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대, 힘내라 가족회사] (16) 35년 전통, 제주토종 제과점의 자존심 ‘명당양과’

지역대학과 지역기업이 ‘동반성장’이라는 목표를 향해 산·학 협력체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산업체는 대학으로부터 우수한 글로벌 인재를 제공받고, 대학은 산업체가 요구하는 맞춤형 우수 인재를 취업시키는 상생모델로서 지역대학과 지역기업 간의 네트워크인 ‘가족회사’ 제도가 주목받는 이유다. <제주의소리>가 지난해 ‘산학협력선도전문대학 육성사업’ 전문대학으로 선정된 제주한라대학교와 업무제휴를 맺고 대학 가족회사들을 집중 소개함으로서 지역기업들의 경쟁력 제고는 물론 산학협력 선순환 환경 조성에 힘을 보태고자 한다. <편집자 주> 

 

▲ 문종철 명당양과 대표. ⓒ제주의소리

어느샌가 대기업의 브랜드를 달지 않으면 고전할 수 밖에 없는 품목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제빵업계도 이런 분야 중 하나다. 벌써 10년은 넘은 흐름이다.

이 속에서도 30년 넘게 묵묵히 도민들의 입맛을 지켜온 제주토종 제과점이 있다. ‘명당양과’는 빵을 좀 좋아한다는 제주사람이라면 한 번쯤 맛보지 않을 리 없을 만큼 조용한 명문가다.

지금은 5개의 지점을 갖고 있는 명당양과는 1980년 제주시 연동 제원아파트 입구에서 시작됐다. 대표인 문종철(58)씨는 그의 20대부터 삶을 모두 이 제과점에 걸었다.

‘당일 생산, 당일 판매’를 기본원칙으로 지켜왔고 ‘고객들이 뭘 좋아할까’ 고민했다. 그러니 ‘명당양과에 가면 신선한 빵이 바로바로 나온다’는 입소문이 났다. 별 다를 게 없이 그게 경쟁력이었다.

한눈 팔지 않고 열심히 빵만 굽다보니 점점 단골들이 생겨났다. 경기가 어려워도 단골층은 꾸준히 명당양과를 찾았다. “가끔 제주에 살다 육지로 주거지를 옮긴 단골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가끔 전화와서 그 빵 보내달라고 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이렇게 제주도민의 빵집으로 널리 이름을 알리며 IMF도 버텼지만 정작 고비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왔다. 2000년대 들어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제주에도 발을 들여놓은 것.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밀리다보니 업계 상황이 안 좋아요. 지역 대표하는 몇 군데만 살아남고 있죠. 제주도도 마찬가지에요. 한 5, 6년전만 해도 제과점 180군데가 있었는데 지금은 이 중 절반이 없어졌어요”

화려한 광고와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를 이끄는 프랜차이즈 제과점과 맞서기는 힘들었다. 게다가 그에게 유혹의 손길마저 다가왔다. 한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자기네 브랜드 상호를 걸라고 제의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단칼에 거절했다.

이미 이 분야의 장인이 된 그는 이것이 독배나 다름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게다가 프랜차이즈 규정대로 빵을 만드는 것도 싫었다. 손님들이 원하는 빵을 자유롭게 굽는 것을 원했던 그였다.

그렇게 아직도 토종 빵집의 자존심을 지켜나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업계 상황만 생각하면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

“아주 작은 데까지 치고 들어온 거는 너무 도덕성이 떨어지지 않나 생각해요. 정도껏 해야하는데. 게다가 정작 프랜차이즈 뛰어든 점주가 이익을 못 남기는 경우가 많아요. 울며겨자먹기로 폐점도 못하고 그러는 집도 많죠. 그래서 문제죠. 결국 회사(대기업)만 배불리는 거죠”

 

▲ 단팥빵을 만들고 있는 명당양과의 제빵사. ⓒ제주의소리
▲ 갓 구워진 명당양과의 뜨끈한 빵의 모습. ⓒ제주의소리

가장 큰 고민이 대형 프랜차이즈의 골목상권 침탈이라면 또 다른 고민은 사람이다.

인력을 구하는 건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미스매칭의 문제를 넘어 젊은이들이 이 분야에 도전을 꺼리고 있다는 것. 아침 일찍 일어나 빵을 구워야 하는 직업적 특성도 있고 막상 지원자도 많지 않다고 했다. 그가 가족회사를 맺고 있는 제주한라대 호텔조리과의 경우에도 베이커리 부분이 가장 열악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정말 ‘제대로 해보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가끔 나타나는 것은 기쁨이다. 그는 “가끔 보면 열정을 가지고 하려는 애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열정을 가지고 한다면 정말 비전은 있다”고 말했다.

한 가지 다행스런 일은 더 있다. 바로 그의 아들이 아버지의 뒤를 잇겠다는 뜻을 밝힌 것. 현재 30살인 문씨의 아들은 무작정 프랑스 파리로 날아가 제빵을 배우고 있다. 유럽의 일반 거리의 빵집에서 맨몸으로 부딪치고 있는 중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빵을 구우며 즐겁게 웃는 모습을 상상하니 뭔가 흐믓하다.

아들이 타지에서 노력하고 있는 만큼 아버지도 고민과 연구를 멈추지 않는다. 최근에는 쌀로 만든 빵, 우리밀로 만든 빵, 유기농 제품을 집중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바뀌는 소비자들의 기호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젊음을 통째로 빵과 함께한 그에게 앞으로의 소망을 물어봤다. 한 길만 바라보고 온 장인 답게 대답도 간결하고 분명했다.

“간단합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소비자들이 잊지 않고 명당양과를 꾸준히 찾는 것, 기억속에 남는 명당양과가 됐으면 합니다. 그것 뿐입니다” 

▲ 문종철 명당양과 대표.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