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불참 농후, 총리 대정부질문, 주무장관 공석...66년만의 국가행사 빛 바래나

   
첫 국가추념일로 지정돼 치러지는 제66주기 4.3위령제가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물론 주무 장관인 안전행정부장관까지 불참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따라 66년만에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행사의 취지가 바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4.3희생자추념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내용의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최근 공포됨으로써 올해 제66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처음으로 국가행사로 치러진다.

국가추념일 지정은 2000년 4.3특별법 제정, 2003년 4.3진상조사보고서 채택, 2005년 대통령의 사과에 이어 제주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등 4.3의 완전한 해결로 나아가는데 획기적인 전환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국가추념일 지정을 의결하자 4.3유족들은 물론 여야, 진보-보수를 떠나 모든 제주도민이 환영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4.3유족들은 "66년간 맺힌 제주도민들의 한을 풀어주신 박근혜 대통령께 머리숙여 감사드린다"고 극진한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이번 위령제에 참석해 한맺힌 4.3유족과 도민을 달래주고, 4.3의 완전한 해결에 일대 전기를 마련해주길 한결같이 기원했다. 

국가추념일이 지정되자 제주도는 곧바로 성공적 추념식 개최를 위해 방기성 행정부지사를 단장으로 추념식지원단을 꾸렸다.

추념식지원단은 한마디로 대통령 참석에 대비한 포석이었다. 도청 실국장과 행정시 부시장을 분야별 책임 반장으로 해 참석자 초청에서부터 행사홍보, 행사장 준비, 행사진행 지원까지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췄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23일부터 29일까지 유럽순방 이후 4.3추념일 참석은 감감 무소식이다.

통상적으로 어떤 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하게 되면 2-3주 전에 청와대 경호실이 움직여야 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한때 위령제 참석예정자들에 대한 신원 파악이 이뤄지면서 대통령 참석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도 했으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대통령 불참은 사실상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국무총리마저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4월1일부터 원내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시작으로 4월 임시국회가 막이 오른다. 이어 대정부 질문이 3일부터 8일까지 정치, 외교.통일.안보, 경제, 교육.사회.문화 분야 순으로 진행된다.

이럴 경우 정홍원 총리 역시 대정부 질문 첫날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위령제 참석은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4.3국가추념일 주무장관인 안전행정부 장관은 현재 공석인 상태다. 자칫하면 대통령과 국무총리, 안행부장관 모두 불참하는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

지난 2010년 4.3위령제에도 갑작스럽게 국무총리가 불참하면서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이 대신 참석한 바 있으나 그때는 그만한 사정이 있었다.

당시 총리는 천안함 구조 과정에서 숨진 故 한준호 준위의 영결식에 참석하면서 4.3위령제에 불참했다.

그럼에도 4.3유족들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제주4.3에 대한 홀대가 심하다"며 "국무총리가 오기로 했는데 해명조차 하지 않고 어떻게 불참할 수 있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아직까지 VIP가 참석할 지, 못할 지 결정이 안됐다"며 "좀 더 기다려 봐야 한다"고 대통령 참석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았다. 

4.3유족회 관계자는 "혹시 대통령이 4.3국가추념일을 지정해놓고, 지방선거를 앞둬 보수단체의 반발을 의식해 참석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대통령의 불참은 추념일 지정 의미를 반감시킬 수 밖에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