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칭 ‘강정 진상조사위’ 구성 및 크루즈 모항 전환·UN평화대학 분교 유치 등 제안

 

새정치민주연합(야권통합신당)으로 제주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가 “강정을 해군기지 굴레에서 풀어줘야 할 때”라며 해군기지 자체를 인정한 상태에서의 출구전략을 제시, 주목된다.

특히 강정 갈등문제의 해결 주체로 민선 도지사를 지목하고는 가칭 ‘강정해군기지 관련 진상조사위원회’ 설치·운영에 총리실, 해군, 법조계, 강정주민 대표, 제주 정치권 등의 참여를 촉구했다.

신구범 예비후보는 20일 오전 10시30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7년여의 심적, 물적 고통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진행된 해군기지 공사의 원상회복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강정 해군기지 건설공사 공정률은 이미 50%를 넘었다.

신구범 예비후보는 이러한 현실 진단을 바탕으로 가장 시급해 해야 할 과제로 “강정주민과 마을을 치유하고 그 자존을 회복시키는 일”이라고 꼽았다.

그 첫 걸음으로 그는 강정주민에 대한 네 가지 오해와 잘못에 대한 진실규명을 꼽았다.

△정당한 국가안보사업(해군기지)을 종북세력 및 이에 부화뇌동한 일부 강정주민들이 무조건 반대하고 있다? △입지 선정에 대한 강정마을회의 동의와 제주도지사·도의회의 해당구역 절대보전지역 해제 절차는 불법이다? △강정해군기지 추진결정 과정에서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 △반대주민 회유·설득과정에서 국가정보원 요원의 사찰과 개입이 있었다? 등 네 가지 오해를 먼저 풀자는 것.

신 후보는 이를 위해 제주도지사를 위원장으로 하고 총리실 및 해군본부 관계자, 제주변호사회 대표, 강정주민 대표, 새누리당·야권통합신당 제주도당 위원장을 위원으로 하는 가칭 ‘강정해군기지 관련 진상조사위원회’ 설치, 운영을 제안했다.

신 후보는 “위원회의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을 져야할 일방이 상대방에 대해 공식적 사과와 함께 그 동안의 손해에 대해 충분한 배상을 한다면 실타래처럼 꼬인 강정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20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강정해군기지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신구범 예비후보(새정치민주연합). ⓒ제주의소리

구체적인 출구전략도 제시했다.

먼저 한·중 양국간 ‘이어도’ 수역관할에 대한 협상 결과에 따라 강정해군기지 존치 필요성이 소멸될 때에는 민군복합항을 그 즉시 완전한 민항으로 전환한다는 협약을 제주도지사 및 강정주민이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했듯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기 위한 방안으로 단순 크루즈 기항지가 아닌 크루즈 모항으로 발전해야 하며, 서귀포항과 연계된 단일 무역항으로 제주 남방해상 물류의 중심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코스타리카 소재 ‘UN평화대학’의 아시아 분교를 강정마을에 유치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신 후보는 “UN평화대학 아시아 분교 유치를 통해 세계평화를 위한 ‘강정정신’을 바탕으로 세계평화의 섬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제가 이러한 제안을 할 수 있는 데는 지난 7년 동안 엄청난 심적, 물적 고통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진행된 해군기지 공사의 원상회복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강정주민들의 이해와 관용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강정주민들에게 감사와 위로를 전했다.

그러면서 신 후보는 정부와 정치권에 “강정문제는 국가안보와 주민생존권의 충돌문제”라고 전제한 뒤 “지금 정부와 정치권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고통 받고 있는 강정주민에 대한 편견의 불식 및 관용이라고 생각한다”며 전향적인 자세 전환을 촉구했다.

도지사 출마예정자들에게도 “강정문제는 우리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최대 현안이다.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함께 만나 강정문제 해결방안을 논의하고 토론하자”며 강정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한편 제주해군기지 추진 과정에서 강정주민들은 찬·반으로 나뉘어 마을공동체가 파괴됐고, 체포 연행된 사람만 660명이 넘고, 누적 구속자만 38명에 달한다. 재판결과 230명에 대한 형이 확정됐고, 납부해야 할 벌금만도 4억원에 이르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에게 ‘종북세력’ 딱지까지 덧씌우면서 강정주민들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