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정치권-시민사회단체 일제히 몸통 수사 촉구...한동주 넘어 우 지사 직접 조사 불가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역 도지사를 돕는 조건으로 시장 직을 거래했다는 한동주 서귀포시장의 충격 발언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도지사선거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우근민 지사가 불편부당의 중립을 지켜야 할 공직자에게 ‘시장 연임’ 거래를 매개로 사전선거운동을 종용했다는 혐의를 벗지 못할 경우 예상치 못한 사태까지 배제할 수 없는 ‘메가톤’급 파장이 예상된다.

우근민 지사에 대한 노골적인 지지를 유도한 한동주 서귀포시장이 전격 경질됐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우 지사는 <제주의소리>가 단독보도한 지 15시간 만에 한 시장을 ‘직위해제’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파문은 오히려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6개월여 앞두고 터진 ‘현대판 매관매직’, ‘거래설’의 끝은 한 전 시장을 넘어 우근민 지사를 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 진영은 이번 사태를 ‘한동주 게이트’로 규정하며, 선관위 조사와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 제주도당은 2일 오전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번 ‘한동주 게이트’의 핵심은 선거를 매개로 시장 직을 거래했다는 것이다. 한 전 시장이 자신의 입으로 “내(우근민)가 당선되면 네(한동주)가 서귀포시장을 더 해라. 이런 내면적 거래를 하고 이 자리에 왔다”고 실토(?)를 해버렸다.

<제주의소리>는 최초 보도가 나간 뒤 8시간 뒤에는 녹취록과 음원파일 등 빼지도박지도 못할 물증까지 공개하며 한 전 시장이 빠져나갈 퇴로까지 막아버렸다.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 제주도선관위는 곧바로 음원파일을 확보, 긴급회의를 하는 등 조사에 착수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진영이 ‘몸통’으로 지목하고 있는 우 지사에게로 조사를 확대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다만, 한 전 시장이 우근민 지사와 "내면적인 거래를 하고 왔다"고 스스로 밝힌 상태여서 어떤 형태로든 우 지사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사태가 심상찮게 돌아가자 30일 오후 긴급 보도자료를 내고 문제의 발언을 한 한 시장을 ‘직위해제’했다고 언론에 알렸다. 서둘러 파문 진화에 나선 것이다.

제주도가 배포한 보도자료는 한 전 시장의 발언을 ‘부적절한 발언’으로 뭉뚱그리며 초점을 흐리고 있다.

“우 지사가 ‘전 공직자는 내년 선거와 관련해 선거개입,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경우 사법기관 등에 수사 의뢰하겠다’고 지시했다”고 전한 대목에서는 ‘유체이탈’ 화법을 연상케 한다. 마치 자신과는 무관한 남 얘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 지사는 도정 최고책임자로서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이번 ‘한동주 사태’가 우 지사 본인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부각하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왜 이래야 했을까. 뒤집어 생각하면 그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한 전 시장의 발언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우 지사가 당선돼야 자신도 서귀포시장직을 연임할 수 있다는 취지로 우 지사 지지를 노골적으로 유도한 점이다. 이는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를 저버린 명백한 사전선거운동이다. <제주의소리>가 공개한 녹취록과 음원파일은 빠져나가지 못할 물증이다. 이 때문에 사법당국의 혐의 입증은 식은 죽 먹기처럼 쉬워 보인다.

이보다 더 폭발력을 갖는 건 “내면적 거래를 하고, 이 자리에 왔다”고 말한 ‘거래설’이다. 이번 ‘한동주 사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거래설’의 요지는 우 지사가 내년 선거에서 이기면 자신을 민선 6기에서도 시장에 연임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관권 선거’ 밀약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법적인 문제를 떠나 도정 최고책임자로서 응당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진영이 한동주는 깃털,우근민 지사를 몸통으로 지목하고 우 지사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동주 전 시장 발언이 동문회 행사가 한창 진행되는 술잔이 오고가는 취중이 아닌, 행사시작 축사 말미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술 취한 상태에서도 해서는 안될 발언을 공식적인 축사에서 했다는것은 아예 작정하고 불법선거운동을 했다는 뜻을 의미한다.

특히 서귀포지역 각 고등학교 동문회별 직급별 인원까지 파악하고 있다는것은 아주 치밀하게 준비된 발언이었다는것을 추론케 한다. 한동주 전 시장 혼자서 이런 발언을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때문에  이 문제를 함량미달 고위공직자의 ‘돌출’ 발언으로 치부하기엔 사안이 너무 중대하다. ‘거래’에는 당사자가 있기 마련. 따라서 쌍방을 다 조사해야 ‘거래설’의 실체를 밝힐 수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와 사법당국이 풀어야할 숙제다.

제주경실련은 1일 성명을 통해 “제주사회에 더 이상 선거판 매관매직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우근민 지사부터 전격 소환해 수사할 것”을 사법당국에 촉구했다.

서귀포시공무원노동조합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우 지사가 잇단 공직비리와 관련해 ‘연대책임’을 강조한 점을 들어 “시정 최고책임자에 대한 연대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 도 단위행사에 도지사를 대신해 시장을 참석케 한 우 지사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미 도민사회의 여론은 ‘한동주 게이트’의 몸통으로 우근민 지사를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도민들은 지난 2006년 5.31지방선거 때 공무원 선거개입 지시·공모 등의 혐의로 제주도청이 압수수색 당한 초유의 사태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김태환 지사는 1.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았다가 대법원까지 간 끝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혐의가 없어서가 아니라 수사기관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물의 ‘증거능력’ 때문에 살아난 것이다.

그렇지만 도민사회는 이를 통해 현역 도지사의 출마로 인한 공직사회의 패거리식 줄서기, 선거개입 등 공직내부의 민낯을 생생하게 지켜봐야 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났다. 공직자는 도민에 무한 봉사하는 공복(公僕)이 아니라 여전히 도민 위에 군림하려는 ‘슈퍼甲’질을 하려하고 있다. 이번 ‘한동주 사태’는 한 단면일 뿐이다.

‘한동주 사태’의 핵심은 선거승리를 위해서는 시장 직까지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판 매관매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선관위와 검찰은 물증으로 ‘거래설’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 선관위 조사와 검찰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지 지켜보는 도민사회의 눈이 많아도 너무 많다.

검찰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내년 도지사 선거판이 또한번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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