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대, 힘내라 가족회사] (25) ‘살아있는 집’ 만드는 가우건축사사무소

지역대학과 지역기업이 ‘동반성장’이라는 목표를 향해 산·학 협력체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산업체는 대학으로부터 우수한 글로벌 인재를 제공받고, 대학은 산업체가 요구하는 맞춤형 우수 인재를 취업시키는 상생모델로서 지역대학과 지역기업 간의 네트워크인 ‘가족회사’ 제도가 주목받는 이유다. <제주의소리>가 지난해 ‘산학협력선도전문대학 육성사업’ 전문대학으로 선정된 제주한라대학교와 업무제휴를 맺고 대학 가족회사들을 집중 소개함으로서 지역기업들의 경쟁력 제고는 물론 산학협력 선순환 환경 조성에 힘을 보태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양건 가우건축사사무소 대표. ⓒ제주의소리

제주시 연동에 가우건축사사무소가 문을 연 것은 1998년. 벌써 16년전이다. 대형 건축사에서 일하던 양건(50) 대표가 제주에 돌아왔을 때 그는 ‘제주의 지역성 건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제주의 건축가들은 운명적 책무처럼 ‘제주의 지역성 건축을 어떻게 할 거냐’고 자문하는 상황을 겪기 일쑤라는 것. 그 역시도 제주도 주거건축에 대해 논문을 썼고 제주 지역이라고 한 것을 끄집어내서 건축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어떻게 제주의 지역적 특성을 건축으로 반영할것인가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그러다 2000년대 중반을 즈음해 생각이 바뀌게 된다.

“건축을 하는 사람들이 인문학적 공부를 하지 않고, 지역성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껍질만 논하고 있다는 자괴감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내가 앞으로 인문학적인 깊이를 갖출 때 까지는 지역성 얘기를 논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죠.”

그 이후 나름대로의 수련의 시기를 거쳐서 단순히 ‘전통 제주민가=제주 지역성’으로 고정된 개념을 넘어 새로운 방향성을 찾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름이 만든 모습이 곧 제주의 지역성이라는 작은 깨달음이었다.

“시간이라는 게 쌓여서 만들어진 풍경들이 있습니다. 타임스케이프라고도 하죠. 이렇게 제주의 시간을 드러내는 작업들이 제주의 건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걸 건축계에서는 ‘다공성’ 이라고 합니다. 당시에는 뭐가 있었고 또 어느 시대에 뭐가 있었고 지층처럼 쌓여가는 겁니다. 이걸 다 엮어내는 건축으로 얘기를 하면 제주얘기를 담을 수 있고 지역성을 다룰 수 있다는 거죠. 구도심 같은 경우가 특히 그 개념을 적용해서 해야 할 작업들입니다.”

치열한 고민이 끊이지 않는 그다. 얼마전에는 또 다른 걱정에 휩싸여야 했다. 바로 논란 끝에 철거됐던 레고레타의 유작 더 갤러리 카사델아구아다. 그는 철거반대비상대책위 공동대표를 맡았다.

양 대표는 레고레타가 ‘제주의 지역성을 가지고 보편적인 건축으로 승화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평하며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었는데 결국엔 철거되기에 이르렀다면서 안타까워 했다.

실제로 그는 더 갤러리가 오픈할 때부터 이곳을 넘나들었다. 한 번은 주말에 애들과 손을 잡고 놀러갔는데 철조망이 쳐져있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완전히 죽은 집’이 됐다.

“법 위반된 걸 인정해달라는 상황이기도 하고, 행정하고도 트러블이 생길 수 있었지만...이것도 입다물고 있는 건 너무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할 건 하자 그랬던 거 같아요. 사실 질거다 하는 감은 있었죠. 철거되니 많이 슬펐습니다.”

행정이 겨우 내세운 ‘복원’이라는 것도 그에게는 불완전한 것이었다.

