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호 칼럼> 지도자 트라우마(4) ‘권력사유화’ 6월4일 종지부 찍어야 

제주의 지도자들이 도민의 기대를 걸머지고 단상에 올라왔다가 박수가 아닌 조롱과 비난을 받으며 퇴장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들이 진정 성공한 지도자로 남고 싶다면 제주의 잠재력을 옭아매고 있는 낡은 원리들을 잘라내 비정상을 정상화하고, 도민과의 약속도 준수해 신뢰사회를 구축해야 한다. 이에 더해 공직사회의 정상화를 통해 공직자들을 달래 일으켜 세워야만 한다.

우선적으로 제왕적 권력을 창출했던 찬란한 무소불위의 권력과 패거리들과의 작별을 선언해야한다. 그래야 제주 사회가 살고 자신도 살아 남을 수 있다. 이런 변곡점을 찍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제주는 융성의 시대를 활짝 열어갈 수 있다.

지금은 흩어지고 찢긴 도민들의 마음을 치유할 리더십이 절실한 때다. 그래야 정치와 신뢰가 실종돼 어수선한 제주 사회를 살릴 수 있을 터다. 현 도정에게서 시대 중추를 꿰뚫는 안목이나 리더십을 찾는 건 연목구어일까. 

대한민국은 민주화 이후 지난 5명의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대통령으로 권력을 떠났다.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해 5명이 청와대에 입성할 때 평균 지지율은 65%였고, 떠날 때에는 17%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재임 5년간 지지율은 한국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 흐름과 비슷했다. 체감 경기와 대통령 지지율의 상관관계가 밀접했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면서 국민 다수에게서 박수를 받지 못한 이유는 취임시 약속했던 '국민 성공시대‘를 만들어내지 못한데다 측근 비리의 만연으로 정의사회의 구현에도 차질을 빚었기 때문일 것이다.

1. 도민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라

신뢰 구축은 제주 사회의 존립이 걸린 문제다. 신뢰의 모든 문제가 제주가 가야 하는 길과 도민의 인식 사이에 간극을 더욱 확장시키고 있다. 신뢰가 없다면 외부로부터 위기가 닥쳤을 때 도민이 하나가 돼 대응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도민 통합 시대는 신뢰를 바탕으로 공정한 경쟁규칙이 확립돼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 위에 열어나갈 수 있다. .

지도자들이 떠날 때 박수를 못 받는 주된 이유는 자신이 한 약속을 지켜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근민 도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전국에서 가장 못사는 지자체로의 추락은 그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약속 파기 등은우 지사의 지지도를 바닥 수준으로 고착시키고 있다.

우 지사는 최근 조선일보의 전국 17개 광역 지자체장 직무평가와 재지지 의향 여론 조사에서 전국 꼴찌를 차지했다. 중앙일보, 서울신문 조사 등을 포함해 7연속 꼴찌 기록 중이다. 재지지 의향을 묻는 조선일보 여론조사에서 우 지사는 지자체장 중 유일하게 10% 대인 18.2%의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여, 도지사 당선 시의 득표율 41.4%를 크게 밑돌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불통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었던 근간에는 박 대통령의 약속 이미지가 있다. 그러나 성희롱 전력 소지자에 입당권유 의혹, 정당 공천제 폐지공약의 폐기 등으로 박 대통령의 약속과 신뢰의 이미지가 훼손되면서 지지율이 하향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의 박 대통령 취임 1주년 평가는 더욱 부정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교수·연구원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22.4%만이 긍정적인 반면, 60%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우 지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그래서 우 지사는 ‘이번이 마지막 출마’라며 마지막 지지를 읍소했던 도민과의 불출마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

2.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창조적 파괴에 투신하라

새해들어 박 대통령은 ‘비정상의 정상화’란 국정 구호를 내걸었다.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국가 지상과제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언어에서 공감의 울림을 느낄 수 없는 이유는 왜일까. 바로 이율배반적인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공기업 정상화를 우리 사회의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첫 단초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도 "이제 공기업 파티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여전히 공공기관에 전문성 없는 공천 탈락자나 선거캠프 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현 부총리가 공공기관 낙하산 근절대책을 만들겠다고 대통령 앞에서 업무보고를 한 지 사흘 만에 낙하산 인사가 버젓이 임명된 것은 그의 리더십을 허수아비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낙하산 파티’는 예외란 말인가.

