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홍이 만난사람> 신구범 전 지사 “우근민·김태환도  희생양, 우 지사에 손 내밀 것”

참으로 격정적인 삶을 산 정치인이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농림부 기획관리실장에 이은 관선 제주도지사, 그리고 초대 민선도지사로 화려한 지방자치시대의 주역이 됐다.

제주 지하수를 팔겠다고 나서 ‘봉이 신설달’ 애칭을 들으며 삼다수 신화을 만들었다. 서울과 경쟁한 아셈(ASEM, 아시아-유럽정상회의)에서 패배한 이후 지방자치단체에 스스로 도민주 컨벤션센터를 건립해, 마이스산업의 토대를 닦았다. 풍년이면 3.3kg에 1천원도 못 받을 정도로 힘들던 감귤산업을 회생시킨 감귤생산조정제 토대도 그의 작품이다. ‘비전과 추진력을 갖춘 도지사’ 였다는 평가에 대해선 지역사회 다수가 동의한다.

그러나 여기까지. 민선 도지사를 끝으로 행정고시 출신의 순탄한 인생은 파란만장한 삶으로 바뀌었다.    

1998년 현직이라는 유리한 점에도 불구하고 새정치국민회의 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우근민 후보에게 일격을 당했다. 결과에 승복할 것처럼 보였던 그는 훗날 스스로 최악의 선택이었다고 말하는 ‘경선 불복’의 길을 걸었다. 결과는 낙선. 마지막 축협조합장으로 정부의 농축협 통합에 반대하며 국회에서 할복, 전국을 깜짝 놀라게 했다. 2002년 우근민 후보와 세 번째 경쟁에서 패배하면서 우-신 갈등은 그야말로 본격화 된다. 은혜마을 30억원 기부와 관련한 검찰의 집요한 수사와 사법부와의 싸움이 겹치면서 그는 유죄 판결로 수형인이 된다. 그동안 몇 차례 사업에 손댔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번번이 실패하거나 접어야 했다.

그리고 이제 70을 넘긴 나이에 네 번째 도전에 나섰다. 그러나 그와 우근민, 그리고 김태환 전현직 지사의 갈등에 염증을 느낀 도민여론 벽(제주판 3김 세대교체)을 넘어야 한다.

<제주의소리>가 12일 신구범 전 지사를 만났다. 그는 ‘제주판 3김’과 ‘세대교체’에 “독재국가도 아니고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 도민들이 선택할 문제”라고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김태환 전 지사의 동반퇴진 제안에 대해서도 “김 전 지사가 불출마하기 위한 명분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김 전 지사와 자신, 우근민 지사까지 ‘동반퇴진의 희생양’이라고 항변했다. 또 “관선부터 하면 22년인데 우-신-김 세 사람이 지사를 했던 시대를 책임질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우리 시대를 우리가 책임지고 마무리 하고 싶다”면서 자신들 중 누군가자 차기 도지사가 되는 게 ‘결자해지’라고 했다.    

신 전 지사는 또 “우근민 지사도 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을 수 있다. 또 제주사회 갈등 요인 중 하나가 신구범-우근민 갈등이라는 여론이 있다. 우리 시대를 마무리 하기 위해서도 제가 우근민 지사에게 손을 내미는 과정이 똑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신구범 전 지사 인터뷰 전문.

 

▲ 내년 제주도지사 선거에 다시 나서는 신구범 전 지사. 그는 신구범 우근민 김태환 세 명이 만든 22년을 자신들이 마무리 하고 싶다고 말했다. ⓒ 제주의소리

# 신-우-김을 하나로 묶는 것 정상적인 사고 아니 
  김태환 동반퇴진?...“불출마 명분이 필요했을 것”
  자기 정치적 이익 때문에 도민 속이고 거짓말 해선 안돼

 
- 내년 지방선거에 도전한다. 좋아하는 도민들, 우려하는 도민들 시각이 교차한다. 
“지난 9월 16일 출마 기자회견을 했다. 우 지사와 김 전 지사가 출마 하지 않아도 계속 가겠느냐고 기자들이 물었다. 그들과는 아무 관계없다. 나는 내 갈길 가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세 사람을 하나로 묶는 것 자체도 정상적인 사고로 보지 않는다. 하물며 누구에게 끌려서 종속 변수가 되는 것은 맞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다.”

