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스포츠도박 위험수위] (1) 빚 2000만원 넘는 경우도...단속은 한계

 대학가에 불법 스포츠도박이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호기심에, 아니면 ‘한방’을 꿈꾸며 시작한게 수백, 수천만원의 빚으로 돌아와 우리 대학생들을 옥죄고 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고교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빠르게 확산된 스마트폰이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국에서도 그 실태를 정확하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불법 스포츠도박의 실태와 문제, 전문가 조언을 3차례 연재한다. [편집자주]

▲ 편의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포츠 토토. 이것 자체는 합법이다. 수익금은 스포츠 산업의 진흥에 쓰이고 1인 한도 10만원을 넘으면 처벌받게 된다. 반면 사설 토토는 그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관련된 모든게 처벌 대상이다.
제주시 이도동에 거주하는 대학교 4학년 이모(24)씨는 요즘 300만원의 카드빚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스포츠 도박으로 생긴 빚이다. 사연은 이렇다.

군 복무시절 후임이 자신에게 다가와 돈을 빌려주면 불려서 갚겠다고 했다. 이 씨는 혹시나 하는 맘에 2만원을 빌려줬다. 다음 날 후임은 원금의 10배나 되는 20만원을 갚았다.

깜짝 놀란 이 씨는 어찌된 영문인지 후임에게 물어봤다. 후임은 불법 스포츠 토토 사이트(이하 사설 토토)를 통해 돈을 불렸다는 것. 이때부터 이 씨는 호기심에 사설 토토를 시작했다. 당시 이 씨는 20살이었다.

이 씨는 군 전역 후에도 사설 토토를 계속 했다. 1만원부터 크게는 50만원까지 돈을 걸었다. 대부분 돈을 잃었지만 한번에 120만원을 따기도 했다.

돈을 딴 날엔 ‘오늘은 운이 좋으니 다른 경기도 베팅하면 대박이다’겠다 생각하고 딴 돈의 절반을 다시 사설 토토에 썼다. 나머지는 유흥비 등으로 지출했다. 

매번 이런 식이다보니, 게임이 계속될수록 지출은 늘어만 갔다. 

이 씨는 돈을 잃을 때마다 “크게 한번만 따면 그만해야지. 인생은 한방이다”라고 되새겼다. 그렇게 5년의 시간이 흘렀고 약 1000만원을 잃었다. 요즘 이 씨는 300만원의 카드빚을 갚기 위해 대출을 알아보는 중이다.

그래도 이 씨는 양호한 편이라고 한다. 사설 토토를 하는 학생들 대부분 그동안 잃은 돈이면 중형차는 뽑고도 남는다고  말한다. 빚이 2000만원이 넘는 대학생도 있다.

모든 도박이 그렇듯이 한번 빠지면 웬만해선 헤어나기 어려운게 도박의 특성이다. 스스로 도박의 폐해를 잘 알고 있고, 주변에는 만류를 하지만, 정작 자신은 끊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건입동에 사는 대학생 김모(25)씨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스마트폰 하나면 안 되는 게 없다. 주위에 대출을 받은 친구도 많다. 제2~3금융권에서 돈을 대출받기 때문에 이자율도 높아 금방 빚쟁이가 된다. 누가 ‘토토를 한번만 해보겠다’고 하면 바로 말린다”고 얘기했다.

김 씨는 “최소 5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까지 걸어봤다. 친구들과 만나면 사설 토토 배당률 얘기만 한다. 잃는 돈이 훨씬 많지만 한번 딸 때 그 기분을 잊지 못해 끊지 못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제주지방경찰청 사이버 수사대 관계자는 “사설 토토는 대부분 도메인이 해외에 있는데다, 운영자들이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이용하고 회원들도 전국적으로 퍼져있기 때문에 다른지방 경찰과 공조 없이는 단속 또는 검거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사설 토토를 하다 적발되면 운영자 뿐 아니라 회원 등 관련자 모두 3년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고, 도박에 쓰인 돈은 전액 추징되지만,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사설 토토의 특성상 적발이 쉽지 않다.

대학가에 불법 스포츠 도박이 재선충처럼 번지면서 전도가 유망한 우리 젊은이들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동건 인턴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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