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임직후 내 놓은 저서 '제주,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4개월 지나서야 빛

▲ 고충석 전 총장이 제주대 교수 30여년 생활을 마무리 하면서 내 놓은 저서 '제주,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 제주의소리

고충석 전 제주대 총장이 30여년 교수생활을 마무리 하면서 내놓은 저서 ‘제주,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가 뒤늦게 세상에 나왔다.

‘제주발전을 위한 담론’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고 전 총장 퇴임직전인 지난해 8월30일 출간됐다. 고 전 총장은 당초 9월초 퇴직기념 출판기념회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김태환 신구범 전 지사가 출판기념회가 이어지면서 자신의 행사도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 이벤트’로 비쳐 질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추석이후로 연기했다.

한 차례 연기한 출판기념회를 다시 연다는 게 어색했던 고 전 총장은 결국 후배 교수들에게 ‘고별강연회로 대체하자’고 주문해 출판기념회는 생략했다. 때문에 지인들이 고 전 총장 책을 접할 기회가 사라져버렸다. 언론도 그냥 지나쳐 버렸다.
 
그런데 제주대학교 출판부를 통해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 서울 대형서점과 제주도내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뒤늦은 발간’이 되고 말았다.

책 제목 ‘제주,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 제주발전을 위한 담론’은 행정학 교수이자 때론 사회운동가로 활동했던 고 총장이 붙들어왔던 문제의식이었다. 그가 대학강단에 선 이후 발표했던 40여편의 학술논문과 100여편의 저널 기고, 칼럼 중에서 제주미래와 관련된 글들을 하나로 묶었다.

필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보면, 20~30년 전이나 현재나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다. 도전과 응전의 역사 속 제주의 나신(裸身)을 보는 듯하다. 30년이면 짧지 않은 시간이다. 그 속에 제주발전에 관한 적나라한 담론들이 숱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전개되어 왔다. 제주발전에 대한 원초적 열망이 낳은 산물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제주개발의 가치와 방법론에 대한 경쟁과 갈등은 오늘 날에도 여전하다. 단지 그 형식이나 수사만 바뀌었을 뿐이다”라고 적고 있다.

오래전 필자가 지적했던 제주환경가치 고양론이나 지역개발·주민참여 문제가 최근들어 자연자본부의, 협동조합, 커뮤니티 비즈니스, 사회적기업으로 진화하면서 자리 잡고 있다. 투자진흥지구를 줄이고 업종별로 차별화해야 하는 문제, 그리고 국공유지에 대한 환매권제도 도입도 수년전부터 제기해온 문제였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1990년대 만해도 외지자본 유입에 지역사회 반대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국내외 자본 가리지 않고 유치에 혈안이 돼 있다는 점. 고 전 총장은 그러나 여기에도 쓴 소리를 단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스스로의 잠재력을 키우지 않고 외부에만 의존하는 대규모 집중개발의 결과는 사실 뻔하다는 것이다. 외형과 물량만 키운다고 그것이 곧 바로 지역주민의 복지와 번영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의 문제의식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은, 결국 그동안 제주발전에 관한 담론들이 비중 있게 정책화되지 못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그는 봤다.  

고 전 총장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주장해 온 ‘자연자본주의’ 발전전략을 재확인했다. “제주의 미래에 관한 여러 담론들을 토대로 제주가 갖고 있는 자원과 역량을 고려할 때, 제주의 미래는 환경 또는 생태를 상대적 우위에 두면서 성장과 분배를 조정해 나가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 전 총장은 “제주의 미래는 환경 또는 생태사회 모델을 중심으로 성장과 분배를 조화시켜 나가는 방향으로 그려 나가야 할 것”이라며 “대규모 개발보다는 소규모 개발로, 여러 지역에 걸친 분산적 다각 개발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면서 좀 더 정교하고 현실적인 발전의 틀을 제시했다.
 
 그리고 제주사회를 발목을 잡고 있는 ‘정치의 복원’ 속에서 제주미래 비전을 찾아야 강조했다. “제주의 미래비전을 찾는 것은 정치의 복원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 정치는 일차적으로 도민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는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정치는 강제나 노골적인 힘을 통해서가 아니라 타협, 화해, 협상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는 특별한 수단이다. 이런점에서 타협과 조정을 이끌어내는 정치가 항상 살아있어야 한다.”  결국 결론은 사람이었다. .

 저서는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주사회의 ‘대안’을 말한다 △지역개발의 최전선 제주의 ‘개발담론’ △적자생존의 세계화에 맞설 ‘경쟁력 담론’ △지방화를 선도하기 위한 ‘자치담론’ △백년대계를 구상하는 ‘미래담론’ △행복자치도를 꿈꾸는 ‘행복담론’ △제주발전을 위한 ‘정치담론’이다.

 600여 페이지에 가까운 방대한 양 속에는 제주가 처한 현재적 위치와 각종 현안, 위기의식,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 등이 체계적으로 소개되어 있다. 제주 발전에 관한 담론의 역사를 파노라마처럼 살펴보고 이해할 수 있는 지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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