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한동주 해명도 논란 (3) 인사파일 누가 작성했나? 검찰도 주목 ‘압수수색’ 단행

   
한동주 전 서귀포시장이 3일 기자회견을 통해 언론에서 제기한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했지만, 의혹은 오히려 더 증폭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출신고교별 재직 공무원현황’에 대한 어설픈 해명이다.

먼저 문제의 재경 서귀고동문회 송년모임에서 한 한 전 시장의 발언을 그대로 옮겨보자.

“시청에 6급 이상 서귀고 출신이 50명 있다. 16년 이상 연륜을 가진 남주고는 6급 이상이 35명뿐이다. 서귀농고(서귀산과고) 15명, 서귀포여고 25명 정도, 삼성여고 5명 정도. 6급 이상 만이다. 직원까지 하면 서귀고 250명, 남주고 150명이다”.

한마디로 출신 고교별 공무원 현황을 줄줄이 꿰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한 전 시장은 “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직원들을 만날 때마다 ‘학교 출신 직원이 몇 명이 되느냐’고 묻고, 파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공식, 비공식적으로 보고를 받은 바 없다. 개별적으로 파악한 것”이라고 둘러대기도 했다.

‘서귀고 출신들이 모든 인사에서 밀려 있었다. 제가 더 해야 이 친구들을 다 제자리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한 것이 특정 고교 승진 및 편 가르기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승진이라는 표현을 안 썼던 것으로 알고 있다”, “능력에 따라 적당한 자리에 배치시킬 계획이었다”, “계획된 발언이 아니었기에 정확히 뭐라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라고 얼버무렸다.

누가 봐도 인사혜택을 주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인데도, 언론이 ‘오버’한 것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이 역시 최근 신규직원을 채용할 때 출신학교와 가족관계를 없앤 표준이력서를 사용하는 추세와 비교하면 한 전 시장의 인식 자체가 시대와 동떨어졌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능력이 아닌 연줄에 의한 인사를 하겠다는 사고에 다름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한 전 시장의 해명은 사전선거운동이 자신을 정점으로 해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에 대해 미리 방어막을 친 것 성격이 짙다.

하지만 고교 출신별 공무원 리스트, 이른바 X파일은 내부 조력자 없이는 출신 학교별, 직급별 공무원 숫자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힘들다.

인사업무를 담당하는 서귀포시 총무과는 리스트를 작성하지도 않았고 시장에게 보고한 적도 없다고 잡아떼고 있다.

현창행 총무과장은 <제주의소리>와 전화통화에서 “우리 쪽에서 자료가 나간 것이 아니다. 시장(한동주)이 일부 직원과 서귀고 동문이 몇 명이나 되는지 개별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추정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현 과장은 또 “인사카드에 출신 초·중·고 필기란이 있지만 학교명을 쓰지 않는 사람도 많다”며 “총무과는 학교별로 공무원 직급과 숫자를 파악하지 않았고 조사를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 역시 한 전 시장과 말을 맞췄을 가능성이 높다.

현 과장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한 전 시장은 내부 협력자 또는 동문을 도움을 받아야 한다. 아무리 출처가 외부라도 이 또한 시청 내부의 도움 없이는 통계를 내기 어렵다.

한 전 시장은 서귀고 뿐만 아니라 경쟁학교의 공무원 현황까지 줄줄이 꿰고 있었다. 6급 이상 간부 숫자는 물론 계약직과 청원경찰까지 포함한 전 직원의 숫자도 외우고 있었다는 점은 누군가가 X파일을 작성, 제공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인사를 총괄하는 총무과에서 도움을 주지 않았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작업’이 훨씬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전 부서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 제주시는 지난 8월 소속 공무원들에게 본적과 출신 고교 정보를 제출토록 요구해 물의(<제주의소리> 8월16일자 ‘제주시, 공무원 ‘본적·출신고’ 해괴한 요구 왜?’)를 빚은 바 있다. ⓒ제주의소리DB
X파일 작성, 제공 진원지로 총무과를 지목하는 데는 비슷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제주시는 지난 8월 소속 공무원들에게 본적과 출신 고교 정보를 제출토록 요구해 물의(<제주의소리> 8월16일자 ‘제주시, 공무원 ‘본적·출신고’ 해괴한 요구 왜?’)를 빚은 바 있다. 이번 ‘한동주 게이트’가 터지면서 새삼 주목받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서귀포시청뿐만 아니라 제주도 공직 전체를 대상으로 학연·지연 등 연고를 파악, ‘선거용’으로 활용하려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동주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제주지방검찰청이 4일 오전 서귀포시청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에 나선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검찰은 이날 시청 총무과와 시장 집무실 등에서 인사파일 등 관련 자료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이 앞으로 수사 초점을 맞춰야 할 부분도 바로 인사파일 정보의 조직적 유출-동조 여부다.

공개된 내용(녹취록, 음원파일)만으로도 한 전 시장에 대한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 위반 및 사전선거운동 혐의 입증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다만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이 공무원 조직까지 동원했느냐는 검찰의 수사영역으로 남게 됐다.

마침 중앙선관위는 3일 공무원의 선거범죄 공소시효를 현행 6개월에서 7년으로 늘리고, 조직적인 공무원의 선거범죄행위를 신고할 경우 최고 5억원의 포상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