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동위원소 연대측정결과...예전 '5~6만년 전' 추정
"하논 분화구 천연기념물로 지정돼야"

▲ 그 동안 5~6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 하논 습지는 탄소동위원소 분석결과 3만 4000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한반도 최대 규모의 마르(Mar)형 분화구인 하논 분화구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대략 5만~6만년 전으로 알려진 하논의 나이 역시 탄소(14C) 동위원소를 통해 연대를 측정한 결과가 3만 4000년전으로 확인되는 등 보다 과학적인 접근이 이뤄졌다.

20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하논 분화구 습지 보전·복원 국제심포지움에서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과 최명섭 연구원은 "산림청의 '생태숲'과 문화재청의 천연기념물에 대한 가능성을 비교 분석한 결과 하논 분화구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귀포시.제주발전연구원 주최 녹지환경학회 주관으로 열린 이날 심포지움은 제주도, 제주대, 환경부, 산림청이 후원한 행사로, 지난 2004년 국제심포지움에 이어 하논보전의 중요성을 재차 확인한 것이어서 차후 실질적인 보전방안을 위한 실행여부가 주목된다.

약 5만~6만 년전 추정 → 최종 '3만 4000년 전'으로 밝혀져

최 연구원은 산림청 주관인 생태숲 조성 지침의 조성목적과 추진방향, 그리고 문화재청의 천연기념물 개념과 학술적 가치를 비교 분석한 결과 "하논 분화구는 충분히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한 가치가 있다"며 "박물관의 수장품을 지키듯이 자연이라는 박물관 안에 존재하고 있는 수장품을 보호한다는 논리로 하논 분화구 보전에 접근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날 중앙대학교 식물응용과학과 안영희 교수는 "하논 습지는 국내에는 희귀한 마르(Maar)형 분화구로서 제주도의 독특한 지형과 지질, 기후 등의 자연환경과 서식생물에 대해 과거와 미래의 양방향을 연결해주는 고리라 할 수 있다"며 "지나온 과거의 자연환경 및 생물 역사의 중요한 기록이자 문화재라 할 수 있는 하논 습지의 적절한 보전 방안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하논 화구호 퇴적층의 특성에 대해 연구한 제주대학교 해양과학대학 해양과학부 윤석훈 교수는 "습지 퇴적층의 형성시기는 탄소(14C) 동위원소 연대측정 결과에서 볼때 최하부 퇴적물(깊이 약 10m)은 약 30,000년 전의 연령을 갖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하부 구간의 퇴적률을 적용하면 기반암이 나타나는 화구호 퇴적층의 최하부(깊이 11.4m)는 약 34000년 전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그 동안 하논 습지의 나이를 5만년전에서 6만년전까지 높게 잡았던 것에서 과학적 분석 방법에 의해 다시 정리한 것으로 하논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라는 측면에서 의의가 크다.

따라서 하논은 최대 3만 4000년 전부터 현재까지 제주를 비롯한 동아시아의 자연사 정보를 간직한 곳으로 학계 및 관련 전문가, 환경단체 등의 주목이 예고되고 있다.

▲ 하논 분화구 습지
기생화산의 분화구에 형성된 하논 습지는 국내 최대의 마르형 분화구로서 바닥 면적만 약 21만 6000㎡에 이르는 대규모 습지다. 제주도의 다양한 환경변화는 물론 식생 천이를 비롯한 생태 환경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 곳이다.

하논 습지에는 16세기 이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논 농사가 이루어져 왔으며 현재 도로 개설과 송전탑의 설치, 농가주택 조성 등으로 원래의 모습을 상당부분 잃어버린 상태이다.

3만 4000년 전 신비 간직한 '하논' 분화구는?

하논은 국내 유일의 마르형 분화구로서 동서방향으로 약 1.8km, 남북방향으로 1.3km의 너비를 갖는 타원형 화산체이다.
서귀포시 남단 호근동과 서홍동 경계지역에 위치하며 남쪽으로 국도 12호선과 접해있다. 시내 중심지인 일호광장에서 약 1.5km,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약 4km떨어진 거리이다.

