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스포츠도박 위험수위] (3) 전문가들 “ ‘도박 인지’-제도적 대책 시급”

 

 대학가에 불법 스포츠도박이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호기심에, 아니면 ‘한방’을 꿈꾸며 시작한게 수백, 수천만원의 빚으로 돌아와 우리 대학생들을 옥죄고 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고교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빠르게 확산된 스마트폰이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국에서도 그 실태를 정확하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불법 스포츠도박의 실태와 문제, 전문가 조언을 3차례 연재한다. [편집자주]

 

▲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이용한 신종 사설토토. 하이퍼링크를 클릭하면 경기 관련 배당정보와 계좌를 확인할 수 있다. (위 사진에 나온 safebet.oa.to 사이트는 현재 폐쇄된 상태)

도박이 무서운 건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쉽지 않고, 자신이 중독됐다는 사실 자체를 모른다는 점이다.

전문가들도 이런 점을 가장 우려하면서 제도적인 대책과 함께 당사자들의 조기 치료를 강조한다.

사무직에 종사하는 A씨(20대, 제주시 일도동)는 요즘 직장 동료들과 술자리를 갖는게 부담스럽다. 술자리에만 가면 토토 얘기가 주를 이뤄 대화에 낄 수가 없다는 것이다. A씨는 “나만 외톨이가 되는 것 같아 토토는 아니더라도 스포츠 경기결과는 꾸준히 챙긴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사행성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조사한 불법 스포츠 도박 실태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 규모가 최소 4조1610억원에서 최대 11조862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전국적으로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이하 사설 토토) 적발 건수도 2011년 1만3755건으로 2010년 7951건 보다 2배 가까이 급증했다.

현재 운영되는 사설 토토는 해외에 인터넷 서버를 두고 도메인을 주기적으로 변경하는 바람에 단속이 쉽지 않고 정확한 수치를 산출하기도 어렵다. 여기에다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사설 토토 이용자를 정확히 파악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어디서든 빠른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인터넷을 통한 베팅 시스템인 사설 토토도 급증했다.

화물 운수업을 하고 있는 B씨(30대, 제주시 노형동)는 “카드빚이 1000만원이 넘는다”며 “카드빚을 갚기 위해 회사에서 퇴직금도 미리 받았다. 월급은 몇 달째 집에 못 가져다주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어 “끊고 싶어도 끊을 수가 없었다. 사설 토토가 요즘에는 스마트폰 어플로도 나온다. 자꾸만 확인하게 되고 계속 베팅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진의 상담심리학 박사는 “도박에 빠진 사람들 대부분이 돈을 잃을 땐 그저 운이 없어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돈을 땄을 땐 자신의 실력과 능력이란 착각을 하게된다. 이게 스포츠 도박의 가장 큰 문제”라며 “무엇보다 정확한 실태조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에 대한 치료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또 재발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며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며 “도박중독 치료의 첫걸음은 스스로 도박 조절을 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회사원 C씨(30대, 서귀포시 대정읍)는 “업무를 하는 도중에도 스마트폰으로 계속 토토 결과를 확인하고 베팅한다. 경기 종료 직전 토토 결과가 바뀌어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는데, 다른 동료 몇몇도 나처럼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고 직장 내 사설토토가 만연해있음을 귀띔했다. 

또 “젊은 직원들 뿐 아니라 40~50대 부장님들도 많이 하신다. 업무 중에 다가와 배당률을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베팅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자세히 모르지만, 심하다고 느껴지는 사람도 가끔 있다”고 말했다.

취재 도중 만난 대학생과 직장인들은 “주변 사람들 5명중 1명은 사설 토토를 경험해 봤거나, 직접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대부분이 도박이라고 인지를 하지 못하고, 단순한 온라인 게임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제주연강신경정신과의원 강지언 중독치료재활전문원장은 “처음에는 다들 호기심으로 시작한다. 한번이라도 돈을 따면 ‘좀 더 노력하면 더 딸 수 있다. 본전만 따면 그만해야지’라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고 설명한다.

이어 “10명이 도박을 했을 경우 1명이 돈을 딸까 말까한다. 본전을 찾더라도 대부분이 그만두지 못한다”고 불법도박의 폐해를 우려했다.

강 원장은 “도박이라고 인지를 하고 있더라도 자기는 중독이 아니라고 착각해 병원을 찾지 않아 더 큰 피해가 발생한다. 그 피해는 가족, 친구, 동료에게로 이어진다”며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가 도박이라는 인지를 해야만 도박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제주의소리>

<이동건 인턴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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