- 김태환 전 지사 불출마 선언을 놓고 ‘진정성을 의심이 든다. 여러 가지 정치적 상황이 있다’고 했는데 계산된 정치적 행위라고 보는지. 
“제 말이 사실이라고 받아들일 사람들이 많다. 새누리당 사람들을 포함해서 김 전 지사의 거취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분들이 있다. 김 전 지사가 출판기념회 때 '두 사람이 출마를 하지 않으면 나도 하지 않겠다', 말하자면 ‘조건부’ 동반 퇴진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가 '나 출마하지 않겠다, 두 사람도 내 뜻과 같이 가 줬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하니(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김 전 지사에게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느냐고 직접 진위를 물었다.”

- 김 전 지사를 직접 만났나.
“자주 만난다. 얼마 전에 만나 터놓고 그런 이야기를 했다. 김태환 전 지사가 특유의 긍정도 아닌 부정도 아닌 제스처를 취하더라. 진정성이 없는데 수용할 입장이 아니다.  전제조건을 깔든 아니든 김 전 지사의 정치적 행보를 보면 그가 상당한 고심 끝에 자신이 불출마를 하는 명분이 필요했을 것이다.”

- 신 전 지사 출마 변을 보면,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고 했다. 신 전 지사는 이미 두 차례 낙선 했다. 도민들 선택을 못 받았다. 꿈 꿀 권리도 있지만, 도민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도 도리 아닌가. 
“저는 인정을 하지 않는다. (패배)결과는 인정하지만 그 안의 (선거) 과정은 아니다. 스포츠엔 룰이 있다. 룰을 어기면 게임을 몰수하던지 무효로 처리한다. 우리가 겪었던 선거 과정은 룰은 있었음에도 룰을 지키라는 요구는 없었다. 두 번 낙선했다. 1998년 선거 때 우근민 후보가 당선됐다. 버스동원 사건으로 선관위가 고발까지 했다. 그런데 처벌은 누가 받았나. 그런 결과를 제주도가 용인한 것 아닌가? 2002년도에도 마찬가지다. 정말 정당한 게임을 했는데 도민들이 나를 선택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패배에는 늘 이유가 따른다. 도민들로부터 왜 선택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나.
“어제 서귀포 가시리에서 농민 몇 분을 만나 이야기 하다가 감귤 이야기가 나왔다. 그분들이 제게 ‘감귤을 파묻은 거 맞느냐’ 물었다. 그래서 내가 ‘묻는 것을 본 적 있느냐, 장소도 알고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리고 당시 상황을 설명을 해드렸다. 이야기를 다 듣고 ‘사람을 그렇게 속이면 되느냐’고 그분이 말씀하셨다.” 

- 당시에 우 후보만 입이 열리고 신 후보는 닫힌 게 아니다. 우 후보 모두 그 문제에 이야기 했다.  
“물론 저도 입을 열었다.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거다. 선택이 항상 정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안다. 그러나 우리가 바라는 것은 정당한 선택이다. 저는 정답이 이겨야한다고 보는 사람이다. 내가 살아온 길이 그렇다. 정치는 정당하게 가야한다고 본다.”

- 누가 도민들을 설득시켜 선택을 받았느냐다. 모두에게 준 기회에서 신 전 신 전 지사는 도민을 설득시키지 못한 게 아니냐. 그런데 책임은 다른 쪽으로 돌린다.  
“우리가 지도자가 되고 정치를 하려 한다면 누가 됐든 도민들에게 거짓말을 해선 안 된다. 도민들을 설득했느냐 못 했느냐의 전제는 서로가 진실을 가지고 이야기할 때 성립하는 거라고 본다. 당시 상항을 결과로 보자면 (우근민 후보가 도민들을) 효과적으로 속였다는 것밖엔 안 된다. 그차이다. 정치가 그래선 안 된다. 제가 두 번 낙선했다. 낙선에 불복 한 건 아니다. 결과는 승복 한다. 그러나 한 사회가 정상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진실, 특히 지도자의 입장에서 자기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도민을 속이거나 거짓말을 하는 것은 바른 것이 아니다.”

