있는 젠-20의 기능에 뒤져서는 안된다는 생각, 그리고 유사시에는 레이더에 걸리지 않고 북한의 지하 핵 시설을 파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전투기를 선택한 이유다.

지난 주말에 또 하나의 중요한 뉴스는 이란과 서방 주요 6개국 사이의 협상 타결이었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 활동을 대폭 줄이기로 했고 서방은 이에 대한 대가로 그 동안 이란에 가해 왔던 경제 제재의 일부를 풀어준다는 내용이다.

핵 폭탄 제조의 또 다른 경로가 될 수 있는 플루토늄 원전 개발을 허용할 것인가 하는 등의 나머지 문제들도 앞으로 6개월 이내에 타결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세계적 긴장 지역이 중동에서 아시아로, 특히 한반도로 모아지고 있음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22일은 또한 미국 케네디 대통령 암살 50주기를 맞는 날이었다. 지난 반세기를 이어온 온갖 음모론과 아울러 미국 CIA에 의해 자행된 것으로 폭로 또는 의심되는 주요 사건들, 그리고 최근까지도 진행되었던 우방국 대통령 감청 사례까지 들먹여졌다.

군사적 긴장이 중동에서 아시아로

오죽했으면 케네디 자신도 생전에 "CIA를 1000개로 찢어 허공에 날리겠다"(1966년11월25일자 뉴욕 타임스, 케네디 사망 3주기 회고기사)고 공언했을까. 그에 의해 파면되었던 알렌 덜레스 CIA 국장이 후일 케네디 암살 사건의 조사를 맡는 워렌 위원회 7인중 한명으로 참가하는 그런 무서운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세계 최강국이 반드시 세계 최선(最善)국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미국이나 중국, 나아가 일본의 있는 모습 그대로가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이다. 미, 중, 일의 중간에 끼어 있는 우리나라는 균형자로서의 지정학적 이점을 극대화하는 외교적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내 문제들을 가지고 밑도 끝도 없이 집안에서 으르렁거릴 때가 아니다. 평화가 없으면 경제도 없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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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내일신문> 11월 27일자 '김국주의 글로벌경제' 에 실린 내용입니다. 필자의 동의를 얻어 <제주의소리>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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