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직급별 공무원수 꿰차 내부조력 없인 불가능...조직적 사전선거 의혹

한동주 전 서귀포시장이 재경 서귀고 동창회 모임에서 밝힌 서귀포지역 각 고교 출신 서귀포시청 공무원 리스트, 이른바 X파일의 출처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내부 조력자 없이는 출신 학교별, 직급별 공무원 숫자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우근민 지사를 돕기위한 사실상의 사전 선거운동이 한 전 시장을 비롯해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직사회 내부에서는 학교별 단순 숫자 파악을 떠나 시장 교체 때마다 불거진 특정학교 출신 밀어주기 등 공무원 줄세우기 폐단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전 시장은 11월29일 서울 용산전쟁기념관 내 뮤지엄웨딩홀에서 열린 '2013 재경 서고인 정기총회 및 송년의 밤'에 참석해 공무원 줄서기를 유도하는 취지의 축사를 했다.

내용은 이렇다. “시청에 6급 이상 서귀고 출신이 50명 있다. 16년 이상 연륜을 가진 남주고는 6급 이상이 35명 뿐이다. 서귀농고(서귀산과고) 15명, 서귀포여고 25명 정도, 삼성여고 5명 정도. 6급 이상 만이다. 직원까지 하면 서귀고 250명, 남주고는 150명이다”

공무원 수 발언은 미리 준비한 축사 원고를 다 읽은 후 자유발언에서 나왔다. 서귀고 2회 졸업생 출신의 한 전 시장이 미리 다른 고교 출신의 공무원 수를 꿰고 있었다는 의미다.

줄세우기 논란이 불거진 이른바 공무원 리스트는 어디서 나왔을까? 인사를 총괄하는 서귀포시 총무과는 리스트를 작성하지 않았고 시장에게 보고된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현창행 서귀포시 총무과장은 “우리쪽에서 자료가 나간 것이 아니다. 시장(한동주)이 일부 직원과 서귀고 동문이 몇 명이나 되는지 개별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추정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사카드에 출신 초, 중, 고 필기란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학교명을 쓰지 않는 사람도 있다”며 “총무과는 학교별로 공무원 직급과 숫자를 파악하지 않았고 조사를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현 과장의 발언이 맞다면 한 전 시장은 내부 협력자 또는 동문을 통해 자료를 입수했을 가능성이 있다. 출처가 외부라도 이 또한 시청 내부의 도움 없이는 통계를 내기 어려운 자료다.

서귀고만이 아니라 경쟁 학교의 출신 숫자를 모두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전 시장은 6급이상 간부 숫자는 물론 계약직과 청원경찰까지 포함한 전 직원의 숫자도 외우고 있었다.

인사를 총괄하는 총무과에서 도움을 주지 않았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작업'이 훨씬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전 부서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는 얘기다.

공무원 내부에서는 시장이 바뀔때마다 출신학교별 줄서기가 반복됐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돈다. 이번 사태의 경우도 공무원 줄서기 논란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전 시장의 발언에 공직 내부는 물론 지역 사회가 고개를 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가 와서 보니까 서귀고가 모든 인사에 있어서 밀려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더해야 이 친구들을 다 제자리로 끌어올릴수 있고, 서귀포시내에서 사업하는 분들 계약 하나 더 줄 수 있고. 그렇게 영향을 미칠 수가 있으니까 그렇게 도와주시기 바라겠습니다”

한 전 시장은 서귀고가 인사에 밀린 점을 내세우며 향후 내부 승진과 동문 업자들에 대한 사업 지원을 거론했다. 말미에는 차기선거에서 우 지사를 도와달라는 취지의 말까지 했다.

강문상 공무원노조 서귀포시지부장은 “옛 남군 출신, 옛 서귀포 출신에 이어 이번엔 학교까지 편가르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학연과 지연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문화는 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직자가 선거때만 되면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며 “공무원노조 차원에서도 선관위와 간담회를 열고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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