“집은 집만으로 중요한 게 아니라 집과 터가 엮어져서 건축이 되는 겁니다. 그냥 다른 데 복원을 한다는 건 사실은 일종의 박제를 하나 만든다는 의미 이상, 이하도 아닙니다. 사실은 복원한다는 대안을 내놓고 철거를 할 때 이미 끝난 겁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런 기억들이라도 오래 놨으면 어떨까, 땅에 있던 표지석을 세우거나 약간의 조형물을 레고레타의 작품을 하나 받아서 놓는 게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양건 가우건축사사무소 대표. ⓒ제주의소리

가우건축의 16년, 고민과 도전은 현재진행형

그가 사무소를 열던 1998년 인근 제주한라대에 건축학과가 처음으로 생겼다. 그리고 그는 여기서 1~4회까지 학생을 상대로 겸임교수로서 강의에 나섰다. 당시 학생들과 밤새며 공모전을 하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단다.

그 인연 탓인지 실제 졸업생들이 지금도 그의 사무소에서 일하고 있고, 동시에 한라대가족회사까지 연을 맺게 됐다. 그루터기를 삼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이 시기부터 그가 지금까지 쭉 이어 온 다른 일들도 있다. 바로 꾸준히 현상설계 도전을 매년 이어온 것. 사실 지방 건축업체의 경우 육지 대형기업과 컨소시엄을 맺고 대행 업무 정도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우건축은 이 같은 역할에는 만족하지 않았다.

도내 업체들과 함께 전국 업체들과 경쟁해서 당선된 ‘한라문화예술회관(현 아트센터)’을 비롯해 작년 제주건축문화대상을 받은 ‘NXC센터’도 이 같은 사례다.

 

▲ 2013년 제주건축문화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NXC센터'. ⓒ넥슨컴퓨터박물관

그는 ‘뛰어난 자본과 협업을 하면 성취는 빨리 되지만 남는 게 없다’고 말한다. 그 대신 일의 본질을 쌓아 후배들과 연결이 되게 만들자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쉽게 컨소시엄을 해서 이름을 올리는 것을 꺼려한다. 같이 작업을 하지 않고 인허가를 대신해주고 소위 ‘딜리버리’를 해주고 부분적 대가를 받는 일을 그는 금기시 한다. 이는 원칙이다. 

그는 제주대 미술교육과 초기 교수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고 말한다.

“아버지가 초대 교수님으로 시작을 하셨는데 그러면서 미술계가 만들어진 걸 어린 시절 봤어요. 어떤 문화 동네에서 ‘계’가 만들어지는 걸 봤죠. 건축 역시도 그 계를 갖추는 역할을 하자, 이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제주 나름대로의 것을 쌓아가야겠다 생각해습니다. 아버님이 그 당시 왜 그러셨을까 생각해보니 제주를 사랑한거죠. 제주를 사랑하니까 제대로 만든거에요.”

끊임없는 고민을 멈추지 않는 그가 생각하는 ‘좋은 건축’이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졌다.

그는 ‘평형관계’를 말한다. 안정돼 있는 어떤 공간에 건축이라는 행위를 함으로서 안정화된 평행관계를 깨지 않을 것인가. 그걸 깨지 않기 위해서는 이 땅에 어떠한 평형관계가 작용하고 있을까를 늘 염두 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말로는 대지분석이다. 그런시각으로 바라보다 보니 ‘어떻게 하면 평형관계를 깨지 않을까’를 우선순위로 고려한단다.

결국 땅에 최소한 영향을 미치면서 그 건축자체도 항상성을 지닌, 살아있는 건축이 되게 하자는 맘이다. 그가 꿈꾸는 가우의 미래비전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다음의 시대는 도시공간의 공적 공간들을 다뤄야하는 시대가 될 거라고 봅니다. 좀 더 건축의 심오한 부분까지 끌고 가는 좁아지면서 깊어지는 조직이 하나있어야 하고, 또 한 쪽의 조직으로는 도시의 공용공간을 만드는 환경공간이나 조경까지 총체적으로 디자인하는 공적공간을 디자인하는 설계사무실로 변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양건 가우건축사사무소 대표.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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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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