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UTD 2013년 결산] 홈 경기 부진 아쉬워...김봉래 발굴은 가장 큰 성과

리그 초반 제주유나이티드는 특유의 공격 축구로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선두권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여름이 다가오면서 서서히 기세가 꺾였다.

제주는 2013시즌 중반 16승 10무 12패 승점 58점 최종 순위 9위로 상위리그 진출에 실패했다. FA컵에서도 결승 진출에 실패하며 목표였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좌절됐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은 시즌이었다.

▲ ⓒ제주의소리DB

# 희비 엇갈린 홈&어웨이 성적

시즌 초반 선두권 경쟁을 펼치던 제주가 서서히 무너진 이유는 바로 홈 경기 부진에 있었다. 올해 제주는 안방에서 7승 6무 6패 승률 52.6%를 기록했다. 언뜻 보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지난 시즌과 13승 3무 6패 승률 65.9%과 비교하면 부진한 성적이다.

그동안 무승 탈출의 견인차 역할을 해냈던 홈 경기 성적이 부진하면서 상위 스플릿 진출의 분수령이었던 7월 13일 수원 전부터 8월 3일 전남 전까지 5경기 연속 무승(2무 3패)의 수렁에 빠졌고 홈에서는 1무 2패를 기록했다.

반면 그동안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로 지목됐던 원정경기 부진에서는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2010년 K리그 준우승을 차지했던 당시(63.3%)를 제외하곤 평균 30%대 원정경기 승률에 그쳤던 제주는 올해 9승 4무 6패 승률 57.9%를 기록했다.

특히 상하위 스플릿으로 구분되기 전까지 5승 4무 4패 승률 53.8%의 기복 없는 성적을 냈다는 점은 2014시즌 비상(非常)이 아닌 비상(飛上)을 꿈꾸는 제주의 입장에선 고무적인 부분이다.

# 고르지 못했던 방울뱀의 독니

제주는 지난 시즌 총 71골을 터트리며 리그 4위에 달하는 막강 화력을 과시했다. 산토스가 부상 공백에도 14골 11도움으로 10-10 클럽에 가입했으며 자일은 18골 9도움으로 팀내 최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국내파의 약진도 눈부셨다. 서동현이 12골 3도움으로 2008년 개인 최다 공격 포인트인 13골 2도움과 타이를 이뤘고 5년 만에 K리그에 복귀한 송진형은 10골 5도움을 뽑아내며 자신의 진가를 재확인시켰다.

2013시즌에도 방울뱀처럼 한 방에 상대를 제압하는 원샷원킬 축구를 선보이겠다는 제주의 본능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페드로(17골)에게 상대 수비가 집중되면서 공격의 도화선 역할을 했던 송진형(3골 4도움)과 윤빛가람(1골 2도움)의 패스의 줄기가 분산됐다.

마라냥(7골 7도움)과 서동현(5골 6도움)을 제외하면 두 자리 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조력자도 없었다. 결국 독니가 고르지 못했던 제주는 총 51골이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

 

▲ 김봉래. ⓒ제주유나이티드

가장 큰 수확은 신예들의 가파른 성장이다. 그 중에서도 리그 정상급 풀백으로 성장한 김봉래(23)의 활약이 눈부셨다.

명지대 출신 김봉래는 2013시즌 개막을 앞두고 제주에 입단했다. 마라토너 출신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김봉래는 100미터를 11초대에 끊는 빠른 발과 저돌적인 돌파력를 보유한 오른쪽 측면 수비수다. 그동안 구자철(볼프스부르크),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배일환, 한용수, 오반석 등 많은 인재를 발굴한 제주의 입장에선 새로운 성공의 씨앗을 심은 셈이었다.

믿음과 기대를 잔뜩 머금은 김봉래는 쾌조의 스타트와 함께 발전을 거듭했다. 3월 16일 대전 원정(1-1 무)에서 첫 선발 기회를 잡은 김봉래는 동점골을 터트리며 주목을 끌었고 이후 가파른 성장세와 함께 서서히 선발 자리를 꿰차기 시작했다. 올 시즌 23경기 출전. 경기를 치를수록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김봉래는 향후 영 플레이어상 후보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 K리그를 사로잡은 제주만의 마케팅

▲ ⓒ제주의소리DB

성적표는 아쉬웠지만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다. 올해 제주는 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친 팀에게 수여하는 ‘팬 프렌들리 클럽(Fan-friendly Club)’상을 받았다.

지난 5월 26일 FC서울과의 홈경기를 ‘탐라대첩’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홍보해 언론사 투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 지난 5년간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서울에 대한 필승 의지를 ‘탐라대첩’으로 명명해 구단 마케팅에 활용해 관심을 끌었다.

서울과의 경기에 앞서 박경훈 제주 감독은 베레모와 검은 선글라스에 군복을 입고 공식 기자회견장에 나섰다. 경기일에는 검표원들이 군복을 입고 군용 건빵을 나눠주며 팬들을 맞이하고, 경기장 밖에는 장갑차를 비롯한 군용 장비를 전시하는 등 군 관련 이벤트를 펼쳤다.

그 결과 서울과의 경기가 열린 제주월드컵경기장에는 2009년 홈 개막전(3만2765명) 이후 최다 관중인 1만8751명의 구름 관중이 몰려 흥행에도 성공했다.

매 경기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으면서 리그 중반까지 평균 8000명이 넘는 평균관중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하위스플릿으로 떨어진 이후 관중이 급감해 평균 관중 수는 지난해(6538명)보다 다소 적은 6464명으로 마무리됐다. 이래저래 홈 경기 부진이 아쉬웠던 한 해였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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