- 두 번 낙선했다면 민심이 신 전 지사에게 움직이지 않았다고 봐야하는 것 아닌가.
“김대중 대통령은 세 번 낙선했다. 국민들의 뜻은 선택 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었나? 그래도 하셨고 당선됐다. IMF라는 위기 때 그분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봤다. 몇 번 낙선했느냐를 민심으로 보는 것은 모순이다. 자신의 꿈을 이룰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아브라함 링컨은 계속 낙선하다 마지막에 대통령이 됐다. 낙선이냐 당선이냐, 이것으로 잣대를 만들어선 안 된다. 모든 선택의 기회는 부여해야 한다.”

  # 김태환-우근민-신구범 모두 ‘동반퇴진 희생양’
    신구범은 ‘정책’ - 우근민은 ‘정치’에 올인하는 도지사 
    우근민도 나 때문에 고통 받아...세 사람 연대 위해 손 내밀 것
   

- ‘3김 퇴진’ 여론이 도민사회에 있다. 신 전 지사는 여기에 ‘정치적 음모’가 있다고 했다. 어떤 뜻인가.
“정치적인 선택은 도민들이 하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 시민단체가 낙선 운동을 한 것이 불법으로 판결됐다. 독재 체제도 아니고 후진 국가도 아닌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최종적으로 정치소비자인 도민이 선택할 문제다. 음모라는 것에 특정 집단이 있을 수 있나? 일부 언론의 기사, 시민단체 가운데 제주판 3김 퇴진에 대해 행동하겠다고 기자회견도 했다.”

- 시대적 분위기에 ‘3김 퇴진’이 담겨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시대적 요구를 무엇으로 보느냐가 중요하다. 도민사회에 그런 의견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여론조사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본질이 뭐냐는 것이다. 지금 제주도의 문제는 지도자다. 세대교체가 아니다.”

- ‘동반퇴진’에 대해 희생양으로 몰지 말라고 했다. 또 우근민 지사에 대해서도 ‘희생양’이라고 했다. 그럼 두 분 모두 희생양이라고 생각하나?
“김태환 전 지사도 어떻게 보면 희생양이다. 지사 하고 싶어 했는데 못하게 됐다. 김 전 지사가 기자회견은 '세대교체'를 내걸었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세대교체라는 말을 받아들인다는 뜻 아닌가? 김 전 지사의 꿈은 특별자치도의 완성이다. 특별자치도를 완성하기 위해선 최소한 8년에서 10년이란 기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을 희생으로 보는 것이다. 제주판 3김이라는 말을 누가 만들었는지, 진정한 뜻이 무엇인지도 저는 잘 모른다. 일부 도민들의 여론을 안다. ‘세 사람 진절머리 난다, 그만큼 했으면 그만하라’는 이야기 아닌가. 저는 지금은 세대교체가 아닌 지도자교체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 사람이다. 어떤 지도자가 필요한지 논의가 되고 합의가 돼서 세대교체를 이야기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건 다르다는 것이다. 동반 퇴진이 잘못하면 희생자를 또 낼 수 있다는 것이고 이미 희생양이 한 사람 나왔다.”

- 출마선언문을 보면, 동시대를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친일파와 독립투사를 동일한 죄목으로 처단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 표현은 아직도 유지되나.
“제가 선택한 단어다. 아직 유효하다.”

