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스포츠도박 위험수위] (2) 각종 인증 필요없어...“문화결핍 채워줘야"

 대학가에 불법 스포츠도박이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호기심에, 아니면 ‘한방’을 꿈꾸며 시작한게 수백, 수천만원의 빚으로 돌아와 우리 대학생들을 옥죄고 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고교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빠르게 확산된 스마트폰이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국에서도 그 실태를 정확하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불법 스포츠도박의 실태와 문제, 전문가 조언을 3차례 연재한다. [편집자주]

 

▲ 제주시 일도동에 거주하는 김모(22)씨가 인터뷰 하는 도중에도 스마트폰으로 토토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불법 스포츠(이하 사설 토토) 도박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 중의 하나는 게임이 온라상에서만 이뤄지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보급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스마트폰이 없는 고교생을 찾아보기 힘들 만큼 이제 스마트폰은 고교생들 사이에서도 보편화됐다.

언제 어디서든 혼자서도 즐길 수 있어 누구의 눈치를 보거나, 굳이 숨어서 할 필요도 없다. 단속이 힘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현금도 대부분 스마트 뱅킹을 통해 오간다.

우리가 아는 스포츠 토토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스포츠산업 진흥을 위한 사업이다. 스포츠 경기가 있을 때 경기 스코어와 결과를 예상해 맞추는 방식이다.

베팅 금액은 1인당 최대 10만원으로 경기 결과를 맞추면 여러 절차를 걸치기 때문에 돈이 들어오는데 며칠이 걸린다.

이와 다르게 사설 토토는 베팅금액에 한도가 높거나 아예 없는 곳도 있다. 또 경기 몇 분 전에 베팅 할 수도 있고 경기 직후 바로 돈을 출금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설 토토에 몰리는 이유다.

문제는 사설 토토 사이트 대부분이 당국의 적발에 대비해 성인인증이나 실명인증을 따로 하지 않는다는 것.

 

▲ 실제 사설토토 회원가입 페이지. 실명인증란이 따로 없어 청소년들에 접근이 쉽다.

이름, 전화번호, 메일, 계좌번호만 있으면 누구나 가입 할 수 있다. 또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게 해결된다.

소액으로만 베팅을 하다 잃는 돈이 많아지자 지금은 더이상 하지 않는다는 대학생 김모(24,서귀포시 동홍동)씨는 “사설 토토에 올라오는 글을 읽다보면 ‘참고서 살돈으로 베팅했다’는 글도 있고, 또 청소년사이에서 유행하는 비속어가 종종 보인다. 누가 봐도 중고등 학생도 이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수능을 마친 김모(19, 제주시 일도동)군은 “한 반에 4~5명은 꼭 한다. 적게는 5000원, 많게는 10만원까지 베팅한다. 몇몇 학생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 베팅을 하거나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기도 한다. 또 빌려간 돈을 제때 갚지 않아 말싸움도 종종 일어난다”고 전했다.

제주시 모 사립고교 학생주임 A씨는 “청소년시기에는 남이 하는 걸 혼자 못하면 손해를 본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또 학생들의 접근이 너무 쉬워 스포츠 도박이 점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했다.

A씨는 “불법 스포츠 도박은 온라인상으로 돈이 오고가기 때문에 학생이 아니라고 잡아 떼면 찾을 방법이 없다”며 “오프라인 상에서 현금이 오간다면 어떻게 해서든 통제를 하겠지만, 사법기관도 아닌데 현실적으로 통장거래내역까지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실태를 파악 할 수 없어 학교 차원에서는 통제가 어렵다”며 “특정 학교에 국한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으로 해결해야할 사안”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도박에 빠지는 이유가 학업에 지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을 만한 건전한 여가 문화가 없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고 말한다.

하진의 상담심리학박사는 “부정적 접근은 좋지 않다. 단순히 하지 말라고만 하면 더 역효과가 생긴다.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청소년들은 놀거리가 부족하다. 문화적 결핍을 채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 박사는 “청소년기에는 자아성찰 시간이 필요하다. 자아탐색을 통해 삶의 목표와 동기부여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각 학교마다 상담교사가 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고 교과과정에 자기이해를 위한 과목이 포함돼야 한다. 청소년들이 자아성찰을 할 수 있는, 문화형성을 위한 장기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제주의소리>

<이동건 인턴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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