또한 사회 4대악의 척결과 선거중립 의무 위반 공직자의 엄단을 강조하는 박 대통령은 성범죄 전력자의 입당권유 의혹도 받고 있다. 만일 사실이라면 내가하면 '로멘스'고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이중 잣대에 할말을 잃는다. 박 대통령이 진정으로 우리 사회의 ‘비정상의 정상화‘를 구현하고 싶다면 자신 주변부터 정상화하는 결연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비정상의 만연은 성희롱, 내면적 거래설 및 ‘박심 마케팅’ 의혹 등 지도자의 기행적 일탈이 범람하는 제주도가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제주 사회의 비정상의 본질성은 사회의 폐쇄성과 퇴행적 지배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도서 지역의 폐쇄적 특성에서 형성된 제주 특유의 강한 배타적 자주 문화는 모든 현안을 배타적이고 근시안적 자기안위라는 가치관 속에 가두고 있다. 여기에 제왕적 권력에 의한 동종교배 인사의 심화와 진영논리에 함몰된 도민 의식은 집단사고의 오류를 더욱 가중시켜 제주 사회의 변화와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

향후 제주가 선진사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석구석에 서식하고 있는 비정상의 집단사고 오류에서 탈피하여 창의성이 숨쉬는 창조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창조사회의 핵심은 창조, 융합화, 개방화 그리고 다양화다. 이는 기존의 틀을 무너뜨리는 창조적 파괴를 필요로 한다. 창조는 다양성을 수용하는 개방된 조직과 사회에서 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집단사고의 비정상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첫째, 관료사회는 부족한 다양성을 민간부문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확보할 필요가 있다. 둘째,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면서 창조적 사회를 구현하려면 젊고 유능하며 다른 시각과 생각을 가진 인재들을 과감히 중용해 활용할 필요가 있다. 셋째, 창조적 사회를 만들기 위한 도정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한경쟁 체제에 들어선 세계화 시대에도 개발연대의 관료제도와 행정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제주도정 운영시스템을 창조적으로 혁신해 나가야 한다. 경쟁을 강화하고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공적 영역을 축소시키고 민간 영역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 넷째, 세계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우리 중심의 폐쇄적 순혈주의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함께 다른 종족과 문화를 포용하고 개방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역동적인 창조적 개혁과 도전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제주 사회의 ‘비정상의 정상화‘가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 제주사회의 꽁무니에 불을 댕겨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위한 범도민적 성찰과 함께 기존 체제와 사고방식을 부서뜨리기 위한 제주사회 전반의 창조적 개혁이 필요하다.

3. 공직사회를 달래 일으켜 세워라

우근민 도정에서 공직자의 모습과 시스템은 찾아보기 어렵다. 모든 권력이 지사 한 사람에게 집중되면서 도정 운영 시스템을 혼자 틀어쥐고 제주 사회를 사유화해 나가는 제왕적 지사의 모습만 보인다. 

도정이 지사의 원맨쇼의 무대로 전락하게 되면 정작 현장 행정에 투신해야 할 시장 등 간부 공직자들은 재량권 없는 배우 신세를 면치 못한다. 도민과의 소통 생태계 구축의 실패는 당연한 귀결이다. 도민들은 오늘도 진부하고 식상한 원맨쇼를 별 감흥 없이 멀거니 바라 봐야 한다.

