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리조트골프코스 15홀 곶자왈 집중배치
곶자왈·희귀동식물·지하수 훼손 무방비 노출

▲ 환경단체가 25일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한라산리조트 환경영향평가 전면 재실시와 통합영향평가 심의위 보류를 요구하고 나섰다. ⓒ제주의 소리
26일 제주도 통합환경영향평가 심의를 받게 되는 교래 곶자왈내 한라산리조트 조성사업이 전체 27개 골프코스 중 15개를 곶자왈 지역, 특히 생태계 3등급에 집중적으로 배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클럽하우스와 콘도미니엄, 호텔, 주차장은 물론, 심지어는 골프장 진입로조차 곶자왈지역을 꾸물꾸물 돌도록 계획해 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조성계획이 통합환경영향평가 심의에서 통과될 경우 생태계의 보고이자, 지하수 함양지역으로 제주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는 교래곶자왈은 그 기능을 상실, 심각한 환경문제 초래가 불가피하게 됐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환경연구센터, 곶자왈사람들은 25일 오전10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한라산리조트 통합환경평가 심의계획에 따른 환경단체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환경영향평가 전면 재실시를 요구했다.

이영웅 환경연 사무국장, 고유기 참연환경연대 사무처장, 김학모 환경연구센터 소장, 김효철 곶자왈사람들 사무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제주도 당국은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와 합리적 협의과정 조차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한라산리조트 사업을 밀어부치려 하고 있다"면서 제주도당국의 사업자 감싸기를 강하게 비난했다.

이들은 한라산리조트가 제출한 최종 환경영향평가서 및 보완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밝혔다.

# 25홀 중 15홀, 콘도미니엄·호텔 등 대부분 시설 곶자왈에 집중 배치

환경단체는 사업부지 대부분이 곶자왈 지역에 포함하며, 현재 고시된 GIS 상에서도 전체부지의 75.3%가 지하수보전 2등급에 해당되나 제주도와 사업자는 사업부지내 곶자왈 지역은 38.2%뿐으로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제주도 조사결과에서도 '사업예정지구는 조천-와산 곶자왈의 중심부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1997년 중산간지역 종합에서도 동부지역에 위치한 '거대한 곶자왈 지역'으로 평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초지가 조성된 곳은 곶자왈이 아니"라면서 곶자왈 지역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는 게 환경단체의 입장이다.

한라산리조트는 당초 골프장 코스 시설이 곶자왈에 집중됐다는 환경단체들의 지적에 대해 이를 수정했다며 보완서를 제출했으나 실제는 거의 수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한라산리조트는 27개 골프코스 중 15개를 곶자왈지역, 특히 생태계 3등급지역에 집중배치했다. 사업자는 당초 계획을 수정했다고 했으나 사실상 수정된 게 거의 없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평가이다. 왼쪽이 당초 계획, 오른쪽이 수정안. ⓒ제주의 소리
27개 골프코스 중 무려 15개 코스가 곶자왈 지역, 특히 생태계 3등급 지역에 배치돼 있으며, 클럽하우스와 콘도미니엄, 호텔, 주차장, 사파리 등 골프장의 대부분의 시설이 사실상 곶자왈 한복판에 집중적으로 배치됐다.

또 남조로 인근에서 시작되는 골프장 주출입로도 곶자왈지역 중 생태계 3등급이 집중돼 있는 지역 중앙을 관통해 마치 숲 터널이자 산책로를 연상할 수 있도록 계획, 이에 따를 경우 교래 곶자왈은 사실상 개발위협으로부터 직격탄을 맞게 됐다.

특히 이 지역은 으름난초 자생지 주변으로, 새우란과 여름새우란, 골고사리, 주걱일엽, 감자란, 사철란, 제주암고사리, 암뱀고사리 등 다향한 희귀식물이 자행하는 지역으로 이 곳으로 주출입구를 신설할 경우 생태계 훼손과 생태축 단절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사업자는 환경영향평가 초안, 최종안, 보완서 등 세 차례나 보완작업을 거쳤으나 이에 대한 수정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 희귀식물 조사 미흡·애기뿔소똥구리 보호대책 환경부 요구도 '무시'

환경단체는 식물상 조사가 미흡하고 애기뿔소똥구리 보호방안도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업자는 당초 환경단체에서 주장해 온 '가시딸기' '큰톱지네고사리' 등 희귀식물은 사업부지내에 없다고 주장해 오다가 최근 제주도와 전문가들의 합동조사에서 '가시딸기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을 내리자 마지 못해 보완서에 '가시딸기 유사종'으로 표시했으며 여전히 '검은딸기'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제주도 당국과 사업자의 밀착관계도 강하게 주장했다.

이들은 "제주도 당국은 환경단체가 블랙스톤 골프장 조성당시부터 '가시딸기'가 있다는 주장을 해 왔으나 '검은딸기'라고 지금까지 우겨왔으며, 사업자는 도가 검은딸기라고 하면 검은딸기로 또 가시딸기 유사종이라고 말하면 영향평가서에 유사종으로 반영하는 등 도의 입장을 그대로 쫒고 있다"고 비판했다.

▲ 사업자는 멸종위기동식물 2등급인 애기뿔소똥구리를 보호하기 위해 골프코스 한 가운데 소 휀스를 쳐 애기뿔소똥구리 서식지를 보호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제주의 소리
또 환경부가 위기멸종동식물 2급인 애기뿔소똥구리에 대해 분포지역 및 서식지 밀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5월 이후 포획트랩을 이용해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환경영향평가에 반영 심의해야 한다고 밝혔으나 제주도는 이를 무시한 채 26일 통합영향평가 심의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

# 한라산 1일 물 사용량 조천읍 전체 급수량 보다 많아…지하수 자원 고갈 우려

환경단체는 한라산리조트가 계획하는 지하수 이용량은 조천읍 상수도 1일 공급량의 42%로 조천지역의 심각한 지하수 문제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업지구에서 사용할 용수량은 1일 6415톤으로 조천읍 전체 상수도 급수량 6157톤보다 많은 양일 뿐더러, 이중 지하수 사용을 계획하고 있는 2672톤 역시 조천읍 전체의 42%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이다.

또 이는 제주지방개발공사가 삼다수 판매를 위해 뽑아 올리는 1일 지하수량 866톤에 비해 3배에 달하는 물량이다.

환경단체들은 "한라산리조트 사업으로 곶자왈 지역의 지하수 함양능력은 저하되는 반면, 다량의 지하수를 독점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또 한라산리조트가 골프장 잔디관리를 화학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채 미생물 재제만을 사용하겠다면서 지하수 오염방지시설을 전혀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는 이번 평가서와 보완서는 통합영향평가 심의를 위한 기본 자료로서는 상당히 미흡해 결국 사업자가 제출한 평가서를 토대로 제주도가 심의위원회를 소집하는 것은 담당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망기한 결과이며, 그 책임은 오히려 심의위원회가 져야 하는 왜곡된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환경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한라산리조트 통합영향평가 심의를 보류하고, 영향평가서 작성을 전면 재실시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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