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경제 희망찾기(9)] ㈜대석엔지니어링 대표 고찬석

▲ 무소음, 무진동, 무분진 암반제거 공법의 대석엔지니어링
# 건설현장의 고질적 문제가 되려 탄생 계기로

“1990년대 당시 건설현장에서 일조권침해 분쟁은 있었으나, 소음과 먼지로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큰 문제로 불거질 것이라는 사실은 업계는 물론 행정당국도 예견치 못할 때였습니다.”

굴삭기 기사로 건설현장에서 잔뼈가 굵었던 고찬석씨는 1990년 ‘대석코아’를 창립, 암반제거를 주 사업으로 하는 중장비 임대업에 뛰어들었다. 화산섬이라는 지질 특성상 도내 모든 건설현장에서 나오는 암반제거 작업을 하며 착실히 기반을 닦아 나갔다. 하지만 도심지에서 빌딩과 건물을 올리기 위해 지하 암반을 제거하면 할수록 주변 주민들은 소음, 진동, 분진 등에 대한 정신적 피해보상과 건물균열에 대한 보상을 끊임없이 제기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집단 민원으로 이어져 공사가 잠정 중단되는 사태도 속출해 건물주와 시공업체는 시간적·경제적으로 막대한 비용을 감수해야 했으며 행정당국 역시 그칠 줄 모르는 분쟁에 시달려야 했다.

당시 가장 흔했던 암반제거 공법은 굴삭기 유압을 이용한 타격과 폭약 발파로 소음·진동·먼지를 막을 뾰족한 방법과 대책은 찾기 힘들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찬석씨는 1996년 ㈜대석엔지니어링을 설립, 도내는 물론 국내에서도 관련 노하우와 기술이 없었던 ‘무소음, 무진동, 무분진’ 암반제거 공법과 장비개발에 착수했다.

# 제주토양에 맞는 공법은 어디엡

▲ 고찬석 대석엔지니어링 대표
고찬석 대표는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외국의 선진 암반제거 기계와 공법에 대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중장비 임대업을 하며 벌어들인 돈을 여기에 쏟아 붓기 시작했다. 국내는 물론 외국의 신형 암반제거 기계 수 십여 종을 구입해 도내 건설현장에서 도입해 테스트한 결과 무소음, 무진동, 무분진을 모두 해결해 줄 기계는 나오지 않았다.

“도내는 물론 다른 지방 대규모 공사현장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암반제거에 사용되는 모든 공법과 기계에 대한 자료를 수집 했습니다”, “어떤 때는 한 달에 10여 차례 다른 지방으로 출장을 가서 건설현장에서 살다시피 했죠.”

첫 번째 난관에 봉착한 것은 제주만의 독특한 성질의 암반. 고 대표는 “국내는 물론 외국의 제품들 중에서 제주의 암반을 제거하는 데 적합한 기계가 없었다”며 “소음은 나지 않는데 진동은 여전히 발생하는 등 제주 암반 특성에 부응하는 새로운 기술도입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수집한 장비들을 일일이 분해한 뒤 분석하기 시작했다. 막상 새 기계를 만들려고 했지만 제주에는 주물, 연마, 도금 등 관련 산업시설이 없어 고 대표는 다른 지방에 있는 공장에서 기계 제작에 착수해야 했다.

고 대표는 “시행착오의 연속에 연속이었다, 아울러 각 공정마다 현금을 주지 않으면 일이 진척이 안 돼 바로 바로 돈을 쏟다 보니 막대한 개발비용이 들어갔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시제품이 나와 테스트를 끝낸 뒤 제주의 건설현장에서 시도하면 처음 실험과는 달리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때가 부지기수였다”며 “더구나 부품 하나에 문제가 발생해도 원점에서 다시 제품개발에 착수해야 했다”고 당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도내 대학 토목과 교수는 물론 토목 전문가들과 꾸준히 신기술을 개발하고 데이터를 축적했지만 암반제거 신기술 공법과 기계가 현장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계속되는 난관에 봉착했다.
건설현장에서 살면서 기계와 공법을 수정하며 문제점들을 하나 둘씩 고쳐나갔지만 완벽한 공법과 기계가 언제 나올지 장담하지 못해 시련은 계속됐다.

# 상황역전, “제발 제주에 공장 설립만은…”

   
1996년부터 암반제거 기계의 설계를 시작으로 1998년 현장 시험적용 및 보완을 거쳐 개발착수 5년 만인 2001년 드디어 무진동, 무소음, 무분진을 해결해 줄 암반굴착방법(Daeseok Rock Breaker System, D.R.B)과 장비 개발에 성공하게 된다. 개발과 함께 국내발명특허, 실용신안, 의장등록, 상표권등록 등 30여 종의 산업지적재산권을 보유하게 됐다. 또 이들 중 핵심기술은 162개의 국제발병특허(P.C.T)에 출원해 현재 등록 중에 있으며 ISO14001 환경인증업체로 선정되기에 이르렀다.

제품개발을 모두 마친 고 대표는 시제품 생산에 이어 대량 생산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대량생산으로 원가절감을 통한 제품가격 경쟁력 우위확보를 시도했으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고 대표는 “신제품이 나오고 나니 그동안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했던 공장들은 반 가격에 만들어주겠다”는 등 상황은 역전됐다고 밝혔다.