재량권이 없게 되면 공직사회는 윗분 지시에만 집중하며 색다른 일은 하지 않고 보신에 급급하게 된다. 밀폐 공간의 고인 물속으로 빠져들게 된 조직에서 새롭고 창의적인 정책이 개발될 여지는 사라진다. 공직사회에 탈 없이 지내려는 보신 풍조가 확산되는 이유다.

다가오는 6.4 지방선거는 현 도정의 추진동력을 크게 떨어뜨리면서 공직 사회에 ‘복지부동’ ‘신토불이’ 등으로 대변되는 보신주의를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높다. 차기 선거의 판세를 보며 줄대기 경쟁도 본격화될 수 있다. 될 일은 늦추고, 어려운 일은 아예 손 안대는 관료사회 특유의 생존본능이 발동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레임덕에 따른 행정공백과 공공서비스의 파행은 도민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간다.

또한 새 도정이 들어서면 어김없이 전임 도정의 주요 정책과 사람을 일단 부정하고 보는 후진적 정치와 보복적 인사의 답습이 이러한 도정 말기적 증후군을 더욱 고착시키고 있다. 새 지사의 등장과 함께 충성심을 잣대로한 이른바 ‘우리가 남이가’ 그룹의 중추권력 장악은 인적 지평의 축소를 자초하며 소통 생태계를 위축시킨다. 이와 같은 ‘우리가 남이가’ 그룹의 고질적인 유착과 담합구조는 공정한 경쟁기회를 박탈시키고 제주사회의 역동성을 저하시킨다.

역사란 과거의 성찰과 극복을 통해 진화해나가는 것이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이른바 ‘샤워실의 바보’가 된다. 얼마 전 제주도의회가 공무원 947명을 대상으로 한 의식조사에서도 ‘코드인사’가 횡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불공정한 인사가 공무원의 사기를 추락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지사의 권력 독점과 퇴행적 인사 관행은 공직자 집단과 집권 세력간에 공개 충돌만 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분열 상태나 마찬가지인 국면을 만들고 있다. 두 집단 간 분화는 정책 추진의 힘을 떨어뜨려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오고 집행될 수 없는 구조로 빠져들게 한다. 집권 세력의 일탈이 관료 집단의 고질적인 문제를 발현시키고 있는 셈이다.

도지사는 임기 4년 비정규직이고 공무원은 정년이 보장된 정규직이다. 지금의 제왕도 4년 후면 떠나는 기간제 신분이라는 사실을 관료들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툭하면 복지부동하는 철밥통 공직자들을 달래 일으켜 세우지 않고서는 성공한 도지사가 될 수 없다. 전임 시절 중용됐다는 이유로 한직으로 밀리거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사퇴 압박을 가하는 복수의 정치를 끝내고, 대신 “그래도 당신이 필요하니 같이 가자”며 중용하는, 배려와 지혜로움의 정치를 해야 하는 이유다.

4. 지도자 일탈을 방기하는 도민 책임도 크다

제주 지도자와 패거리들이 제왕적 권력을 악용, 제주 사회를 사유화하면서 도민이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공동체를 위해(危害)하고 훼손시키는 일탈이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다. 도민은 제왕적 권력으로 비대화한 지도자 폭력의 트라우마로 점철된 굴레에 갇혀 꼼짝달싹 못한다.