- 누가 친일파고, 누가 독립투사냐.
“여러분들이 들으신 그대로다. 가장 강한 비유를 해야 의사 전달이 된다고 믿었다. 다니면서 제가 이야길 들어보면 ‘지겨우니 그만둬라’ 이런 이야기는 당사자가 못 듣는다. 한 건도 없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하신다. ‘신 전 지사가 일은 했으나 독선적이’라고 한다. 제가 하는 이야기는 세 사람을 하나로 묶어서 동반 퇴진하라는 이야기를 할 때 연대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은 져야 한다. 그런데 다만 세 사람을 묶을 때는 세 사람을 나눠서 평가해 달라는 이야기다. 그런 평가 없이 무조건 묶는 건 못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 그럼 져야 할 책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민선 시대만 보면 세 사람이 18년, 관선부터 계산하면 22년이다. 어떻게 보면 사반세기다. 이 사반세기에서 나는 몇 년을 했는지, 책임을 나눌 생각은 없다. 우-김-신 세 사람이 지사를 했던 시대를 책임질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보는 사람이다. 그 책임은 공과를 같이 가져야한다는 생각이다. 이 시대를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를 누군가는 가져야 한다. 결자해지라는 말이 있다. 세 사람이 도지사하면서 만족스러운 부분도 있고 지적할 부분,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이 일들을 했던 사람들이 마무리를 하는 게 결자해지다.”

- 고별전을 치르겠다는 말인가.
“고별전이 아니다. 제 이야기는 우리 시대를 마무리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우리가 책임지고 마무리하자는 뜻이다.”

- 신 전 지사 출마가 우근민 지사에 대한 한(恨)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한이 있나. 
“한의 정치를 한다고 하는데, 우 지사가 어떤 일을 할 때 의견을 제시하거나 지적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일부 도민들은 제가) 옳고 그름에 대한 논의도 없이 (비판만) 한다고 말을 한다. 진실을 모르니 그렇게 비치는 것이다. 우 지사와의 관계는 아주 단순하다. 도지사로서 어떻게 했느냐는 것이다.”

- 우 지사는 언제부터 알고 지냈나.
“12.12사태 직후인데 제가 농림부 총무과장할 때 처음 알았고 그 때 전 화 통화 한게 처음이었다. 그 후론 연락이 없다고 중앙부처 국장급 미국 연수 때 우 지사와 같이 가서 한 방에서 생활했다. 연수가 끝나선 관계가 없었다. 공식적인 관계로만 만났지 개인적인 관계는 없었다. 그리고 그 이후 선임지사, 후임지사로만 만나왔다.” 

- 그럼 도민들이 우려할 정도로 두 분의 관계가 지금처럼 된 이유가 뭔가.
“우 지사 잘못도 있고 내 잘못도 있다. 저는 정책에 올인 하는 지사였다. 우 지사는 선거를 포함한 정치에 올인 하는 지사다. 서로 궁합이 맞지 않는 것이다. 같은 도지사라는 자리인데도 나는 행정관처럼 간 것이고, 우 지사는 정치에 올인 했다. 제 평가는 그렇다. 둘이 맞지 않는데다 가장 큰 문제가 저는 원칙을 찾는 사람이다. 사관학교 교육을 받으며, 공직 생활을 통해서 제가 경험해오고 터득한 것은 소위 공정한 것, 원칙 이런 쪽에 경도된 것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우 지사를 보는 것이다. 공인은 공익을 전제로 해야 한다. 잘못됐거나 문제가 있을 경우에 이걸 지적 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저의 고민이다. 이 고민을 도민들이 봤을 때는 라이벌로서 말을 한다고 보는 것이다.

 

▲ 신구범 전 제주지사는 제주판 3김 세대교체론에 대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디고 해서는 안된다. 도민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김태환 전 지사의 동반퇴진에 대해서는 "그 사람이 불출마할 병분이 필요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 제주의소리

- 옳고 그름을 지적한 건데, 도민들은 정쟁 뭐 이런 걸로 본다? 그래서 억울하다?

“억울한 게 아니라 다르다는 것이다. 제가 우 지사에게 미안한 생각도 가지고 있다. 1993년 지사를 할 때는 집사람까지도 고민했던 게 있다. ‘우리는 일을 제대로 하려고 하고 제대로 하는데 도민들이 왜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까’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집사람이 얼마 전 이야기를 했다. ‘지금 와서 보니 우리가 틀렸다. 우리가 도민들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해해주기만을 바랐다’고 말하는 것이다. 제가 큰 쇼크를 받았다. 집사람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저는 우 지사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우 지사를 이해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틀렸다고만 생각해왔던 것이다. 그도 저 때문에 고통스러웠겠구나, 그 잘못이 제게도 있는 것이다.”

