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영 칼럼] 누구나 인정하는 ‘제주의 아들’의 모습을 기대한다

 전국 수석은 해마다 있어 왔지만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독 당신 이름 앞에만 그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운동권 출신, 보수여당의 참신한 개혁파 의원, 합리적 보수, 대선 주자 등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당신은 지금까지 제주도민들이 가져보지 못한 전국구 인물인 것만은 확실하다. 한나라당, 새누리당의 잘못된 정책을 격렬히 비판하고 저항하는 나조차도 당신 앞에서 만큼은 한 수 접게 되는 이유도 그렇다. 어쩔 수 없는 제주도민이기 때문이다.

 오래 전 언젠가 관악파출소의 그 넓은 지하실 바닥에서 군사정권의 군화발에 뒹굴다 마주쳤던 당신의 눈빛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검사를 거쳐 화려하게 정치에 입문하는 변신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분노도 많이 했지만, 적어도 당신은 남들처럼 뻔뻔스럽게 ‘운동’을 팔아먹거나 부정하지는 않았다. 4.3문제나 강정 해군기지 문제 등 제주의 현안에 대해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아슬 아슬 줄타기 발언으로 비껴가는 모습에 아쉬움도 크다.

 2009년 한나라당이 도의회 다수당이던 시절의 해군기지,영리병원 날치기 폭거가 생각난다. 합리적인 대안을 논의할 기회마저 여지없이 박탈하고 도민사회를 갈등의 나락으로 내몰아 버리지 않았던가.

 하지만 당신이 거짓말은 못하는 정치인이라는 것도 잘  안다.  
 언젠가 가끔 소리 소문 없이 시민단체 사무실에 당신이 다녀갔다는 말도 듣는다. 그러면서 ‘대화가 되는 신뢰의 정치인’, ‘합리적인(!) 정치인’ 한 사람 있는 게 나쁘지 않다고 후배들의 말도 듣게 된다. 맞는 말이다. 현 집권여당 내에서 핍박받는 당신의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요즘 많은 도민들이 당신 때문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 당신의 제주지사 출마설 때문이다. 결론을 이야기 하자면,  그것은 좌우, 여야를 불문하고 당신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많은 도민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 제주를 아는, 제주도민이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큰 정치’를 기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여당 내에서 곤란한 처지에 놓여있다는 사실도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많은 제주도민들이 그것조차 이겨 내고 성장하는 당신을 원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기 바란다. 변방의 설움을 안고 있는 제주역사에서, 멋지게 중앙의 논리를 넘어, 제주의 미래는 물론, 한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큰 정치인’으로 우뚝 서 나가길 기대하는 것이다. 

 원희룡 선배!
 제주지사 출마여부를 놓고 고심하는 당신의 고뇌를 이해한다. 그러나, 고향 제주가 해군기지 문제로, 4.3문제로, 재선충 소나무 문제 등 이런 저런 현안에 대한 당신의 진심을 먼저 보여주는게 순서다. 그것 조차 없이 “본인은 생각이 없는데, 당이 출마하라고 하니” 식의 모습은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제주도지사 자리가 한 정치인의 존재감을 채우는 한직이나 쉬운 자리쯤으로 여기는 것 같아서이다. 당의 논리에 따라 선택이 좌우되는 그런 자리 쯤으로 보는 것 같아서이다. 그래서 더더욱 당신의 제주지사 출마가 과연 좋은 선택인가 하는 생각이 짙어진다.

   

 스스로의 진정성과 논리에 따라 앞으로 나아가는 선배 원희룡, 누구나 인정 하는 ‘제주의 아들’ 답게, 당장의 곤란과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큰 발걸음으로 나가는 정치인 원희룡의 모습을 다시 한 번 기대한다. /허진영 전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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