권력 집단은 재임기간 중 이를 바로 잡기는 커녕 사익편취에 목을 매고 결과적으로 제주 사회는 분열로 치닫고 있다. 정상적인 권력집단이라면 등 돌린 민심을 달래기 위해 치열한 자기반성과 혁신을 꾀해야 한다. 아니 흉내라도 낼 수 있어야 한다. 도민의 삶은 안중에 없이 그저 끼리끼리 몰려다니며 자신들만의 나팔을 불어댄다면 그는 사유화된 권력집단이란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그들의 일탈 행위는 도민의 가슴에 염장을 지르고, 적반하장 변명은 도민의 기를 막아 아연실색케 한다. 이들의 당돌함은 자신들이 수퍼갑(甲)이고 도민을 졸(卒)로 만든다. 괜당문화를 '정치 인질'로 붙잡아두며 제주를 퇴행시킨 게 23년이 다 돼 간다. 권력을 사유화 시키려는 집단은 오늘도 괜당들의 바짓가랑이만 붙잡고 자신들만을 선택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제주에 성공한 지도자가 안 보이는 데에는 권력집단의 일탈 행위를 방기한 도민 책임이 크다. 그동안 도민들이 어떻게 처신했기에 이들이 도민들을 우습게 여기는 것일까? 얼마나 도민들을 깔보았기에 오만방자와 방약무인일까? 결국 도민의 수준이 탐욕의 제왕놀이에 함몰된 몰염치한 자를 만들고 사유화된 권력이 활개 치도록 만든 것이다.

그간 제주 사회는 권력을 사유화시키려는 집단에 너무 관대했거나 굴종했다. 이들이 쌓아 놓은 견고한 성벽과 사회적 폐쇄성에서 나오는 현실 안주의 나약함이 내면화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현직 공무원이 도정의 서귀포시교육발전기금 출연과 관련해 현직 지사를 검찰에 진정했다. 제왕적 지사의 권력에 맞서 현직 공무원이 지사의 부당함을 직접 검찰에 진정한 건 제주도정 초유의 일이다. 그의 내부고발은 제주의 비정상의 정상화 추진에 공무원이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5. 지도자 일탈에서 제주 미래 선택의 혜안을 봐야한다

제주 지도자들의 일탈이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이로 인해 도민들 사이에 차곡차곡 쌓여지고 있는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 제주 사회의 전진을 가로막고 있다. 퇴행적 구시대적 상황이 이어지면서 지도자와 지역 사회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제주 미래에 대한 낙관은 갈수록 줄어든다. 이러한 상황들이 지도자의 리더십은 물론 제주사회 질서의 획기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제주가 꿈을 이루려면 지도자의 일탈에서 미래 선택의 혜안을 보고, 예상을 뛰어넘는 변화를 시도해야만 한다. 제주에 성공한 지도자가 나와야 하는 이유다.

우리가 성공한 지도자를 마주하려면 도민의 실망감과 허탈감을 더할 뿐인 지도자의 일탈을 막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 출발점은 다가오는 6.4 지방선거다. 유권자 손으로 지도자의 일탈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철저한 검증을 통해 부적격 인물을 걸러내 시대적 요구와 도민의 열망에 부응하는 제대로 된 인물을 뽑아야 한다. 

이들에게서 제주 공동체에 제시할 미래비전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실천의지를 꼼꼼히 확인하자. 영국인들은 '검증되지 않은 정치인은 검증되지 않은 약보다 위험하다'고 한다. 더불어 진영 논리 덫에서의 탈출과 패거리들의 견고한 성벽을 깨기 위한 시민의식의 함양에도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에게는 위기에 강한 국민성이 있다. 고난을 발판으로 역경을 딛고 일어선 역사가 말해주듯이 악착같은 제주인의 몸속에는 ‘위기극복 유전자’가 하나 더 있다. 우리는 그 유전자를 깨우고 힘을 모아 그 많은 역경을 딛고 일어섰고, 지금은 ‘제주특별자치도’라는 지위를 획득하여 전국에서 자치분권의 최선두에 서서 우리나라를 선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했을 때 사익보다는 공동의 선을 앞세우는 전통도 가지고 있다.

▲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

이제 우리는 공동의 선을 훼손하는 제주 사회의 벽이 무엇인지, 이를 고착화시키는 세력은 누구인지를 찾아내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길로 가느냐, 아니면 현재에 안주하느냐 하는 중차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지도자 트라우마’의 극복은 도민의 권리이자 책임이다. 이 트라우마를 극복할 때만이 정의와 원칙이 서는 바른 제주사회를 세우고 성공한 지도자를 만들 수 있다. 이게 유일한 길이다. /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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