- 그렇다면 화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갈등이 더 깊어져서는 안되는거다. 그럼 서로를 이해하는 뭔가 있으면 좋겠는데. 
“‘공정하다', '그러지 않다'가 저의 모든 기준이었다. 그래서 현실 정치에선 우 지사도 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을 수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도 그렇고, 또 하나는 어쨌든 제주 사회 갈등 요인 중 하나가 둘 사이의 갈등이라는 말도 많이 한다. 앞서 이야기했듯, 우-신-김 통으로 가기도 해야 하지만 우 지사와 제 사이에서도 언젠가는 적절한 시기에 정치적 이해는 다르다고 하더라도 제가 우 지사한테 손을 내밀 때가 올 거다. 결자해지라는 말을 했다. 우리 둘의 문제를 우리 둘이 풀면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 손 내밀 준비가 돼 있다? 언제쯤 보여 주겠나.
“여러 가지를 검토할 수 있는데, 시기는 선거 훨씬 전이 될 듯하다. 그렇게 가는 것이 도민들에게 우리가 할 도리라고 생각한다. 우리 그럴 때가 된 것 아닌가. 세 사람이 연대를 해서 우리 시대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라도 제가 우 지사에게 손을 내미는 과정은 꼭 필요하다.”

  # 정당 바꾼다고 비난 받을 일 아니
    정치력 부족했던 건 과거...그러나 지금은 아니나
    신구범은 변했다...변하지 않고 정치하겠다고 할 수 있겠나

- 정당 입당은 어떤가. 어떤 때는 보면 특별자치도지사는 무소속이 낫다고도 말하고 다닌다.
“정당을 가질 필요성이 있느냐는 말은 한 적이 없다. 다만 정황으로 미루어봐서 거추장스러운 옷일 수 있다는 표현은 했다. 어떻게 보면 정당 선택과 관련해선 행복한 사람이다. 우 지사나, 김 전 지사는 정당 선택이 제한이 있다. 저는 다 개방돼있다.”

- 개방돼 있다면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입당도 할 수 있다는 거냐.
“지금도 유동적인 상황이 있다. 심지어 안철수 의원 신당도 있다. 무소속도 있다. 두 가지 관점이다. 정당 선택이 도지사가 일을 하는데 유익할 것인지, 그게 첫째다. 두 번째는 어떤 정당을 선택할 경우에 소위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을지. 1998년에 (새정치국민회의에서) 제가 경선을 치렀지 않았나. 잘못된 경선이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고 얼마나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치는지 겪어봐서 안다.”

- 신 전 지사의 정치와 기존 정당 정치와는 맞지 않는 게 아닌가.
“맞지 않다. 제가 첫 출마한 뒤로 정당을 세 번 바꾸었다. 정당을 바꾸는 것을 대단한 일이라고, 비난 받을 일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에게 맞는 정당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문국현씨가 창조한국당을 할 때 지역당을 하고 싶어 선택했었다. 그 과정에서 제가 대통령 후보가 되고 싶었다. 창조한국당 대통령 후보가 되면 제가 감옥 안에 있으면서 겪었던 경험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이야기를 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 자기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으려 하니, 입었다 벗었다 반복하는 건 아닌지. 
“정당 정치와는 맞지 않는다. 그렇긴 하지만 지사가 왜 되고 싶을까? 그 목적을 위해서 옷이 맞지 않더라도 옷에 몸을 맞추는 한이 있더라도 필요하면 가야 한다. 필요하면 옷을 입겠다는 준비는 돼있는데, 어느 옷을 입느냐의 문제다.”

