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19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연간 8차례 모임 중 두번째였으며 신임 옐렌 의장이 주관하는 첫 모임이었다.

이들의 일은 중앙은행 기준금리, 그리고 중앙은행이 증권시장에 개입하여 얼마만큼의 유가증권을 사고 팔아 시중 통화량을 조절하느냐의 결정이다. 2008년 이후 글로벌금융위기에 대응하는 통화정책으로서 양적완화 조치는 상궤를 벗어난 'QE3'를 낳았다. 그렇게 부르는 이유는 시장개입의 방향이 사고 팔고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사들이기 때문이다. 매월 사들이는 금액까지 공개적으로 정해 놓았으니 더욱 이례적이었다.

이번 FOMC는 예상대로 월간 채권매입의 크기를 550억달러로 줄이기로 했다. 나아가 금년의 나머지 6차례의 모임 때마다 100억달러씩 매입규모를 줄여 나가 채권 매입은 금년말로서 끝맺게 됨을 재확인했고 현재의 제로금리는 약 6개월 후까지 유지하겠지만 그 후부터는 인상될 수 있음을 드러내 언급했다.

'테이퍼링' 즉 채권 매입의 규모를 서서히 줄여나가겠다는 시사가 처음 등장한 작년 5월 이후 신흥국 시장에 유입되었던 국제 자본은 꾸준히 빠져나갔다. 이번의 발표로 그 흐름은 더 가속될 것이다. 중남미와 아시아 신흥국들의 환율은 아르헨티나의 55% 하락을 차치하고도 1년 전에 비해 15%에서 23% 사이의 큰 하락을 기록하고 있다.

반사이익을 누린 것은 유로존의 불량국들이다. 아일랜드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연 7%를 넘나들었던 국채의 시장 수익률은 어느덧 3%대로 안정되었고 국가 부도와 유로존 탈퇴까지 우려했던 그리스마저 국채 수익률이 12%대에서 6%대로 대폭 낮아졌다.

테이퍼링의 반사이익을 본 유로존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 상황이 갑자기 개선된 것도 아니고 그 동안 논의되었던 통합감독기구 등이 발족되어 작동하기 시작한 것도 아니다. 이유가 있다면 신흥국 투자 수익을 앗아간 환 리스크가 유로존 투자에는 없다는 사실이 더 부각되었을 것이다. 독일이나 그리스나 1유로는 똑같은 1유로이기 때문이다.

어제 현재 스페인 정부가 발행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3.34%)과 미국 연방정부가 발행한 그것(2.76%)과의 차이는 1% 포인트가 채 안 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로존 국채에 몰린 돈이 지나치다는 말도 나온다.

이와 같이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찾아 세계를 떠도는 돈의 원산지는 물론 미국이다. 중앙은행은 무슨 돈으로 채권을 매입하는가? 바로 신(新) 달러다. 인쇄기를 돌리는 것도 아니고 거래 상대방의 은행 계좌에 입금 기표로 대금결제가 끝난다. 채권 매입으로 중앙은행의 자산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 만큼 새 돈이 시중에 풀렸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내의 저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기존 투자 자금들이 가세하여 고수익을 찾아 나선다.

'테이퍼링'에도 불구하고 3월 19일 현재 미국 중앙은행의 채권매입 잔액은 작년 말에 비해 오히려 2030억달러가 늘었다. 보유 채권 중 1년 이내에 만기가 되는 채권은 하나도 없을 뿐 아니라 잔여 만기가 5년 이상인 채권이 전체의 약 80%에 달하기 때문에 새로 매입하는 금액만큼 꼬박꼬박 자산이 쌓인다.

이대로라면 연말에 가서 미국 중앙은행의 자산규모는 지금보다 2500억달러가 늘어나 4조5000억달러에 육박할 것이다. 평상시의 미국 중앙은행 자산규모가 8000억달러 미만이었으니 3조달러가 넘는 규모의 신달러가 앞으로 약 5년 동안 세계를 누비고 다닐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이 금액은 프랑스의 연간 GDP 2조6000억달러보다 훨씬 큰 것이다.

프랑스 GDP 보다 큰 신(新) 달러

옐렌 의장은 또한 고용시장 상황을 실업률 하나만으로 판단해선 안되므로 제로금리의 출구조건이었던 '실업률 6.5%'라는 자승자박의 끈을 잘랐다. 공식 실업률 통계가 최근 6.6%까지 접근했지만 대량의 구직포기자를 통계에서 배제하는 실업률 측정방법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인플레이션 2.5%는 여전히 제로금리 출구조건으로 확인했다. 소비자물가로 측정하는 현재의 인플레이션 속도는 1.2%에 불과하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미국이 원산지인 신 달러는 미국의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한 고향으로 돌아오는 시기가 늦어질 것이다. 그 때까지 신 달러 및 신 달러에 동승한 국제투자자금은 상환 리스크와 환 리스크가 동시에 없는 투자처를 찾아 두리번거릴 것이다. 한반도의 장래(통일 대박)라는 미지수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도 그 후보지 중의 하나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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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내일신문> 3월 26일자 '김국주의 글로벌경제' 에 실린 내용입니다. 필자의 동의를 얻어 <제주의소리>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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