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이웃의 성장기 : 스파이더 맨

한 고교생이 어느 날 생물학 연구소에 방문했다가 우연히 방사능에 노출된 거미에 물린 후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빌딩 사이를 날아다니고, 제동장치가 고장 난 전차를 멈추는 큰 힘을 발휘하지만 원래 그는 후줄근한 옷차림에 생활고에 쪼들려가며 사랑하는 여인에게 제대로 표현조차 하지 못하는 내성적이고 평범한 고교생일 뿐이었다. 피자배달을 하며 우리 곁을 지나쳐갔음직한 ‘이웃’이었다.

그에게 우연히 주어진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랐다. 사랑하는 친구와 여인에게도 정체를 밝힐 수 없는 상태에서 그 책임의 무게를 외롭게 감당하며 그는 점점 성장해간다. 영화 ‘스파이더 맨’의 주인공 피터 파커의 이야기다.

피터 파커는 외계에서 태어나 그 자체로 초인이었던 슈퍼맨과는 다르다. 생활고를 피자배달로 극복해가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실생활에서 갈등을 겪는 우리의 ‘다정한 이웃’이었다. 우연히 주어진 힘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는지 배우고 내면화할 기회를 갖지 못했지만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공공선을 위해 그 힘을 사용한다. 그것은 피터 파커의 정체성이 근본적으로는 다정한 ‘이웃’이었기 때문이다.

희망은 가까이에 : 큰바위 얼굴

어니스트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가 들려준 큰바위 얼굴의 전설을 믿고 그를 기다려왔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계곡 위로 올려다 보이는 큰바위 얼굴 형상과 똑같이 생긴 위대한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설이었다.

전쟁을 승리로 이끈 장군, 위대한 정치가와 위대한 시인이 마을을 다녀갔지만 그들은 큰바위 얼굴이 아니었다. 한평생 큰바위 얼굴을 기다려 온 어니스트가 설파하는 자애와 진실, 사랑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를 찾은 위대한 시인은 어니스트의 얼굴에서 큰바위 얼굴을 발견한다. 자신이 큰바위 얼굴임을 모른 채 평생 큰바위 얼굴을 기다리는 동안 바위의 표정과 인격을 닮아간 어니스트, 그가 바로 큰바위 얼굴이었던 것이다.

큰바위 얼굴 혹은 스파이더맨을 찾기 위해

2014년 4월 말 개봉하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에서 피터 파커는 더욱 강력해지고 더욱 무거운 책임을 마주할 예정이다. 강력한 적이 새로 등장하고, 절친한 친구와도 싸워야 하며, 자기 자신과의 싸움까지 치러야 한다.

▲ 김아현. ⓒ제주의소리
화려한 그래픽이 난무하는 블록버스터로 포장이 되어있지만 어쩐지 우리네 살아가는 이야기와 골격이 다르지 않다. 이 인간적인 거미영웅의 이야기에 전 세계가 열광하는 동안 필자는 그 환상적인 스토리를 제주사회에 대입해 바라볼 생각이다.

이번 제주도지사 선거에 후보로 나선 모든 이가 ‘자신만이 제주의 고질적인 병폐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제주경제를 획기적으로 성장시키고 고질적인 편 가르기를 없애겠다는 소영웅에 환호하는 현상 저편으로 보이는 것은 또 다른 사분오열의 예견이다. 아이러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시선을 돌리고 고개를 낮춰 내 이웃의 표정 속에서 큰바위 얼굴을 찾는 일이 아닐까. / 김아현(전 국회의원 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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