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들불축제가 예정된 새별오름에서

오랜만에 혼자 오름에 올랐습니다. 올 겨울이 유난히 추웠기에 몸과 마음이 심하게 웅크려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맑은 공기 마시며 새로운 기운을 보충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약 3주후면 정월 대보름이 다가옵니다. 정월 대보름이면 서부관광도로 변에 있는 새별오름에서는 들불축제가 펼쳐집니다. 넓은 오름 하나를 완전히 태우는 들불축제는 제주도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축제입니다. 정월대보름 들불축제가 준비 중인 새별오름을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 새별오름의 모습입니다.

바람이 제법 차갑고 매서웠습니다. 하지만 새해 들어 처음 오름 등반을 나선지라 걸음이 가벼워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차를 세우니 눈앞에 새별오름이 펼쳐졌습니다.

▲ 오름 중턱에서는 많은 분들이 들불축제 행사를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새별오름 중턱에는 들불축제를 준비하는 손길로 분주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오름 가장자리에는 불이 번지지 못하게 풀을 깎아놓은 자리가 시원하게 드러나 있었습니다.


▲ 불이 멀리 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오름 가장자리의 풀을 짧게 깎아놓은 모습입니다.

오랜만에 오름 등반에 나선지라 정상에 도착할 때 즈음에 숨을 헐떡거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오름의 뒤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공사현장이 보였습니다. 인근에 골프장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 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해 흙을 파헤치고 그 위에 모래를 덮어놓은 모습입니다.

골프장 공사가 다 그렇듯이 멀쩡한 흙을 걷어내고 그 위에 트럭을 동원해서 모래를 깔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검은 망을 덮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 다음은 파란 외제 잔디를 그 위에 덮어서 파헤쳐진 땅위를 푸르름으로 위장한 '녹색사막'이 완성될 것입니다.


▲ 깔아놓은 모래 위에 검은 망을 덮어 놓았습니다.

문득 오랜 단식으로 사경을 헤매시는 지율스님이 다시 생각났습니다. 이렇게 무자비하게 파헤쳐지는 환경을 맑은 눈으로 바라보시던 스님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천성산의 아픔은 천성산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삼천리 구석구석을 파헤쳐서 공사판으로 만들면서도 개발과 지역발전이라는 미명으로 모든 것을 합리화하려는 우리들의 그릇된 마음이 천성산의 아픔을 만든 거겠지요.

이리저리 파헤쳐지는 자연 환경을 보면서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어 혼수상태에 놓여 계신 지율스님을 다시 한번 걱정했습니다.

'지율스님!! 맑은 공기 마시며 저와 이 오름이나 한 번 오를 수 있게 제발 단식을 중단시고 기력을 회복하세요.'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정월대보름 들불축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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