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대, 힘내라 가족회사] (19) 후천성 장애인들 위한 제주케어하우스 

지역대학과 지역기업이 ‘동반성장’이라는 목표를 향해 산·학 협력체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산업체는 대학으로부터 우수한 글로벌 인재를 제공받고, 대학은 산업체가 요구하는 맞춤형 우수 인재를 취업시키는 상생모델로서 지역대학과 지역기업 간의 네트워크인 ‘가족회사’ 제도가 주목받는 이유다. <제주의소리>가 지난해 ‘산학협력선도전문대학 육성사업’ 전문대학으로 선정된 제주한라대학교와 업무제휴를 맺고 대학 가족회사들을 집중 소개함으로서 지역기업들의 경쟁력 제고는 물론 산학협력 선순환 환경 조성에 힘을 보태고자 한다. <편집자 주>

 

▲ 김장생 제주사회복지법인 신원복지재단 제주케어하우스 원장. ⓒ제주의소리

제주시 영평동에 위치한 신원복지재단 제주케어하우스는 1급 성인 장애인들을 위한 공간이다. 특이한 점은 29명의 이용자 모두가 선천성이 아닌 후천성 장애를 얻었다는 것. 원래 활발히 사회생활을 하던 이들은 어느 순간 교통사고 혹은 예기치 않은 안전사고, 군대에서의 불상사로 지체장애를 얻게 돼 휠체어나 침대에 기댈 수 밖에 없게 됐다.

때문에 심리적으로 괴리감이나 상실감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결국 이들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이들은 더욱 세심해지고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일반인으로 가족들과 단란하게 살다가 가족과 사회와 멀어져야 하는 상황이 본인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설명하는 김장생 원장(61)이 늘 '즐거움'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정성은 식사나 목욕 등 일상생활을 돕는 것 뿐만 아니라 '마음을 다독거려주는 일'에도 초점을 맍춘다. 때문에 김 원장과 사회복지사들은 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종종 노래방 기계에서 반주를 틀어놓고 신나게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조리사를 초빙해 요리교실을 열기도 하고 다양한 발표회나 나들이, 견학이 늘 이어진다. 

"소일거리가 필요해요. 갑자기 맘대로 다닐 수 없게 되면 얼마나 우울합니까. 이 시간들을 즐겁게 해주자는 생각입니다. 북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행사에 참여하는 이용자들을 보면 희망이 생겨요"

사실 김 원장은 제주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대한적십자사봉사회 제주도지사협의회장과 북한이탈민을 위한 하나센터장을 맡고 있는데다, 30년가까이 해 온 봉사활동 시간이 6300시간이 넘기 때문이다.

그는 1988년 준비위원으로 한라적십자 봉사회를 창립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봉사왕'의 길에 들어섰다. 처음에 혼자 하려고 했지만 그것보다 차라리 조직을 하나 만들면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우체국에서 근무할 당시에도 봉사회를 만들어 100명이 넘는 인원과 함께 틈이 날 때마다 마음을 나눴다. 사실 케어하우스도 그가 원장이 되기 전 자주 봉사활동을 오던 공간이었다.

집에서 '가정에도 좀 봉사하라!'는 핀잔까지 들으며 열성을 올리는 데는 어린시절 힘겨웠던 경험이 있다. 그의 형제자매는 모두 8남매. 생활이 넉넉할리 만무했다. 어린시절 종종 헌 양말을 집에 가져다주는 이웃 할머니가 있었단다. 그래서 '나중에 나는 양말을 엄청 많이 나눠주는 사람이 돼야지!'라고 생각했다.

그가 펼치는 봉사는 세상을 향해 건네는 따뜻한 양말인 셈이다. 앞으로 케어하우스를 IT와 문화가 접목돼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원으로 만들고 싶다는 그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봉사왕'이었다.

 

▲ 지난해 5월 25일 첨단과학단지내 공원에서 이용자와 가족들을 초청해 연 제주케어하우스 '가족한마당'. ⓒ제주의소리
▲ 김장생 제주사회복지법인 신원복지재단 제주케어하우스 원장. ⓒ제주의소리

열악한 사회복지사 처우, 이젠 바꿔야

이 분야에서 오래 몸을 담그고 또 직접 원장이 되고 보니 사회복지사들의 삶은 열악했다.

"자격증도 있는데 자격증 없는 직종보다 열악해요. 야간 24시간 근무, 급여체계를 보면 일반 직장인들보다 많이 떨어지는 수준이에요. 보너스도 따로 없고. 그나마 최근 2~3년 사이 나아진 게 이 정도에요. 앞으로 보건복지부에서 직접 관여하는 시스템으로 간다고 하는데 거기에 기대를 걸고 있어요"

그를 포함해 여기 있는 20여명의 직원들은 모두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이 꺼려할 만한 힘든 일들을 일상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이처럼 사회복지사는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존재들이지만 동시에 외면받는 이들이기도 하다.

"정말 행정에서 혹은 의회에서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이 다시 조명돼야 할 거 같아요. 행정에서 실제 현장을 보고 와서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떻게 보상을 할 것인지. 소중한 문제에요"   

제주케어하우스는 제주한라대 가족회사로 함께하는 등 젊은 사회복지사들을 꾸준히 양성하는 데 관심이 많다.

졸업 시즌을 앞두고 많은 학생들이 이 곳으로 실습을 온다. 짧게는 2주에서 한 달 간 이곳에 머문다. 이들에게서 희망을 보지만 동시에 '과연 이 아이들이 버틸 수 있을까'하는 염려도 든다. 사회복지사들의 처우가 개선돼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실은 장애는 지금 현재 건강한 사람들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거죠. 누구나가 다 언제 어떻게 되는 거는 모르는 겁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나에게는 그런 게 절대 안 올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장애인을 꺼려하고 싫어하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여기서 열심히 일을 하는 젊은 세대 20-30대 사회복지사를 보면 희망이 보입니다. 이런걸 마다하지 않고 하는 자체가 희망이 있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처우 개선이 필수입니다"

▲ 김장생 제주사회복지법인 신원복지재단 제주케어하우스 원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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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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