- 신구범 전 지사가 꿈꾸는 정치란 뭔가.
“저는 좋은 삶이라고 생각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이야기해서가 아니라 정치는 좋은 삶을 가져다준다고 믿는다. 정치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게 무엇인가? 교수출신이자 동아일보 사장이셨던 분이 ‘우리가 법을 지키고 열심히 일하면 먹고 살 수 있고, 아이를 공부시킬 수 있고, 내 노후가 보장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삶을 만드는 게 정치’라고 말하셨는데 그 말이 맞다고 본다.”

- 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선택을 받아야 하고, 그러긴 위해선 ‘정치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신 전 지사의 꿈은 좋지만, 정치력은 부족하다는 지적 어떻게 생각하나. 
“과거엔 그랬었다. 정치력이 부족했었다. 지나 나올 때도 주변에서 ‘10%만 정치인이 되라’고 했던 조언조차 거부했던 사람이다. 저는 100% 행정관으로 평가받길 원했다. 정치가 들어올 영역이 없었다. 그건 과거의 신구범이다.”

- 그렇다면 지금은 달라졌다는 말인가.
“지금은 아니다. 이젠 거꾸로다. 과거엔 행정관에서 정책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정치가 입장에서 정책을 어떻게 볼 것이냐고 생각한다.”

- 정치는 사람과의 관계다. 감성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신 전 지사는 정치를 ‘논리’ 풀려고 한다.  
“논리적으로 행정을 했고, 정치에 대해선 무지했다. 요즘은 다르다. 감성이 우리의 삶 아닌가? 제가 다시 지사를 하겠다고 마음먹을 때, 이러한 변화도 없이 도전하겠다고 했을까?”

- 신 전 지사에게서 무언가를 내려놔야 한다면 무엇을 내려놓겠나.
“‘행정관으로서의 도지사’란 결점을 바꿀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지사를 하겠다고 나설 수가 없다. 다만 제 경우는 사람들이 욕심이라고 표현하고 나이를 보면서 노욕이라고 이야기한다. 제가 살아온 과정이 있지만 지사의 자리를 탐낸 적은 없다. 일을 하기 위해 그 자리가 필요한 것이다. 지사가 된 다음 어떤 일들을 했는지 비교하고 평가를 해주길 바란다.”

 

▲ 신구범 전 지사는 자기 자신도 이제는 변했다고 했다. 그리고 우근민 전 지사도 자신 때문에 어려웠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갈등을 위해 조만간 자신이 우 지사에게 손을 내밀겠다고 말했다. ⓒ 제주의소리

 

 

- 믿을 만한 후배가 있으면 물려주고도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제주도정을 이끌 인물을 아직 없다는 건가.    
“제가 출마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충고와 자문을 구한 적이 있다. 그런데 ‘출마 하라’는 이야길 들었다. ‘지금의 중국을 누가 만든 것이냐. 경험과 경륜이 있는 등소평이 노구를 이끌고 기반을 만들어놓으니 미국과 맞먹을 만큼 발전한 것 아니냐. 제주도의 시대적 상황은 당신의 경험과 열정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니 출마 하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결정하게 된 것이다. 누구든지 일은 할 수 있다. 제가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좋아하는데 그 양반 전기를 보면 대통령 돼서 한 일이 없다.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럴까. 당시 상황은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승전국으로 전 세계를 지배하게 됐다. 상황이 이러니 골프만 쳐도 대통령을 하게 된 것이다. 그 기반은 루즈벨트가 만들어 준 것이다. (후배들 중 도지사를)할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가서 역할을 해야겠다는 판단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 출마? 집사람은 후원자, 아들은 ‘제주 선거문화’ 때문에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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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파란만장한 인생이다. 가족들도 참 힘들었을 거다. 다시 나서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 반응은 어땠나.   
“감옥을 다녀오고 나니 집사람이 많이 바뀌었다. 예전엔 (정치) 반대자였는데 최근엔 바뀌었다. 당신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한다. 저의 든든한 지원자이자 후원자다. 아들들은 아버지가 제주도의 선거문화를 얼마나 뚫고 갈 수 있느냐를 걱정한다.”

