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현 칼럼> 백년대계 교육감 알기를 '촌동네 반장뽑 듯' 무덤덤한 제주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의 더럭분교는 아름다운 학교로 소문이 나서 육지에서도 찾아오는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제주의 초등교육은 워낙 여건이 좋아 육지사람들에게도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교육환경으로 알려져 있다. 아름다운 경관과 작은 학생수, 우수한 교원 등 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

그러나 시골의 학생수가 줄어들어 폐교되거나 폐교 직전, 혹은 학생유치 차원의 아파트 건립에 이르기까지 공동화 현상은 제주도도 예외가 아니다. 아파트까지 제공하여 학생을 유치하는 가공할 노력은 그 나름대로 훌륭한 일이나 역시 일시 방편에 불과하다.

반면에 제주도에 개설된 영어학교 등 외국인학교들은 연일 호황이다. 교육의 기회균등과 무관한 이들 특수학교에 대한 비판도 없지 않지만 육지인들이 대거 제주도로 몰려듦은 그만큼 제주도가 국제 수준의 교육인프라를 확장해나가도 성공할 수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즉 제주는 굴뚝 없는 교육산업으로도 충분히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문제는 교육감이다. 작금에 제주 역시 교육감선거를 치르게 된다. 도지사선거에 치인 탓인지 교육감은 별 토론거리가 안 되고 있다. 백년대계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감이야말로 도지사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주도 분위기는 교육감 알기를 촌동네 반장 뽑듯이 무덤덤하다. 제주민의 높은 교육열에 비하면 아주 이상한 일이다. 

21세기식 제주도 교육감은 최소한의 국제적 안목과 중앙정부와의 교섭능력, 글로벌 교육 동향을 포착하고 이를 지역현실에 접목시킬 수 있는 미래를 보는 눈을 갖춘 분이 필요하다. 교육현장의 미시적인 현실에 발목 잡혀있기 보다 혁신적인 미래와 전체를 보는 행정적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경쟁에 나섰으면 한다. 

각 지역에 포진한 폐교들을 지역경제의 거점으로 전환시키는 교육산업적 발상, 적어도 영국의 모리스가 꿈꾸던 공예학교 같은 장인교육에 대한 비전, 초중등교육과 대학교육을 수미일관하게 연결 짓는 행정력, 전문적인 유수의 대학원대학을 유치하여 제주 지식인사회의 긴장도를 높이고 제주의 능력 있는 글로벌 인재들이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부여, 또한 영어학교에서 보이듯 육지에서 교육이민을 올수 있는 여건 조성 등 교육감이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도 많다.

개인적으로는 해양제주의 미래를 교육지표에 넣어줄 것을 후보들에게 당부 드리고 싶다. 왜냐하면 제주는 역시 섬이기 때문이다. 바다와 섬이면서도 해양적 정체성을 가르치지 않는 일은 아주 웃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중국 관광객 뿐 아니라 외국의 수많은 유학생이 몰려와서 친제주, 친한국의 대오를 양성하는, 그야말로 국익에 보탬이 되는 일이 제주에서 성공적으로 가능해질 것이다. 제주는 그럴만한 충분한 역량과 여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그러한 나이브한 방식의 교육감으로는 불가능하다. 제주로의 이민자들, 더 나아가서 다국적 다문화 학생의 증가 추세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특별자치도답게 제주 정체성에 부합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제주의 지역 경제발전과 지속가능성의 조화, 글로제칼의 정체성 확보와 미래적 비전을 큰 그림으로 내 올수 있는 그런 교육감을 꿈꾸어본다.

교육감선출마저 궨당끼리 그저 아는 이 찍어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면 제주교육의 미래는 그저 그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후보가 난립하더라도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역량 있는 인물들이 다수 등장했으면 한다. 제대로 된 경쟁을 거쳐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나갈 제주교육의 지도자가 출현하기를 대망해본다. 제주에는 그토록 인물이 없는가. 그럴 리가 없다. 기존의 판에 박힌, 그렇고 그런 방식의 후보로는 대망을 꿈꿀 수 없다. 충분히 좋은 분들이 숨어있을 것으로 보인다.

돌연 의외의 역량 있는 후보들이 다수 출현하고, 이들의 선의의 경쟁을 지켜보는 맛이 선거의 보람이요, 민주주의 단면일 것이다. 아직 시간은 충분히 남아있다. 제주교육의 기왕의 전통성을 잘 지키되 법고창신의 논리로 글로벌수준의 교육환경을 창조해낼 인물들은 과감히 출사표를 던져주길 바란다. 무엇을 망설이는가.

▲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장. ⓒ제주의소리

제주에 살지만 제주와 서울, 그리고 외국을 부단 없이 오가면서 드는 생각을 두서없이 적었다. 조금은 답답한 상황에서....굳이 핀란드의 교육 성공사례를 예로 들 것도 없다. 역량을 두루 갖춘 교육감이 아니고서는 핀란드는커녕 현재의 본전을 지키기도 힘들 것이다. 한영애의 노래...게 누구 어디 없소...후보를 찾는 이유가 위와 같음이다.  / 주강현(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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