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문학의 밤 열려...현기영 “제주4.3, 통계숫자만 얘기되고 있어, 붉은색칠 벗겨내야"

 

▲ 소설가 현기영 선생. ⓒ제주의소리

시의 깊은 울림, 완연해진 계절을 알리는 봄비와 함께 4.3문화예술축전의 막이 올랐다.

29일 오후 5시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4.3문학의 밤’이 열렸다. ‘꽃비 내리는 이 봄날에’라는 이름에 맞게 촉촉히 비가 내리는 늦은 오후였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포럼(대표 이선화)과 제주작가회의(회장 김수열)가 공동 주관한 이번 행사는 5월까지 이어지는 제주민족예술인총연합 주최 ‘4.3문화예술축전’의 첫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이 날 밤에는 4.3하면 빼놓을 수 없는 예술가들과 작품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제1회 4.3문학상 수상자인 현택훈 시인이 그의 수상작인 ‘곤을동’을 낭독한 것을 시작으로 정우영 시인이 ‘살구꽃 그림자’를, 안상학 시인이 ‘발밑이라는 곳’을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들려줬다.

주관 단체인 문화관광포럼의 대표인 이선화 의원도 문충성 시인의 ‘제주바다’를 낭독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박남준의 ‘겨울 숲에서 흔들렸다’, 손 세실리아의 ‘어떤 말’ 낭독이 객석을 찾아갔다.

1인극 김경훈의 ‘벙어리 사만이의 언어’와 윤미란의 ‘이녘’이, 또 최상돈의 노래 ‘애기 동백꽃’이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 '4.3문학의 밤'을 공동주관한 제주도의회 문화관광포럼 대표 이선화 의원. ⓒ제주의소리
▲ 최상돈이 '애기 동백꽃의 노래'를 열창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 날 강연에서는 한림화 소설가와 현기영 소설가가 직접 무대에 나서 4.3 추념일 지정에 대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특히 소설가 현기영 선생은 4.3 국가추념일 지정이 4.3 해결의 끝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기영 선생은 “3만이라는 통계숫자만 갖고 쓰면 안된다”며 “개인이 어떻게 죽었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고통이 무엇인지 생생히 드러나야 제대로 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말문이 막힌 이들이 말을 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은 예술가들이 하는 것”이라며 “그 개인의 참상과 죽음에 대해 얘기했기 때문에 조금 더 고민하고 4.3에 다가갈 수 있었다”고 했다.

현재 4.3에 대한 논의가 불완전한 것이라는 견해도 밝혔다.

현기영 선생은 “지금은 순한 부분만 얘기할 수 있다”며 “당시 항쟁했던 이들은 붉은 색이 칠해져서 언급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해방공간에서 탄압이 심해 저항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궁지에 몰렸던 상황을 생각해야 한다”며 “마을이 붕괴당할 때 공동체를 지키려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항쟁세력이라고 해서 매도하선 안된다”며 “그 사람들도 큰 가슴으로 껴안는 단계가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4.3문학의 밤’ 참석자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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