- 제주도 선거문화라고 하는데, 선거자체에 궁합이 맞지 않는 것 아닌지.
“제가 친척이나 친지도 아닌데 문상을 다니거나 결혼식장에 다니는 걸 본적이 있나. 제 꿈은 지사가 되더라도, 우리가 바라는 선거문화로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렇게 가고 싶다. 문상집, 결혼 피로연 찾아다니면서 선거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겠나.”

- ‘과격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뜻을 이루지 못하면 이른바 결단해 버린다. 단식농성하고 할복하고...지도자로서 좀 위험해 보이는 건 아닌지. 
“두 가지다. 책임감과 현실에 대해 비겁하게 물러서서는 안 된다는 거다. 그것이 과격하게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대한민국 현실이다. 그러한 행동들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만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다. 지도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오히려 묻고 싶다.”

- 지금 제주를 진단해 보면 어떤가. 
“기본적으로 여건이 좋다. 관광객 1000만 명 가지고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선 오는 것은 좋은 것이다. 가장 큰 자산은 잠재력이다. 지금이 만일 1980년대, 1990년대 였다면 제주도는 빛을 보지 못한다. 산업 발전에도 트렌드가 있다. 아무리 사람이 있고, 돈이 있어봐야 트렌드에 맞지 않으면 깨지게 돼있다. 지금은 환경과 생태가 산업이 되는 시대다. 제주도가 이 트렌드에 기가 막히게 알맞은 지역이다. 이 좋은 잠재력이 발휘될 수 있는 수준까지 높이는 게 과제다. 정치, 경제 모든 분야에서 성숙의 과정으로 갈 때가 아니냐는 진단이다. 그러나 지금 잘 가고 있지는 못하다.

- 정치상황 때문인가. 혹 제주에서 정치가 과하다는 생각을 하나.
“정치가 과한 건 아니다. 그러나 정치 부작용은 있다. 도민들을 불안하게 한다는 점이다. 심하게 이야기하자면 두려움이다. 이번에 한동주 시장 사태가 왜 생겼을까. 공직 사회의 두려움, 그 두려움 때문에 공직자가 정치에 휘둘린 것이다. 이게 비단 공직사회 뿐일까.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이 있겠나. 자연인 신구범이 무슨 일을 하려면 태클이 심하다. 바로 도의 부지사급 되는 사람들이 연락을 한다. '신구범이 끼어있으니 협조하지 말라'고. 선거 준비 때문에 사람들이 제게 온다. 그런데 이들이 전제를 단다. ‘도 예산이 책정되고 나서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이게 다 두려움이다. 그렇다면 전직 지사는 이민 가서 살라는 거냐고 제가 언론에게 되물었다. 김태환 전 지사와 신구범 둘이 움직일 수 있다. 공직 사회든 사회단체든 저희들을 불러서 지사 때 경험을 이야기해보라는 곳이 한 군데라도 있나? 언론사는 불러준 적 있나? 우리 사회가 좀 자유스러워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너무 매몰돼있는데 그게 결국은 소위 정치 부작용이랄까. 이런 게 분명히 있다.”

- 한동주 사건을 보고 공무원 줄 세우기를 넘어 도민 전체를 줄 세우려 한다고 우려하는 견해가 있다. 
“고희범 위원장도 터질 게 터져 나왔다고 표현하던데, 사실은 우리 사회가 알고 있었던 부분이다. '전혀 몰랐었는데, 아니 저런 일이 있었어?' 이런 일이 아니지 않나.”

- 그럼 제주사회의 병폐가 뭐라고 생각하나. 침묵하는 제주사회에 대해 분노할 것을 요구했는데.
“침묵하는 사회라고 저는 보고 있다. 사실 그대로다. 아까 이야기했듯 이해관계와 두려움이 깔려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도 한다. 일부 언론도 자유스럽지 못하다고 말한다. 그런 것이다.”

- 우리 사회의 어른이 없다고 한다. 동의하나?
“동의한다. 저를 포함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 왜 없다고 생각하나.
“어른의 역할을 못 하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무조건 명분만 찾아서 뒤에서 점잖게 앉아있다. 침묵하는 원로는 어른이 아니다. 그런 관점에서 어른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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