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평화공원 앞에서 '추념일 반대' 집회..."제주도지사 후보들 평양 시장에 출마하라" 비난

보수세력의 제주 4.3 흔들기가 도를 넘고 있다.

60여년간 이어진 이념대립 끝에 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도경우회 손을 잡고, 화해와 상생으로 나아가는 상황에서 도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칭 '4.3사건바로잡기대책회의' 소속 100여명은 20일 오후 2시30분 제주4.3평화공원 앞에서 ‘제주 4.3추념일은 폭동의 날 추념일’이라며 집회를 열었다. 경찰 200여명이 이들을 막아섰다.

이들 보수 세력은 “좌익 폭도 위패에 대통령이 머리 숙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만약 대통령이 폭도들 위패에 고개를 숙인다면 대한민국 보수우파는 탄핵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4.3진상보고서는 가짜"라고 외치고 있는 서경석 목사.

김동일 자유논객연합 대표는 성명서를 통해 “4.3평화공원의 불량위패, 전시물 등 진상이 밝혀지고 성격 규명이 다시 될 때까지 4.3의 모든 행사는 보류돼야 한다”며 올해 첫 국가기념일로 봉행되는 4.3희생자추념일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어 “4.3추념식에 대통령 참석을 요구해 공산폭도 위패에 절을 하라는 제주도 정치인들은 각성해야 한다”며 “무식한 것인지, 아니면 제 정신이 아닌 것인지 모르겠다. 제주도지사 후보들 모두 평양시장에 출마하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현대사포럼 대표 이선교 목사도 가세했다.

그는 2008년부터 제주4.3특별법과 4.3진상조사보고서에 문제가 있다며 지속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4.3진상보고서는 가짜' '4.3평화공원은 친북.좌파양성소'라며 망언을 일삼은 장본인이다.

이 대표는 “제주4.3 진상보고서는 가짜고 4.3은 빨갱이들의 폭동”이라며 “당시 빨갱이 폭도들이 제주도를 인민공화국으로 선포해 군·경이 그들을 진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보수세력들이 "4.3평화공원의 불량 위패를 없애야 한다"며 공원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경찰이 막아서고 있다.

또 지난 2012년 부터 강정 해군기지 찬성 집회를 주도했던 서경석 목사는 “4.3사건 당시 이승만 전 대통령은 유학까지 다녀온 70대였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3살짜리 아이였다. 누가 4.3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을지 뻔하다”며 “그런데 사람들은 오히려 이승만 대통령을 살인자로 규탄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이들은 “4.3평화공원에 폭도들의 불량위패가 많다”며 허수아비에 기름을 붓고 화형식 가졌다. 이어 "불량 위패들을 모두 없애야 한다"며 희생자 이름이 적힌 위패 모양의 박스를 같이 태웠다.

이날 제주 4.3평화공원 일대는 강풍주의보가 발효될 만큼 강한 바람이 불었다. 이에따라 경찰은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보고 서둘러 불을 진압하려 했으나 일부 참석자들은 "폭도들을 끝까지 태워야 한다"며 저항하기도 했다. 

▲ 집회 참석자들이 허수아비와 희생자 이름이 적힌 모조 위패를 태우고 있다.
▲ 경찰이 허수아비 화형식 불을 진압하려 하자 보수세력이 "끝까지 태워야 한다"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보수세력들이 허수아비 화형식을 보면서,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동건 인턴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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