화산체의 중심에는 원형의 분화구가 형성되어 있고, 분화구 안에는 다시 소규모 분석구들이 발달하고 있다.
분화구를 둘러싸고 있는 원형의 화구륜은 직경이 1,000~1,150m로 바닥 면적이 7만여평에 이르며 분화구 둘레는 높이 10~15m 정도로 한반도 최대 규모의 분화구이다.

국내 최대의 마르형 분화구로 알려지면서 국내외 학계에서 원시의 생명정보를 간직한 중요한 생태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는 곳이다.

또 습지의 천이과정을 제대로 알 수 있는데다 '자연사(史) 박물관'으로 불리는 이탄층(泥炭層)이 폭넓게 형성돼 있어 국가적인 생태 복원 프로젝트로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하논 분화구 바닥에서 하루 1000~5000ℓ의 용천수가 나와 500여년 전부터 벼농사를 짓는 논으로 이용돼 왔다.

'하논을 다목적 축구경기장으로 만들자'
제주발전연구원...2004년 용역 '삭제' 소동

한편 서귀포시와 제주발전연구원은 지난 2004년 '국내 최대의 생태습지의 보고로 알려진 하논(大畓)을 축구 잔디경기장으로 활용하는게 바람직하다'는 내용의 용역을 내놨다가 다시 삭제하고 보고서를 회수하는 등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당시 최종 용역 가운데 문제의 부분은 정구철 탐라대 교수(현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감사)가 맡은 것으로  '산남지역 인구유입 방안'의 하나로서, 다목적 잔디광장 및  동계훈련장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을 냈었다.

실제 '산남지역의 인구유입정책 연구' 최종 용역보고서 제199쪽에는 '하논 지역에 축구경기장 약 10배 이상 규모의 공간을 시설할 수 있으며 야구연습장 2개소, 조깅코스와 이곳에서 솟아나는 물로 수로화해 카약연습이 가능한 종합 스포츠 훈련공간으로 조성할 수 있다' 고 적시됐었다.

이에따라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팀(이성기·김찬수· 변광옥)은 "하논 분화구가 생태공간으로서 복원되면 개체 종과 수가 증가할 것"이라며 하논 지역의 복원방안에 대한 몇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이들 팀은 ▲ 한라산과 연결되는 생태수림 조성 ▲ 도로 횡단 임관조성(난대상록수종을 중심으로 도로를 횡단하는 조류가 겨울에도 은신할 수 공간 조성) ▲ 동물 이동로 확보를 위한 도로의 터널 또는 교량화 ▲  각종 복원자재는 모두 제주산 이용 등을 복원 방안으로 제시했다.

독일의 네겐당크(Negendank) 교수는 "하논 분화구는 최대한 원형을 보존해야 한다"며 "분화구를 개발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이 곳의 호수환경을 재현해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하논 분화구의 중요성 및 복원의 중요성에 대해 발표한 김봉찬 자연제주 이사는 "하논 분화구에 퇴적된 이탄습지는 '살아있는 박물관'"이라며 "동북아시아의 고기후 및 고식생을 밝힐 수 있는 하논 분화구는 앞으로 더 이상 방치되거나 훼손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 적극적인 보존하기 위해서는 대책 수립은 물론 지속가능한 이용적 측면에서 시급한 복원이 필요하지만 서귀포시에서 계획하고 있는 하논 보존 및 복원 계획은 재정적· 기술적 차원에서 미비해 지방자치단체에서 독자적으로 추진하기엔 어려움이 많다"며 "따라서 국가적 차원에서의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지훈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도 "하논이 갖는 학술적인 가치를 고려해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보존해야 하는 등 국가적인 차원의 관심이 절실하다"며 "여기에 지자체가 보존 의지를 얼마나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자치단체의 마인드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청와대 염태영 환경비서관은 "하논 분화구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이해부족과 예산문제로 복원사업 추진이 부진해왔던게 사실"이라며 "지자체와 주민, 전문가 그룹이 복원에 힘에 모은다면 얼마든지 중앙정부가 할 몫을 찾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복원이라는 이름아래 개발로 포장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문제"라며 "하논분화구 보전.복원이 새로운 생태보전운동으로 발전돼 국제사회로 전파되는 모범 사례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피력했다.