공장 사장들이 제주에 생산 공장을 차리는 것만큼은 말아 달라고 사정했지만 고 대표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 제주 건설과 경제 발전을 위해 과감히 제주에 공장을 새로 차리기로 했다.

# 우여곡절 끝에 세워 올린 제주 공장

   
그러나 신기술 발명특허에 따른 공장설립에 있어 자금을 용이하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고 대표는 “제주도가 중소기업육성자금으로 시설 및 운영자금을 지원해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막상 신용보증기금에서는 운영자금 융자에 따른 보증을 요구해 자금을 지원받을 수 없었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더구나 2001년 건설경기 위축으로 업계에서는 산발적인 부도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그가 빌리려는 수억 원에 대해 보증을 서줄 사람들도 주위에 없었다. 그동안 벌어들인 수입을 신기술 제품개발에 쏟아 부어 여력이 없을 때 금융기관 대출도 쉽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였다.

사정이 이렇자 주위에서는 신제품 개발에 따른 대리점 확보와 기술시연 등 파급효과와 함께 제품 원자재를 수월하게 구할 수 있는 육지에서 공장을 차리는 것이 더 낫다고 조언했으나 고 대표는 제주에서의 공장설립에 대한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갖은 고난 속에 2004년 3월 고 대표는 드디어 제주시 화북2동에 무소음, 무진동, 무분진 암반제거 장비의 본격 생산을 위한 공장과 사무실을 차렸다. 대량 생산체제가 가능해진 것이다. 무엇보다 주위의 우려와 반대에도 제주에 대한 애착심 하나로 공장을 설립한 것에 대해 고 대표는 큰 자부심을 갖게 됐다.

# 전국 최고 수준의 기술… 이젠 해외수출이 목표

암반제거 신기술 D.R.B공법과 장비는 모두가 인정해 줬다. 암반제거에 따른 소음, 진동, 분진을 말끔히 해결한 것이다. 제주시 광양로터리 인근 빌딩공사현장에서 도내에서 처음으로 지하 5층까지 파내려갔지만 암반을 제거하는 동안 민원과 분쟁은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부산과 경기도에서도 러브콜이 들어와 터널, 지하철 공사, 하수공사 등에서 시공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부산 터널 공사에서는 일본에서 들여온 최신 공법과 기술로도 완벽한 암반제거와 공간확보가 불가능한 가운데 대석엔지니어링의 신기술 공법과 장비로 이를 해결해 내 부동의 입지를 굳히게 됐다.

건설업체뿐만 아니라 관공서에서도 이 기술을 인정해줬다. 제주도 뿐만 아니라 4개 시·군에서도 건축물, 하수관 등 설치에 따른 암반제거에 있어 설계단계에서부터 대석엔지니어링의 D.R.B공법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허가가 나지 않을 정도로 신기술은 확실한 인정을 받게 됐다. 더불어 그동안 말 많고 탈 많았던 소음, 진동, 먼지 등 암반제거에 불가피하게 발생했던 민원발생 문제들이 말끔히 가시게 된 것이다.

고 대표는 “다른 지방 업체들은 D.R.B공법과 신장비 개발을 제주업체가 해낸 것을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감탄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국내 전 건설현장에서 이 기술을 도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대리점 확보와 마케팅을 더욱 강화한다면 국내는 물론 해외수출도 가능해 이에 대한 행정당국의 지원과 성원이 필요하다”고 말을 맺었다.

# ㈜대석엔지니어링의 D.R.B 공법과 장비

대석엔지니어링의 특허를 받은 것은 포크레인에 장착되는 굴착기용 헤드이며 실용신안은 내연기관에 장치된 유압모터, 유압식 암반파쇄기, 포크레인 헤드용 커터구조, 수평회전이 가능한 굴착기 등 모두 12건이다. 이 외에 암석파쇄용 오일잭, 포크레인 헤드용 커터에 장착되는 삽날, 굴착기 헤드 등 16건은 의장등록을 받았으며 2건은 진행 중이다.

신기술 공법에서 소음과 진동, 분진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 공사현장 바로 앞에서 직원들이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친환경적인 공법으로 도심지의 지하철 건설, 도로터널, 빌딩신축, 관로공사 등에서 민원발생이 없었다는 사실이 이를 다시 뒷받침하고 있다.

D.R.B 공법은 비탈진 경사면을 굴착할 수 있도록 45도 각도로 회전이 가능하며 백호우에 장착되는 굴착용 헤드가 전후는 물론 좌우로 회동하게 됨에 따라 지면의 측면을 용이하게 가공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상부에 방해물이 있는 좁은 공간에서의 작업이 가능하다.

아울러 암반파쇄기는 특수재질을 사용해 무게를 28㎏으로 줄여 경량화 했으며 천공장비인 드릴링 디바이스는 부피가 작고 무게가 가벼워 1t 소형차에 적재 이동이 가능하다. 바스타유니트 역시 가벼워 사람이 들고 이동이 가능하다.
이렇게 D.R.B 공법은 장비가격이 저렴하며 민원발생을 줄이는 한편 인건비가 적게 들고 작업자들의 건강도 유지하는 등 암반제거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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