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대, 힘내라 가족회사] (29) 토탈웨딩업체 고지형웨딩라인

지역대학과 지역기업이 ‘동반성장’이라는 목표를 향해 산·학 협력체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산업체는 대학으로부터 우수한 글로벌 인재를 제공받고, 대학은 산업체가 요구하는 맞춤형 우수 인재를 취업시키는 상생모델로서 지역대학과 지역기업 간의 네트워크인 ‘가족회사’ 제도가 주목받는 이유다. <제주의소리>가 지난해 ‘산학협력선도전문대학 육성사업’ 전문대학으로 선정된 제주한라대학교와 업무제휴를 맺고 대학 가족회사들을 집중 소개함으로서 지역기업들의 경쟁력 제고는 물론 산학협력 선순환 환경 조성에 힘을 보태고자 한다. <편집자 주> 

웨딩숍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한참을 쇼윈도를 서성이곤 했다. 입고 싶다는 생각 보다 '입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녀다. 취미 삼아 시작한 메이크업. 경영학을 전공해 10여년 가까이 다녔던 직장을 그만두고 웨딩숍을 차리기에 이른다. 제주지역 토탈웨딩업체 고지형웨딩라인(대표 고지형)의 이야기다.

수도권과 달리 지방에는 웬만한 과정을 패키지로 묶는 원스톱 개념인 곳이 많다. 결혼식 준비에 빠듯한 예비부부들의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란다. 고지형웨딩라인 역시 드레스와 턱시도 대여, 결혼식에 필요한 메이크업 일체, 웨딩 부케까지 토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 대표는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직장에 다니며 취미 삼아 배웠던 메이크업이 그녀의 마음을 움직였다. 남을 예쁘게 꾸며주는 것에 기쁨을 느꼈던 것. 

"웨딩숍을 지나면서 드레스를 보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 저 예쁜 걸 누군가에게 입혀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직장생활도 만족했지만 그래도 한 번 태어난 인생인데, 실패하더라도 해 보고 싶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뷰티로 석사 과정을 밟으며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숍을 연 게 지난 2000년, 올해로 15년차에 접어든다. 제주시 연동과 일도지구 두 번의 이사를 거쳐 현재 정부종합청사 인근에서 손님을 맞고 있다. 결코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 고지형 대표. ⓒ제주의소리

"초반엔 정말 힘들었다. 새벽 2시까지 드레스 세탁하며 쩔쩔매고.... 게다가 당시만 하더라도 신랑상을 받으려고 새벽부터 움직이곤 했다. 새벽 2~3시에 메이크업을 해야 하니, 1시 출근이 기본이었다."

내내 웨딩숍에 매달려 있느라 육아나 가사는 가족들의 몫이 컸다. 남들이 노는 날엔 더 바쁜 터라 어린이날엔 남편 혼자서 아이들을 데리고 놀아주곤 했다. 서로 간의 신뢰와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종종 숍을 찾은 예비부부들에게 인생 선배(?)로 조언을 건네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결혼해서 살다 보니, 식은 형식일 뿐이고 '결혼'이 정말 중요하더라. 저도 결혼 전에는 결혼식이 전부인줄 알았다. 예쁘게 식을 치르는 것만큼 예쁜 마음으로 서로 배려하면서 사는 것도 못지않다. 그러한 예쁜 마음을 잘 포장하는 것이 저희의 일이고 외적인 부분을 도와드리는 것이다."

고 대표는 6여 년 전부터 제주한라대 뷰티아트과에도 출강하고 있다. 웨딩 메이크업부터 베이직, 아트까지 가르치고 있다. 그게 인연이 돼 가족회사로도 함께하게 됐다. 현재 숍의 직원 5명 중에 3명을 가족회사의 실습 과정을 거쳐 맞아들였다.

"가족회사는 기업이나 학교에게 서로 좋은 점이 많다. 전혀 모르는 사람끼리 일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회사의 구성원들끼리 서로 알아가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학생들도 학교를 거쳐 왔기에 마음가짐이나 태도가 진지하다. 진로를 이쪽으로 마음먹은 친구들이기에 열심히 한다. 또한 제게는 학교에서 만난 제자들이라 조금 더 감싸줄 수 있는 입장이다."

▲ 고지형 대표. ⓒ제주의소리

고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뷰티업계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피부, 헤어, 메이크업이다. 피부나 헤어는 숍도 많다 보니 갈 곳도 많지만 메이크업은 다르다. 지역이라 메이크업을 필요로 하는 연예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수요 자체가 적다. 그렇다고 전망이 나쁘지만은 않다. 충분히 자신의 커리어를 쌓는다면 결과는 달라진다.

"특히 웨딩업계는 꾸준히 자신의 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제주 웨딩 1세대가 있고, 저는 2세대다. 강의 나가서 학생들에게 너희들은 3세대라는 말을 자주 한다. 너희들이 수 년 후에 제주의 웨딩업계 주름을 잡을 것이기에 지금은 힘들지만 차근히 자신의 경력을 쌓기를 바란다는 조언을 한다."

이 분야는 경력자를 구하기가 힘든 곳이다. 인력풀도 적거니와 관련전공자가 아닌 사람을 쓰기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뷰티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만 원활하게 업무를 맡을 수 있다. 특히 고 대표가 강조한 것은 '서비스 마인드'. 나보다 고객의 만족을 먼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소규모 업체이다 보니 직원들끼리 조화를 잘 이룰 수 있는 됨됨이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고 대표는 제자이자 후배에 대한 격려와 당부도 잊지 않았다. 언젠간 이 분야를 이끌 주인공은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랐다.

"해가 갈수록 느껴지는 것이, 학생들의 긴장감이 예전보단 덜하다. 끈기도 그렇다. 힘들면 금방 그만 두는 일도 잦다. 자신이 목표로 삼은 분야에 끈기 있게 버텨낸다면 전망은 충분히 좋은 곳이다."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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