하논...람사보존습지 '용늪' 보다 보전 가치 높아

우리나라의 경우 이탄습원은 람사보존습지로 지정된 강원도 '대암산 용늪' 과 '무재치늪' 등이 있으나 저지대에 위치한 이탄습원은 오래전부터 경작지로 이용되어 왔고 특히 대부분은 경지정리로 인해 이탄퇴적물의 거의 훼손되거나 방치된 상태다.

특히 제주의 '하논'과 강원도 '대암산 용늪'(람사협약 101호 자연생태계보존지역)의 특성을 비교한 결과 하논과 용늪은 지리적으로나 생태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지만 두 곳은 공통적으로 ‘살아있는 박물관(Living museum)’인 이탄 퇴적층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의 이탄 습지 복원 사례는?

세계 각국에서는 훼손된 이탄습지를 복원하는데 투자하고 있으며 최근 유럽연합의 EULNF(European Union's Life-Nature Fund)에서는 핀란드의 이탄습지 약 8,000ha 복원을 지원하는 등 각 회원국의 이탄습지의 보존과 복원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 독일 아이펠지역에서는 하논 분화구와 동일한 마르 분화구의 보존·교육·연구 및 관광자원을 목적으로 화산박물관과 마르 박물관 등 6개의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의 경우 대규모의 이탄습원을 복원한 사례는 거의 없으나 일본의 하코네습생화원은 1976년부터 논으로 방치되던 습지를 복원해 생태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자연제주 강봉찬

▲ 일본 하꼬네 습생화원 복원전(1973)
▲ 일본 하꼬네 습생화원 복원후 (2003)

< 하논과 용늪의 특성 비교 >

구분

보  존 가  치

비고

 하논

 ○ 3만4000년 전(최후 빙하기)에서 현세까지 자연사

 ○ 이탄층  최고 깊이 14m

 ○ 이탄층에서 발굴된 화분 및 포자 약 45종류

   - 빙하기시대 ; Abies, Picea, Larix, Fagus 등

   - 현세 ; Castanopsis, Celtis, Aremisa 등

 ○ 한반도 최대의 분화구(Maar형)

 ○ 미기록광물 ‘남철석발견’

 ○ 수질보존 필요성 대두 ;

    무태장어 서식처인 천지연(천연보호구역) 상류

○  규모 : 810,000㎡

○ 일본, 독일, 중국 등은 ALDP   (Asian Lake Drilling Program)

 를 통해 하논 분화구 연구 중

○ 각종 개발 압력에 노출

○ 표토층은 경작지로 방치

○ 이탄층은 보존상태 양호

 

 용늪

 ○ 4200년 전부터 현재까지 자연사 

 ○ 이탄층 최고 깊이 1.8m

 ○ 이탄층에서 발굴된 화분 및 포자 약 30종류

   - 현세 ; Pinus, Abies, Quercus 등

 ○ 고층습원의 희귀식생 및 조류

○ 규모 :  30,000,000㎡ (주변포함)

○ DMZ에 위치하여 비교적

    자연성이 높고 위협이 적다.

○ 고층습원의 희귀한 동식물상

 비고

 하논의 이탄습지는 ‘살아있는 박물관’으로서 척도가 되는 퇴적층 연대나 규모 및 보존 상태에서 용늪과는 비교가 안 되며 특히 21세기에 국제적인 이슈인 지구온난화 및 미래기후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Date Bank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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